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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Dog君 2018. 10. 16. 19:40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흐리멍덩하게 살아온 인생이지만, 나름대로 몇 가지 삶의 원칙 비슷한 것이 있기는 하다.


  그 중 하나가 '계획을 세우지 말(고 그럴 시간에 그냥 그것을 하)자'다. 어차피 계획 세워봐야 계획대로 되지도 않는 거, 그냥 흘러가는대로 하는 것이 차라리 더 생산적이라고 믿는다. 돌이켜보면 뭔가 의식적으로 의도한 것보다는 우연적인 것이 내 삶을 더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여기서 파생되는 또 다른 원칙이 '인생은 운빨'이다.)


  그래서 굳이 나는 내 인생을 내 결정에 의해서만 좌우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시세에 맞춰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하되, 몇 가지 중요한 결정을 그냥 운과 우연에 맡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나 할까.


  내 인생의 중요한 고비가 늘 그랬던 것 같다. 대학에 가고 군대를 가고 진로를 결정하고 직장을 잡고 하는 거의 모든 순간에, 꼭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계획이나 목표 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최소한 어느 정도만 되면 만족한다는 정도의 비관적 기대만 있었을 뿐 꼭 뭐가 되어야겠다는 확고한 목적의식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런 흐리멍덩한 놈이 이런 자리까지 흘러왔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종교의 문턱에도 가 본 일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겠지만, 내 인생을 돌이켜볼 때마다 난 정말 범사에 감사하게 된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뭐 암튼 무슨 신이건 다 감사합니다, 정말.)


  그랬던 내가, 앞으로 1~2년 정도의 내 삶에 대해서 최근 몇 달 사이에 부쩍 생각이 많았다.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지,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할지... 생각이 많아지다보니 괜히 초조해지고 스트레스도 심하다. 관혼상제에 해당하는 삶의 '과업'도 그러하고, 직장에서의 커리어와 관련하여 결정을 내려야 할 일도 있고, 마치지 못한 학업에 대해서도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라서 그렇다.


  무던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던 놈이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내몰리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몇 주동안 계속 스트레스 받다가, 오늘 문득 이것도 가능하면 흘러가는대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다른 사람의 뜻에 따라 흘러가는 거면 뭐 어때. 몇 가지 결정은 외주화하고, 그러고 남은 문제만 신경쓰도록 하자.


  上善若水... 上善若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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