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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曲나부랭이

이상은 - 공무도하가

Dog君 2009. 6. 1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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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의 허다한 뮤지션들 가운데 이상은만큼이나 많은 수식어구를 보유한 뮤지션도 드물다. 허다한 수식어구들이야 인터넷 어디에 가도 널리고 널렸으니 굳이 여기에서까지 쓸 필요가 있나. 그런건 좀 넘어가자.

2-1. 고1때였다. Rage against the Machine의 Killing in the Name을 처음 들었다. 충격은 두 가지였다. 디스토션 사운드의 강렬함과 내가 모르는 어떤 거대한 미지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 뻥 좀 많이 섞어서 말하자면 내 인생은 이 충격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2. 그 때 처음으로 내 돈내고 CD를 샀다. 처음 산 것은 Sad Legend의 앨범이었고 (술을 많이 마셨던 그 언제의 답사 때 이 CD는 사라졌다.) 두번째가 이상은의 공무도하가. 말은 좀 어눌했고 머릿결이 과히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치렁치렁하게 기른 머리를 가지고 있던 학교 앞 음반가게 아저씨는 반품되서 폐기 직전인 녀석을 힘들게 구한 거라고 생색을 무던히도 내더라.

3-1. 나의 음악에 대한 감각이란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참 몽매한 수준이라 한 앨범을 수십번씩 들어야 그 앨범의 진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르게 말하면 수십번 듣지 않으면 그 앨범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는 뜻인데 가지고 있는 CD가 몇 안 되었던 고등학생 시절에는 이 CD만 수십번은 듣지 않았을까. 꼼꼼한 성격도 못 되는 탓에 CD에 잔기스도 많이 갔는데 가끔 뒤를 들춰보면 이게 과연 재생이 가능하긴 한걸까 싶을 정도. 뭐 요즘이야 MP3로 리핑해놓고 들어서 더 이상 손상이 갈 일은 없겠다.

3-2. 아 맞다. 전에 언젠가 갔던 이상은 콘서트에서 사인을 받은 CD가 바로 요놈이었다. 귀여운 캐릭터까지 그려주면서 사인을 해줘서 기쁨이 매우 컸지. 낄낄.

3-3. 이게 초판으로 나온 것들 중에서도 가사집이 있는게 있고 없는게 있었다. 마지막 수록곡인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든'은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었는데 가사집에는 가사가 버젓이 들어있었다 이거지. 누구 하나 먼저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가사집이 있는 앨범을 샀다면 누구나 가사집의 가사를 제 나름대로 연주곡에 맞춰 흥얼거린 기억은 있을 듯. (이 노래는 나중에 9집에 'Reincarnation'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실린다. 물론 보컬 포함이다.)

4. 감상포인트는 역시 '긴장감'. 대략 내 보기에 3집 정도부터 7집 정도까지를 지배하고 있는 뭐랄까... 구도求道 혹은 갈구渴求 비슷한 어떤 느낌이 있는데 그게 여기서 대충 절정에 달했다고 보면 된다. 이 앨범은 그냥 귀에 꽂고 대충대충 들을 수가 없다고나 할까. 마치 어려운 역사이론서 한권을 정독한다는 느낌으로 한음한음 한트랙한트랙을 청각을 최대한 집중하고 들어야 된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 정신을 몰두해서 전체를 다 듣고 나서 CD를 다시 꺼낼 때 어떤 안도감(혹은 그 비슷한 것)이 느껴진다. 이 앨범은 그게 짱이다.

5. 잠시 딴 소리. 윤상은 이 앨범을 듣고 짧게 탄식했다. "우리 나라의 모든 남자가수들은 반성해야 한다."

6. 근데 역시 누가 뭐래도 September Rain Song가 짱. 이건 그 누가 뭐라해도 안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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