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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제주도에서 며칠을 보내다

Dog君 2008. 7. 6. 09:22

[Dog君, 2008.]


0. 막상 또 뭔가를 글로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좀 막막하긴 하다. 글을 쓸 때는 언제나 머리 속으로 한번쯤 개요도 짜보고 소재도 정리하곤 하는데, 아직까지 머리 속으로 전혀 정리되는 것이 없는 걸 보니 정말로 제주도에서 뇌세척을 제대로 한 모양인 듯 하다. 두서없이 주절거리다 보면 뭐라도 가닥이 잡히려나.

[Dog君, 2008.]

[Dog君, 2008.]


1-1. 성적이야 썩 만족스럽게 나오지는 않았지만(대학원생이 All A+가 아니라니 ㅠㅠ) 확실히 이번 학기는 몸과 마음이 느무느무 피곤한 학기였다. 뭔가 하나라도 이뤄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한 글자라도 더 읽고 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짓눌려 꽤나 가혹하게 스스로를 몰아친 한 학기였다. 매주 하루이틀 정도는 정기적으로 쌩날밤을 깠으니...

1-2. 방학을 맞이하는 즉시 어딘가에 짱박혀서 푸우욱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얼추 한달쯤 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작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니고, 제주도 가는 비행기에 올라타는 그 순간까지 가는 비행기편 예약한 것과 숙소 외에는 아무 것도 계획되지 않았다. 심지어는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도 모ㄹ... 어쨌든 여차여차해서 며칠간 묵은 곳은 사촌누나가 있는 제주도의 한 대안학교.

바람쐬기에 딱 좋았던 의자.

[Dog君, 2008.]


2. 아이들이 직접 사 온 찬거리와 바로 옆 남새밭에서 뜯은 채소 몇 가지를 늘어놓고 보리섞인 밥과 된장국. 서로 자기 욕심 내세우다가 끝내 우격다짐하기보다는 가능한 순간까지 이야기로 풀어가는 아이들. 그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며 사시는, 웃는 인상이 다들 좋은 선생님들.

3. 사실 정확히 표현하면 '밥만 축냈다'는 쪽에 더 가깝다. 일은 거의 안 했으니까. 느지막히 일어나서 아이들이 차려준 아침 먹고, 책 좀 보다가, 십자수 좀 하다가, 바람 좀 쐬다가, 때 되면 다시 밥 먹고. 월요일 저녁에 학교에 들어와서 금요일 점심나절까지 교문 밖으로 한번 나가지도 않았다는거.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겐 무지무지 죄송스럽지만 덕분에 뇌세척 하나는 제대로 한 듯.

이름이 '지코'. 아, 성은 '돼'.

[Dog君, 2008.]

[Dog君, 2008.]


4. 역시... 머리 속으로 정리 하나도 안 하고 쓰려니 벌써 글감이 떨어져버렸다. 아, 금요일 저녁에 먹은 지역소주 '한라산'과 갈치회... 따봉.

5. 아차, 하나 빼먹을 뻔 했다. 공교육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다양한 아이들을 어떻게 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여러 사람을 만난 것, 그거는 무지하게 큰 수확이었다. (사촌누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에게 가는 길?

[Dog君, 2008.]

[Dog君, 2008.]

[Dog君, 2008.]


ps: 자, 이제 학기도 끝났고 휴가까지 끝났으니 생각해뒀던 책 리뷰나 슬슬 본격적으로 올려야 쓰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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