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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영화를 보면서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가 생각났다. 그것을 두고 "애써 침 같은 걸 꿀꺽 삼키면서, 그렇게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내리누르면서, 목구멍에서 힘들게 끄집어내는 말 같다. ...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도 그런 식 같다"라고 쓴 적이 있는데, 이 영화가 딱 그렇게 느껴진다. 세상 근심 다 짊어진 듯 무게잡지 않으면서, 대단한 일 한답시고 유난떨지 않으면서,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들. 비록 그것이 기대한 결과를 거두지 못했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다음 할 일을 찾아 떠나는, 비관주의자의 낙관(혹은 '직업적 성실함').
8편이 나온다 만다 하는 이 시점에 4편을 상급 난이도로 다 깼다.아이템은 1개 빼고(19;;;) 최고 레벨로 다 채웠고, 유니크 무기도 다 얻었다.하루에 10분, 20분씩, 몇 달씩 안 하기도 하니까 얼추 3년 넘게 걸렸다.
역사학도/역사학자는 왜 대중이 공감하고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지 못/안 하냐는 타박을 듣곤 한다. 몇 사람 읽지도 않을 어려운 글이나 써제끼고 있으니까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거 아니냐고. 현학적인 문장과 난해한 개념으로 꽉 찬 글이나 쓰면서 학자연하고나 있으니까 상아탑에 고립되는 건 당연하다고. 이게 동전의 앞면이라면, 같은 동전의 뒷면에는 유사역사학(이덕일...)의 해악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글들이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긍정할만하지 않냐는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이덕일 류의 역사글이 왜 나쁜지는 알겠지만, 그래도 그 덕에 더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파이가 커져서 좋은 거 아니냐고. 그런데, 쉽고 편한 게, 반드시 가장 좋은 것은 아닙니다. 머리 아프..
0-1. 강박증 비슷한 것이 있다.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거나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혼자서 꺼림칙해 하는 정도지만, 뭐 암튼 있기는 있다. 책은 무조건 키 순서대로 정렬해야 한다거나, 필통의 연필은 반드시 뾰족하게 깎아둬야 한다는지 하는 것들. 숫자 강박도 (당연히) 있다. 꼭 어떤 숫자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달리 신경쓰이는 숫자 혹은 별 이유 없이 호감가는 숫자들이 있다. 예컨대 12 같은 건 약수가 많아서 좋고(1, 2, 3, 4, 6, 12… 약수가 무려 6개다!), 17이나 22 같은 숫자는 별 이유 없이 밉상이고, 5의 배수는 거의 대부분 딱딱하고 각진 느낌이 든다. 런닝머신 위에서 37분 언제쯤에 내려오는 경우는 없고, 6.7km에서 멈추는 일도 거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