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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근황 20190331

Dog君 2019. 4. 1. 02:02

  천성이 보수적이다. 생활이건 무엇이건,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으면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한 번 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 자주 가는 카페도, 이용하는 요금제도, 출근길 루트도, 책 읽을 때 끼고 다니는 책갈피도, 한 번 익숙해지면 잘 바꾸지 않는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것이 분명해도, 잘 안 바꾼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냥 그런다. 그렇게 사는 것이 꽤 손해인 것을 알지만 그런 것 따질 시간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른 것이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쏟을 수 있는 열정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굳이 그런 곳에까지 내 열정을 쏟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래서 낯선 것을 싫어한다. 낯선 곳에서의 경험과 흥분과 두근거림... 그런 거 없다. 어디어디에서 한 달 살아보기... 뭐 그런 것도 도통 관심이 없고, 외국 생활에 대한 동경 따위도 없다. 석사학위 마치고 잠시 유학을 꿈꿨던 적 빼고는 외국 나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1도 해본 적이 없다.

 

  실제로 외국에 나갈 일도 몇 번 없었다. 거의 매년 국외출장을 나가기는 했지만 그것도 업무의 일종이라 결국엔 스트레스였을 뿐 특별히 즐기는 일은 아니었다. 친구와 몇 번 여행을 떠난 적도 있지만, 그것도 벌써 4년 전 몽골이 마지막이다.

 

  그랬던 내가 8개월 넘게 파견근무를 하게 됐다. 직장에서 대체로 보내던 미국도 아니고 유럽이다. 파견이 결정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꽤 길게 쓸 수 있지만, 직장 일을 개인 블로그에 줄줄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건 그냥 생략하고... (그래서 방금 한 단락을 통째로 지웠다.) 암튼 이마저마한 과정을 거쳐서 파견을 가게 됐고, 이런저런 준비 끝에 나는 이미 네덜란드에 있다.

 

 

  생활 공간을 통째로 옮긴 것은 대학에 입학한 2001년 이후 처음이다. 그때는 그래도 말이라도 통하는 곳으로의 이동이었지, 지금은 낯선 말과 낯선 질서와 낯선 문화가 지배하는 곳이다. 무엇 하나 익숙한 것이 없고, 장을 보고 전철을 타고 커피를 주문하는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긴장과 모험이다. 하긴, 제삼자가 보기에 가장 튀는 것은 나 자신일 것이다. 제대로 아는 것 하나 없는 이방인 하나가 이 사회에 불쑥 끼어든 셈일테니까.

 

  돌이켜보면 언제나 majority에 속했던 것 같다. 젠더와 섹스는 남자, 계층은 중산층(빚을 지지 않고 고등교육을 마쳤다는 점에서), 대학은 서울 소재 4년제, 직장도 이 정도면 나름 안정적... 특별히 누군가에게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본 적이 없었던 삶이다. 어쩌면 8개월의 외국 생활은 잠시나마 내가 minority인 척 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누군가는, 아니 뭐 이런 걸 가지고 이렇게나 생색을 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뭐...

 

  사소한 일상도 긴장과 모험이니 블로그에 쓸 말도 많아지겠다. 불과 며칠 동안의 타지 생활인데 벌써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쌓인 걸 보면 말이다. 한국에서의 일상에서 벗어났으니 남는 시간도 많다. 유일한 걱정은, 하고 싶은 말을 까먹기 전에 다 글로 정리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 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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