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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想나부랭이

朽木不可雕

Dog君 2013. 10. 26. 20:07

  오늘 중요한 행사 하나를 마쳤다. 앞으로 1개월 반 정도 보고서를 쓰고 나면 이 프로젝트도 끝이다. 처음에 잠시 돈 벌어볼까 해서 시작한 일인데 벌써 2년을 넘게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꽤 넉넉하게 살 수 있었으니 2년 정도 꽤 재미있게 산 셈이다.(심지어는 방송도 탔다!) 앞으로도 (2017년까지!) 일들이 더 남아있긴 하지만 올해 보고서를 쓰는 것으로 이 일에는 손을 뗄 생각이다.


  나는 내 직업이 '공부'라고 생각한다. 공부하는 것이 좋아서 대학원에 갔고, 사람들에게도 "대학원생은 공부하는게 일이죠"하고 말한다. 물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돈 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내 정체성은 공부에서 찾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공부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자기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돈 한푼 안 되는 책을 하루 종일 붙들고 살지만,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성장했고, 내일의 나는 그보다 또 더 성장할 것이라는 그 느낌. 비록 그 차이가 탈모 직전의 머리털보다 더 작은 것이라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성장한다는 그 자체.


  그러고보면 나의 지난 2년은 정체, 아니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 속에서 허우적대는 시간이었다. 밀려드는 서류 업무와 자료 생산 작업을 하고 있노라면, 과연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게 뭐였더라... 싶었다. 하고 싶었던(해야 했던) 개인공부가 2년 가량 고스란히 뒷전이었던 것은 물론이다.


  '역사책 읽는 집' 소개에는 대학원생과 회사원의 만남이라고 되어 있지만, 그러고보면 나 역시도 실상은 회사원과 뭐 그닥 다른 것은 없었다. 대학원에서의 수업은 그저 한주 한주를 넘기며 허덕대는 것이었을 뿐, 수업에서 받은 지적 자극들은 내 삶과는 언제나 무관한 것으로 흘러가버렸다.


  논어 공야장편에는 朽木不可雕(후목불가조)라는 말이 나온다. 공자가 낮잠을 자던 '재여'라는 제자를 질책하며 쓴 말로,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꼭 내 처지를 말하는 것 같아서, 이 말을 볼 때마다 마음이 영 편치가 않다.


  조금만 더 힘을 내서, 본래의 내 자리로 돌아가야겠다. 나라는 나무를 너무 오랫동안 썩게 내버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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