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거제,통영,진주 답사 본문

잡事나부랭이

거제,통영,진주 답사

Dog君 2010. 8. 13. 11:35
1. 지난 주말 通統筒 사람들과 답사를 다녀왔다. 출발하기 10분전까지 답사인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전화받고 허겁지겁 달려가느라 시간은 시간대로 늦고 준비물도 다수 빼먹은, 출발부터 많이 삐걱거린 답사. 카메라를 못 챙긴 덕에 첨부된 사진은 전부 다 동행들이 찍은 것. 여기에 올려도 다들 별 말씀 없으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 2010 서준석

ⓒ 2010 서준석


2-1. 거제도하면 역시 포로수용소. 순식간에 10여만명의 포로가 들어찬 거제포로수용소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도시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또 하나의 작은 한국전쟁을 치뤘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그냥 넘기기는 어려웠겠지.

2-2. 한국전쟁에 대한 고전적인(이라고 쓰고 '반공주의적인'이라고 읽는다) 해석으로 가득한 포로수용소는 역사학자와 대중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시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현대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런 식의 내러티브가 얼마나 조야하고 악의적인 것인지 모르지 않겠지만 문제는 매일 수천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갈 것이고 이 내러티브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2-3. 철학의 빈곤과 고민의 부재만을 이야기하기에 내심 찝찝한 것은 그러한 내용의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이 시설의 스토리텔링 수법이 대단히 훌륭하기 때문이다. 북괴에 의해 불법적으로 자행된 6.25로 시작되어 그 외의 다른 맥락은 건너뛴 채 포로들이 누리는 상대적인('절대적인'이 절대 아니고) 여유로움을 이야기한 다음 포로수용소에서 일어난 친공포로의 난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은 특별한 선입견없이 이 곳을 찾는 이를 자연스럽게 유혹한다.

2-4. 역사학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더불어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문제에도 적극 개입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순간. 상아탑 밖의 역사학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 2010 이수진


3-1. 분야를 막론하고 한 분야에서 일대가를 이룬 노회한 이의 족적을 좇는 것은 언제나 흐뭇한 경험이 된다. 통영에서 태어난 두 걸출한 예술가, 윤이상과 박경리 기념관은 아직도 풋내기 수준에 불과한 나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다.

3-2. 문득 서고에만 꽂아두고 아직 표지도 넘겨보지 않은 강만길선생의 자서전이 떠올랐다. 이번 주말부터는 읽기 시작해야겠다 싶다.

ⓒ 2010 서준석


4-1. 돌아오는 길에 잠시 진주에도 들렀다. 어차피 집에는 못 갈 것 같아 부모님께는 전화를 안 드렸다. 피치 못할 사정이긴 했지만 좀 죄송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다.

4-2. 분명히 스무살 즈음의 진주는 어서 빨리 떠나고 싶은 시골구석이었지만 역사학을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진주라는 도시의 가치가 점점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내 언젠가는 진주가 살아온 그 시간들을 내 나름의 언어로 다시 구성하겠노라고 다시 다짐.

ⓒ 2010 서준석

ⓒ 2010 정인우

ⓒ 2010 정인우


5. 남해바다의 아름다움은 역시 탄식이 절로 나올 법 했다. 서해의 아기자기함과 동해의 장쾌함을 함께 갖췄다고나 할까. 여전히 수영을 못해서 해수욕장에선 이래저래 굴욕상황이 많았지만 말이지.

ⓒ 2010 이수진


6. 그래도 역시 하늘만한게 없다. 파아랗게 펼쳐진 하늘에 손을 뻗어 손가락을 펼치면 손가락 사이로 그 파란 것들이 와락하고 쏟아지는 것만 같다.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구름 한점없이 직사광선을 내리쬐던 하늘이건만 사진으로 보니 그 뜨거운 기운도 없어지고 그냥 맑게만 보인다. 물론 다시 저 하늘 밑으로 들어라가면 고민을 좀 해봐야 된다는 거.

ⓒ 2010 서준석


7. 어쨌든 결론적으로... 지난번 광주답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답사도 깨알같이 즐겁게 잘 댕겨왔음.

'잡事나부랭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남동 커피상점 이심以心  (0) 2010.11.26
근황 7  (0) 2010.08.17
오늘의 지름품 도착 100726  (2) 2010.07.26
근황 6  (2) 2010.07.21
정읍 김동수 가옥  (2) 2010.07.2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