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태초에 술이 있었네 (김학민, 서해문집, 2012.) 본문
이제 한두달만 있으면 왕십리도 대학 신입생들과 그들 앞에서 후까시 함 잡아보려는 '선배' 나부랭이들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각오로 알콜을 흡입하는 현장이 될 것이다. 누가 좀 고만 처먹으라고 해도 계속 먹다가 끝내 어떤 놈은 아까 먹은 안주를 다시 꺼내놓기도 할 것이고 처음 보는 선배네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기도 할 것이며 집으로 가는 택시에 아까 먹은 안주를 다시 깔아놓아 기사 아저씨의 분노게이지를 자극하기도 할 것이다.
근데 그게 걔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나라에서 술이란게 원래 글타. 어디 술 처먹고 토하는게 걔들만 그러던가. 나잇살 잡술대로 잡수신 어르신들도 술 마시면 토하고, 어디 국회의원 양반들은 술을 핑계로 여자들 엉덩이 슥슥 만지고도 뻔뻔하게 잘 살고들 계시잖은가.
원래 술을 의미하는 한자는 '유(酉)'자다. 입구가 좁은 술병 모양을 본딴 글자인데 이제 이 글자에서 술이라는 의미는 사라지고, 이 글자는 닭을 지칭하는 글자가 되었다. 닭이 물을 마실 때 부리로 물을 한 모금 물을 머금은 다음 하늘을 바라보며 목 너머로 넘기는데, 술이라는 것도 그렇게 마셔야 하는 거라 그렇게 됐다나 어쨌다나.
머 암튼 책 얘기 쓸라다가 쓸데없는 술 얘기만 몇 자 늘어놨는데, 예전에 읽었던 '맥주, 세상을 들이켜다' 이후로 술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와 일화가 많은 간만의 술 책이다. (술 넘어가는 마냥) 책장도 술술 잘 넘어가고, 무엇보다 어디 술자리에서 야부리 까기 좋은 내용이 많다. ㅋㅋㅋ
ps: 이렇게 써 놓으니 나 참 술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난 술자리 뺑끼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로 선후배들의 지탄을 한몸에 받고 있음을 고백한다. 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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