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8/06 (6)
Dog君 Blues...
1. 저자인 엔조 도와 다나베 세이아는 소설가 부부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책을 권해주며 쓴 '교환 서평'... 같은 글인데, 무시무시한 책 제목과는 달리 글을 쓰다가 대판 싸워서 불화가 생긴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자극적으로 뽑은 제목일 뿐) 2-1. 독서는 저자와 독자의 대화...라고 누가 그랬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윤미화의 『독과 도』였던 것 같다.) 저자가 하는 말이 책이라면, 독자가 하는 말은 서평이겠지. 그렇다면 서평을 교환하는 일 역시도 대화일 것이고, 그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2-2. 그래서 이 책도, 형식적으로는 서평집이지만, 실제 내용은 사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쓴 에세이에 가깝다. (그래서 그런가, 김..
1-1. 한 며칠 덕희형네 집에 있다가 왔다. 슬슬 준비해야 할 것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갔다. 나름 선물도 하고 그랬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덕희형네에 부탁하고 떠넘긴 것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뜻한대로 잘 살아야 할 사람인데, 보탬은 못 될망정 짐만 더해주는 것 같아서 많이 미안하다. 1-2. 사람키만한 개망초가 비탈에 가득하던 것을 싹 베었다. 베어낸 자리는 호박밭이 될 것이고 베어낸 풀은 다른 밭으로 가서 멀칭하는 데 쓰였다. 그리고 비료를 몇 부대 밭에 뿌렸고, 고추밭 말뚝을 박고, 그 말뚝에 고추줄을 매고, 쉬엄쉬엄 일하다보니 며칠이 금방 갔다. 1-3. 덕희형네 집에 놀러가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밤에 별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하루 내내 버스 몇 번 들어오지도 않는 촌구석이라 밤에 별은 무..
1. 한국영화에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있다. 다른 나라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하위장르인데, 풀어 설명하자면 ‘만주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서부극(웨스턴)이라는 게 워낙에 인기 있는 장르다 보니 이걸 자기 나라 맥락에 맞게 변용한 케이스가 몇몇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만주 웨스턴이라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의 스파게티 웨스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대배우를 배출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거, 짝퉁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최근에도 만주 웨스턴으로 분류할만한 영화가 종종 나오는데, 김지운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나 류승완의 ‘다찌마와 리’ 같은 게 있다. 이 영화들이 묘사하는 만주의 모습이, 아마도 현대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수용하는 만주의 모습에 가장 가깝지 ..
1. 비록 그것이 거짓된 것이라 해도, 희망이라는 것은 필요한 것일까.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 목적이 뚜렷이 정해진 삶이라는 것은 달리 말하면 나라는 존재의 쓸모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존재의 가치가 꼭 그렇게 효용 여부에만 있는 걸까. 존재는 존재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까. 노래가 거의 끝날 즈음 나는 무엇 때문인지 방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퍼뜩 눈을 떴다. ‘마담’이 문간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충격으로 몸이 얼어붙었다. 다음 순간 새로운 종류의 경계심이 나를 엄습했다. 그 상황에는 뭔가 기묘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문이 반쯤 열려 있었지만(자고 있을 때가 아니라면 문을 완전히 닫지 않는다는 규칙 같은 것이 ..
0. 읽은지 시간이 상당히 지났기 때문에 간단하게 정리하기로. 1. 이 책은 ‘연애’라는 것(현상?)이 3·1 운동 이후에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1920년대 초중반에 사그라든 것으로 이해한다. 3·1 운동으로 촉발된 사회적 욕구가 처절하게 짓밟힌 후 그 열정이 문화통치가 허용한 공간에서 꽃핀 것이 곧 ‘연애’의 등장이라는 것이고, 1920년대 초중반 이후 이데올로기의 시대가 본격적ㅇ로 열리면서 ‘연애’가 설 자리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2. 이렇게 설명하자면 ‘연애’가 단지 ‘정치’에서 후퇴했을 때 도착하는 배후지 같은 느낌인데... 어딘지 모르게 좀 소극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연애’가 속해있는 ‘일상’이나 ‘문화’의 영역이 ‘정치’에 비해 부차적이거나 덜 중요한 것처럼 느껴져서 그렇다. (내가 알기로..
0. 읽은지 시간이 상당히 지났기 때문에 느낌만 간단하게 정리하기로. 1-1. 두터운 학술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연 서론과 결론이다. 그 중에서도 책의 전체 주제를 던지고 본론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요약하여 제시하는 서론이 특히 중요하다. 서론을 잘 쓰고 잘 읽어야 방대한 본론의 바다에 들어가서도 항로를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서론만 잘 파악해도 본론에서 좀 헤매더라도 책의 전체 방향을 놓치지 않는다...는 건데, 이게 바로 학교 가서 제일 먼저 배우는 책 읽기의 스킬이라고나 할까. 1-2. 안 그럴 거 같은데, 수십여년 간 이어진 동북아 냉전체제에도 서론으로 삼을만한 사건이 있었다. 2년 남짓 이어진 한국전쟁 휴전회담이 바로 그것인데, 그 과정에서 보여준 당사자들의 좌충우돌은 이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