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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일상: 지배와 균열 (공제욱, 정근식 외, 문화과학사, 200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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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일상: 지배와 균열 (공제욱, 정근식 외, 문화과학사, 2006.)

Dog君 2008. 4. 12. 20:20
공제욱, 정근식 외, 문화과학사, 2006.
1. '근대'의 절대성에 대한 문제제기라든지, 수탈론이나 근대화론이나 그 '근대'를 우리가 성취해야 할 역사적 선善으로 상정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는 식의 이야기는 이제 지겨우니 하지 말자. 역사학의 변방에서 잡스런 지식나부랭이 좀 끄적인 사람 치고 이 정도 모르는 사람 없겠지.

2-1. 문제는 그것이다. 이 책을 쓰신 분들 조차도 '식민지 근대성'이란 무엇인지 통일된 인식을 안 갖고 계신 듯 하다는 것. '식민지 근대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각각의 연구들은 '식민지 근대성'이라는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거 제대로 설명할만한 사람 한국에 얼마 안 될걸. (많으면 1000명이나 되려나.)

2-2. 아니 그렇다고 나는 잘 알고 있다... 이런 건 아니고. 이제 석사 2학기째인 놈이 알면 뭘 알겠냐.

3. 그러니까 그런거 아니겠나. 지금까지 권력과 일상은 일방적인 관계로 상정되어 왔는데 실상을 따져보니 그렇지 않더라는 것. 다시 말해 권력주체가 권력을 행사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그 '공간'에서 자기 할 얘기 하고,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는 피치자들의 모습들이 중요하다는거다. 왜냐고? 이 말은 곧 권력이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 행사되는 양상이 재구성된다는 얘기고 바로 이 지점이 빈틈없어 보이는 권력의 '틈'이라는거 아닌가.

4. 그리고 '근대'(혹은 '근대권력')과 접촉하는 사람들은 이걸 자기 나름대로 '번역'을 하는데, 이것이 어떻게 전유되는가가 그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보여주는 모양일 수 있다는 거. 예컨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오독誤讀'된 것이나, 모던보이와 신여성들의 어색한 서구식 생활방식이 서구문화를 '왜곡'시켜 수입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들. 그걸 그렇게 '오독'와 '왜곡'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는거다. 사실 '번역'이라는건 1:1로 대응시켜 변환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그 개념(혹은 문화)들을 둘러싼 실천과 연관된 행위라는거죠. 문화라는거, 일방적으로 전달되는게 아니라 서로 교잡하고 횡단하는 잡종성을 가진 거잖아. (이거 벌써 쌍팔년도 더 전에 나온 얘긴데 한국사에서는 이제서야 이 얘기 붙들고 씨름하고 있네.)

5. 그나마 최근에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가장 정치하고 단단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역시 논문모음집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지라 문제의식의 일관성은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한국사학계에서 '식민지 근대성론'에게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그것이 갈 길 또한 허벌나게 멀다는 점도 함께 노출하고 있네. 아, 결국 발바닥 땀나게 공부해야 된다는 거냐. 이건 뭐... 이 따위 결론이 나오고 말아서 나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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