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8/02 (8)
Dog君 Blues...
1-1. 작년 가을께, 7주 정도 교육을 받았다. 교육의 기본목표는 신규자를 위해 업무능력을 함양하는 것이었는데, 중간중간에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교양 과목 같은 것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4차산업혁명’으로 채워졌다. 그냥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대충 뭔지는 아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2차와 3차 혁명이 있었던 모양이다. 오는 강사들마다 입을 모아 혁명 혁명 하길래, 내가 지금 제정 말기의 러시아에 버금가는 혁명적 시기에 살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막 그랬다. 1-2. 그렇게 한참이나 혁명을 호소하는 삐라를 뿌리...는 것은 아니고, 뭐 암튼 계속 그렇게 혁명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도, 정작 그 기술혁신의 시대에 우리 같은 보통의 인간은 뭘 해야 하는지를 말하는 강사는 없었다. 알파고와 ..
1. 이 나라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세상이 너무 단순해서 선택가능항도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선택가능항이 세 개 이상이 되는 경우가 드무니까. 중국집에서는 짜장 아니면 짬뽕, 선거에서는 1번 아니면 2번, 정치는 보수 아니면 진보, 이거 머 이래. 2. 아마도 지난 백여 년간의 역사적 경험 때문에 그러리라. 식민지 경험이 워낙에 압도적인데다가 그 직후에는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총부리를 겨누고 살아왔으니 현실의 권력구조 또한 그렇게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고착된 것 같다. 현실이 그렇게 왜곡되어 있다보니 그것에 눈감은 채로 ‘해체’니 뭐니 하는 말을 쉬이 꺼내기도 어렵다. 그거야말로 현실의 권력이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3. 그러다보니 그 이분법 사이에서 사라져 간 사람들에..
1. 제목이 좀 거시기해 보이지만, 저자가 말하는 '게으름'은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 계층의 독단적 규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많은 일을 하는 것"(p. 9.)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며 너도나도 얼리버드가 되기를 기원하다가, 급기야는 마 4차산업혁명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내일이라도 당장 인생의 낙오자가 되고 말 거라는 듯이 위기감을 조장하는 요즘 시대에는 좀 안 맞아보이는 이야기이기는 하다. 근데 글타고 낮밤도 없이 열심히 일만 하고 살면, 그게 또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라는 거, 적어도 우리 세대는 경험적으로 다 깨우치고 있는 거 아닌감. 죽어라고 열심히 일하고 났더니, 자식새끼는 나랑 말도 안 해주고, 가족 내에서 내 위치는 애매하고, 술 마시는 거 말고는 딱히..
1-1. '음악'이라는 것을 처음 인식하게 된 순간을 기억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가 이런저런 노래를 골라서 공테이프에 녹음해 만든 저 나름의 편집음반이 있었고, 거기에 수록된 Rage against the Machine의 'Killing in the Name'과 'Know your Enemy'를 들었을 때였다. 정말이지 뭐랄까, 오른쪽 귀로 들어온 소리가 왼쪽 귀를 뚫고 나가는 듯한 느낌이랄까. * 그 때 그 편집음반 이름은 '잡곡나부랭이'였고, 그 이름은 지금 이 블로그의 카테고리명으로 잘 쓰고 있다. 1-2. 그리고 음악잡지도 가끔 사보고 하면서 조금씩 내가 아는 것을 늘려나갔다.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서브'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샘플러CD라고 해서 노래 몇 곡을 담은 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