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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想나부랭이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Dog君 2009. 8. 21. 11:05
1-1. 뛰어내려 가든 누워있다 가든 가는건 가는거. 그렇게 '그나마' 존중할만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한해가 되고 있다. 나야 그에 대한 기억이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이 훨씬 더 많지만 (노무현 때도 그랬던 것처럼) 그의 죽음이 나의 개인감정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서 나도 그의 죽음에 대해 마냥 시니컬할 수만은 없겠지만은 이하의 말투에서 묻어나오게 될 예의없음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면서...

1-2. (역시 노무현 때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국사회는 스스로가 망자亡者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 사회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죽음과 함께 민주화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괴한들에 납치되어 생사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으며 한때는 군부에 의해 사형수 신세가 된 적도 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되어 남북관계의 중요한 한 획으로 평가받는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내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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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엄연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것이 그의 공功이다. 분명히 (어떤 의미에서) 그는 민주주의의 진전에 한 몫을 했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공헌했다.

2. 하지만 나는 께름칙하다. 그 뒤에 있는 이야기들을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3-1. 6.15 공동선언으로 얻은 저 미소 뒤에 농성 중인 롯데호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진압이 곧바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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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내 기억이 맞다면 저기 서있는 경찰은 그냥 전경이 아니고 '경찰특공대'였다. 임산부가 포함된 여성노동자들이 저들의 눈에는 테러범으로 보였나보다.

4-1. 2003년 초 즈음이었던 것 같다. 어느날 새벽 사측의 가압류로 인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한 명의 노동자가 분신자살했다.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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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좀 가소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두산소주를 마시지 않게 된 것은 이 때부터이다. (물론 그 말이 노동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진로가 좀 더 낫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반응은 자제 점.)

5-1. 김영삼 정부 5년보다 김대중 정부 4년(2002년 제외)간의 구속노동자 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2001년에만 240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으니 1주일에 5명 꼴이다. 그리고 그 해에만 내 주위에서 3명의 선배가 불시에 구속되었다. 그 해의 일도 아니고 3년 전의 일을 가지고 말이다. 3년 동안 그거 아껴놓는다고 얼마나 참았을까...하고 우스갯소리 아닌 우스갯소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5-2. 김대중은 독재와 싸웠을지 모르지만 대통령이 되어서는 그 독재가 남긴 유산을 청산하기보다는 그것을 자기 방식대로(정확히는 '더 세련되게') 활용하는 쪽을 택했다.

6. 우리는 민주화의 아이콘으로서의 김대중도 기억해야 하지만 이 땅에 정리해고와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강요했던 김대중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새로운 패러다임'이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간에) 극한의 이기주의와 배금주의로 이어졌기 때문이고 또 그것이 결국에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밀어올리는 하나의 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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