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8/01 (10)
Dog君 Blues...
1. 이런저런 일 때문에 대학로에 있는 책방 이음에 갔다가 샀다. 근데 내가 이걸 여태 안 샀나? 설마... 샀는데 또 산 건가;;; (안돼...) 2. 나는 운이 아주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구성하는 여러 수많은 정체성은 대부분은 사회에서 용인가능한 것 내지는 사회적으로 메이저리티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꼬추 달고 태어난 것부터가 일단 먹고 들어가는 것이고, 출신 지역, 경제 수준, 직업, 학력 등등 대부분의 정체성이 딱히 내 발목을 잡은 적은 없다. 물론 당연히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것도 있다. 십자수 같은 취미라거나 약간 부족한 남성성, 그리고 그보다는 좀 덜 부족한 사회성 같은 것은, 굳이 따지자면 메이저리티보다는 마이너리티에 아주 약간 더 가까워 보이며 어찌어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만큼..
1. 순전히 내 의지만으로 골라든 책이지만, 사실 이소룡에 대해서 특별히 더 많은 호감을 갖고 있다거나 이소룡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엄지로 코 때리면서 ‘아비요~’하는 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거고...) 다만 책이란 건 사두기만 하면 언젠가는 볼 일이 있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독서원칙 때문에 헌책방에서 골라들어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것을 단지 무술년이 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읽었을 뿐. 2. 예전에 읽었던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에서도 그랬는데, 뭔가 대단한 족적을 남긴 사람은 하나 같이 괴팍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월터 아이작슨이 그리는 스티브 잡스가 독단적이고 절차에는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브루스 토마스가 그리는 이소룡 역시 어렸을 때부터 천..
0. 엄청난 베스트셀러에 대해서 뭐라든 말을 붙이는 것은 꽤 껄끄러운 일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테니 그만큼 많은 평들이 있을테고, 그러니 내 모자란 지식으로 이렇게나 거칠게 정리할 시간에 잘 정리된 평 하나 더 읽는게 훨씬 더 나은 일일지도 모르니까. 더욱이 경제학처럼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남이야 뭐라고 썼건 간에 내가 필요한 방식으로, 내가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글의 내용을 정리해보는 것도 아주 불필요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싶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기로 꽤나 오래 전에 마음 먹은 바도 있고. 1-1. 최근에 읽은 경제학 책들을 근거로 아주 조심스럽게 중간결론을 내보자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경제적 인간..
1. 별로 똑똑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대학원생/연구자로 살아온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됐다. 그래서 그런가, 딱히 이렇다 할 연구성과를 내놓지도 못했고 뭐 하나 잘 하는 것도 없는 채로 여기까지 왔다. 타고난 천성부터 게으른데다가 그런 천성을 고쳐보겠다는 의지도 없으니 아마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2. 그런데 갑자기 지난 연말께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이 몰려왔다. 지도교수님의 정년을 생각하면 당장 졸업논문 데드라인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고, 그거 말고도 이제는 슬슬 글의 형태로 가다듬어야 할 공부거리들도 몇 가지 있으며, 꼭 한 번 공부해보고 싶은 주제도 몇 가지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지금 당장 뭐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타이밍에 있다. 3. 그런..
0. 폴 오스터와 J. M. 쿳시가 주고받은 서한을 모은 “디어 존, 디어 폴”이라는 책에서, J. M. 쿳시는 핸드폰이 등장하는 바람에 소설적 상상력이 제약되고 있다고 푸념한다. 이놈의 핸드폰 때문에 A와 B가 아슬아슬하게 엇갈리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상황 같은 것을 전혀 상상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연출하려면 핸드폰을 잃어버리거나 통화권 이탈 지역으로 한 사람을 보내거나 하는 식의 상황을 굳이 구구절절이 만들어야만 하게 됐으니까. 그런데 폴 오스터는 반대로 휴대폰이 등장한 덕분에 소설적 상상력에 보탬이 된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답한다. 예컨대 응급 사태나 사고가 터졌을 때 완전히 새롭고 좀 더 기민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현실세계의 사실fac..
1. 소소책방에서 보내주신 것을 책장에 꽂아만 두다가 2017년이 몇십 시간 안 남았을 때 드디어 책장을 들춰보았다. 판형이 작아서 주머니에 쏙 들어가고 가방에도 잘 들어가며 손에 쥐고 읽어도 손가락이 아프지 않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펼쳐보기에 너무 뻣뻣하다는 단점도 있다.) 이런 책은 대중교통 안에서 읽기에 딱이다. 2018년부터는 대중교통에서는 가급적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새로운 결심을 지키기에는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이 있을리가 없지. 2-1. 나는 ‘냉소’야말로 가장 손쉬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아니, 거기에 더해서, 뭔가를 하는 사람의 자존심까지 깔아뭉갤 수 있으니 손쉬운 정도가 아니라 그건 나쁜 거다. 2-2. 반대로 뭐든 좋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