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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1.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열혈운동권이었던 내가 결국 운동조직으로부터 살짝 발을 멀리하기 시작한 것은 진영논리에 질색한 탓이 컸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진보운동의 조직문화란 다른 조직과의 전략적 제휴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조직 내부는 매우 균질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원칙이 잘 통용되는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토론이란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어 바람직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과정이 아니라 중앙에서 하달된 지침을 아랫사람들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정해진 방침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고 우리의 대오는 강철같이 단결하여 자본가 계급 놈들의 가장 약한 고리를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창끝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중간항이란 존재할 수 없고 스..
1-1. 얼마 전에 세미나 때문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 진보 성향을 문학비평계간지를 읽고 발제할 일이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거기에 쓰인 단어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와닿지를 않더라는 것. ‘87년 체제’, ‘연대’, ‘근대성’, ‘2013년 체제’... 아니, 아저씨들 많이 배우시고 똑똑하신건 알겠는데 그래서 이 말들이 지금 우리 사는거랑 상관이 있기나 한건가요? 1-2. 진보를 망하게 하는건 분열만이 아니다. 내 보기에 진보는 어려워서도 망한다. 아니 뭐 말은 많은데 이게 내 얘기를 하는건지 어디 올림푸스 산에 있는 얘긴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런 점에서 진보의 이야기를 (육두문자를 포함한)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김어준의 존재는 소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