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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Claton Live in Seoul 2011 본문

잡事나부랭이

Eric Claton Live in Seoul 2011

Dog君 2011. 3. 1. 21:22

1. 4년 전에 비해 이번에는 정말 작심하고 나온 듯 했다. 세션 간의 호흡은 물론이고 무대효과, 선곡, 톤 등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보여주께 이런 분위기. 근데 원래 이렇게 했어야 하는거 아니었던가요? ㅋㅋㅋ


2-1. 여기서 잠깐 4년전 공연 얘기를 하자면... 10년 만의 내한공연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솔까말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2-2. 일단 선곡. 불과 2,3곡을 제외하면 모두 75년 이전 발표곡이었기 때문에 관객들 입장에선 다소 낚였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었다. Ramblin' on my mind, Motherless Children 처럼 옛날 냄새 풀풀 나는 곡도 그렇거니와 최근 발표곡이라 해도 Little Queen of Spade 같은 것도 한국팬들 듣기에는 영 낯설었던 것도 사실. (Little Queen of Spade는 이번 공연에서도 선곡되었다. 이 곡이 국내에서 갖는 낮은 지명도를 생각해볼 때 확실히 의외다.)


2-3. 선곡이 과거지향적이다보니 기타톤도 덩달아 과거지향적으로 흐르고 말았다는 것. 스트라토캐스터답지 않은 톡 쏘는 듯한 칼칼한 톤이야 그의 전매특허라지만 이거 역시 올드팬들한테나 먹히지 나처럼 젊은 귀에는 좀체 어필을 못 하잖습니까, 영감님.

 

2-4. 선곡의 과거지향성은 거꾸로 말하면 극적인 무대효과를 거의 준비하지 못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Badge나 Layla에서 볼 수 있는, 빵빵 터지는 무대효과가 안 되니까 그런 것 딱히 필요없는 옛날 노래로 갔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이는 다시 소리의 밸런스가 개판 5분전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한데 아니나 다를까 그 날 공연, 소리의 밸런스는 좀 실망이었다.

 

2-5. 상황이 이러다보니 멤버들끼리의 조화가 안 맞는 것도 당연지사. 에릭 클랩튼을 포함, 무려 3명의 기타리스트가 무대에 섰지만 기타들간의 조화는 가히 안쓰러울 지경. 특히 도일 브램홀 2세는 자신의 명성에 전혀 걸맞지 않게 톤과 멜로디, 리듬 등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에릭 클랩튼과의 심각한 부조화를 노출하며 2시간 내내 엄청난 버벅댐을 보여주었다.

 

3. 아니 이거 어쩌다가 4년 전 공연 얘기 하다가 이렇게나 글이 길어졌나. 이번 공연이 4년 전 공연에 비해 어마어마한 수준상승이 있었음을 강조하려다 보니 이렇게 됐구먼.

 

4-1. 그에 비해 이번 공연은 그 탄생부터가 다소 심상찮았다 하겠다. 07년 공연이 호주 찍고 일본 찍는 와중에 잠깐 쉬어가는 차원에서 이뤄진 '일탈'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07 공연의 전석매진사태와 그에 따른 짭짤한 수입에 의해 이뤄진 '잘 준비된 공연'에 가까운 것이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른 법.

 

4-2. 더불어 국내측 기획사의 공연장 관리도 07년에 비하면 훨씬 나았다. 비싼 돈 처발라서 R석 샀더니 공연시작하자마다 D석에 있는 애들이 무대 앞으로 뛰쳐나가서 다소 개빡쳤었다는 4년 전 이야기도 그저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아서 다행. 조명시설도 밋밋하기 짝이 없었고 스피커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뒷쪽에 앉은 관객들을 위한 모니터도 없어서 이뭐병...

 

5. 게다가 7시에 시작이라고 되어있어서 응당 30분 이상은 늦을거라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지난 공연에서 약 1시간 가까이 늦게 공연이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가히 놀랄 노자 수준이었다. 에릭옹은 정확히 7시 1분에 무대에 등장, 쉬지 않고 2시간을 내달려주었다. 아, 요새는 별로 안 바쁘신건가.

 

6. 이번 공연은 정말 작심한 듯 선곡부터 조명효과, 세션 간의 호흡등 어느 것 하나 마땅히 아쉬운 점이 없었다고 감히 평해본다. 거의 대부분의 레퍼토리를 90년대 이후 발표곡에서 추려냈으며 특히 지난 가을에 발매된 신보에서 3곡씩이나 뽑아올린 것은 올드팬이 적은 한국팬에 대한 배려인 동시에 한국팬들의 구매력을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이기도 하리라.

 

7. 특히 Badge에서 눈아플 정도로 쏟아부은 조명의 폭발은 압권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이런건 DVD를 사야만 볼 수 있는, 라이브에서는 양키들이나 누릴 수 있는 건줄 알았는데.

 

8-1. 무대 위에 기타를 잡은 이가 에릭 클랩튼 혼자일 뿐이라는 점을 느꼈을 때 이미 약간 짐작한대로 Layla는 어쿠스틱버전으로 때려주시었다. 그렇지. 여자 꼬시는 기타는 요로코롬 쫄깃쫄깃해야지.

 

8-2. 다만 문제는 Layla가 그동안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즐겨사용되었다는 점인데 그럼 그 빈자리는 누가 채우느냐...했더니 이 역시도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게 Cocaine. Wonderful Tonight으로 말랑말랑해진 분위기를 순식간에 일소하는 초반 리프 한마디로 장내는 가히 아수라장. 전원 기립. 그리고 앵콜은 Crossroads. 아 ㅅㅂ 눈물도 울컥하면서 목도 쉬어주고...

 

9. 모르긴 몰라도 이번 공연도 꽤나 짭짤한 수입을 남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체조경기장을 꽉 채운 사람들의 졸라 화려한 개지랄 같은 반응으로 볼 때 그의 임종 전에 공연을 적어도 한번 정도는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없는 낙관 한번 더 해본다. 제발 부탁합니다. 다시 보고 싶어요, 에릭 할아범.


10. 요건 1996년 런던 하이드파크 Layla. 이번에 들은 Layla가 대충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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