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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이 책은 식민지기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촉구합니다. 식민주의를 극복[脫]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억압과 착취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식민주의가 우리 안에 남겨둔 '생각의 방식'과도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안의 친일'이라고 도발적으로 제목을 지은 것도, 친일을 비판하는 우리 자신 역시 식민주의가 남긴 '생각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임을 지적하기 위함이겠지요. 그런데 이러한 관점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꼭 식민지에 국한된 것도 아니구요. 지금 이 시점에서 박정희시대를 조망한다는 것은, 승하한 군주의 공과를 따지는 이조시대 사관의 임무가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를 만든 그 생체권력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깊이 각인해놓은 '바이오코드'를 찾아내어 청산하는 치유적(therapeutic..
'인권'이 소중한 것은 누구나 압니다. 어떤 경우에도 침해받아서는 안 되는 권리가 모든 인간에게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 '인권' 개념입니다. 신분제의 질곡을 부수고 근대에 이른 인간의 소중한 성취죠. 인간의 문명이 근대에 이르러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어쩌면 '인권'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분과 인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기 생각을 말하고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인류의 문명이 이토록 거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종종 탕수육은 '인권' 앞에서 스텝이 꼬입니다. 다른 사람의 인권을 짓밟은 악랄한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보장되어야 할까, 같은 질문 앞에서 특히 그러합니다. 그런 자들의 인권조차 보장되어야 마땅하다고, 인권이란 그렇게 보편타당한 것이라고, 머리 속으로는 생각하지만 당..
책 좋아하는 사람 치고 서점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서가에 꽂힌 책을 보며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드물죠. (그러고 보면 도서관도 같은 즐거움을 주는군요 ㅋ) 요즘은 오프라인 서점을 못가지만 탕수육도 서점 참 좋아합니다. 예전에 (20년도 더 전인가...) 서울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갔던 곳 중 하나가 종로서적이었고, 어디 여행을 가면 박물관이니 절터니 하는 곳에는 시큰둥해도 그 동네의 작은 서점은 가능한 시간을 내서 찾아가봅니다. 서점이 주는 즐거움을 이야기할 때 탕수육은 종종 아래의 구절을 인용합니다. 몇 달 전 나는 내가 마음의 스승으로 모시는 분이 텔레비전에 한방 먹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의 권정생 선생이다. 몇 달 전 라는 프로그램에서 선생의 책 을 선정..
역사책을 주로 읽고, 격투기는 그저 주말 낮에 시청하는 취미 정도인 내가 이 책에 대해서 깊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격투기의 역사와 향후 전망...에 대해 말을 보탤 깜냥도 못 되고. 저자가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니 대단히 수려한 문장이 가득한 책도 아니다. 무한경쟁과 적자생존을 말할 때 유독 문장이 강해지는 저자의 세계관에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익명으로 처리된 몇몇 선수들의 뒷이야기를 읽고 그 이름을 추측해보는 재미는 있다. (실명이 공개된 사람이 딱 한 사람 있긴 있다.) 한국의 격투기를 오래 보아온 사람이라면 특히 그러할 것이다. 혹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한국 격투기의 역사를 써야 할 때, 현장을 뛰었던 당사자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사료史..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일본 군인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당대 일본 사회의 군사주의를 더듬어 본 책입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본디 이성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일이지만, 2차 대전(특히 말기)의 일본군은 지금의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베니어 합판으로 만든 조악한 보트 '신요'나 내구도가 종이비행기 수준의 전투기 '제로센'으로 벌인 가미카제 같은 것 말이죠. 우리는 흔히 가미카제가 일본 군국주의의 광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쉽게 정리하고 넘어가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식민지를 포함해서 당시 일본 인구가 1억은 족히 되었을텐데, 그 정도 규모의 사회공동체에서 어째서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관철된 것일까요. 동아시아에서 그나마 성공적으로 '근대화'를 달성했다..
장한업이 쓴 '차별의 언어'를 읽었습니다. 이화여대에서 불어불문학과와 다문화-상호문화 협동과정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흔히 쓰는 언어습관들을 통해 우리가 시나브로 소수자, 특히 민족적 소수자(ethnic minority)를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컨대 '우리', '다문화' 같은 표현들에서 그런 현상을 포착해낼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다문화'에 대한 저자의 지적에는 밑줄을 그을만 합니다. 애초에 '다문화'라는 말은 '혼혈'이니 하는 표현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저자가 보기에는 이 말 역시도 결국에는 차별과 배제라는 점에서 고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저자가 책 말미에서 잠깐 언급하는 '상호문화'라는 것이 어쩌면 그 대안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이 책의 목표는 단순하다. (...) 사람들이 '이국적'인 것만 연구한다고 (잘못) 생각하는 학문에서 나온 개념이 오늘의 세계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 나는 이제껏 일하면서 인류학의 용도를 절감했다. 이 책에서 설명하겠지만 나는 타지키스탄을 떠난 뒤 저널리스트가 되어 내가 배운 인류학을 토대로 2008년 금융위기와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 2020년 코로나19 범유행, 지속 가능성 투자(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투자―옮긴이)의 급증, 디지털 경제 등에 관해 예견하고 이해했다. 한편 이 책에서는 인류학이 어떻게 기업의 경영인, 투자자, 정책 입안자, 경제학자, 기술 전문가, 금융인, 의사, 변호사, 회계사(정말이다)에게 가치 있는(있었던) 학문인지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실제로 인..
우스이 류이치로가 쓴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탕수육은 커피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면 거의 무조건 삽니다. 이에 관해서는 시중에 꽤 많은 책들이 나와있고 그 중 거의 대부분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고백하자면, 이 책을 고른 이유도 그것이었습니다. 커피의 역사에 관한 책이니, 늘 그랬듯 책을 사서 읽은 거죠. 커피의 역사를 다루었다고는 하지만 책의 내용이 다 똑같지는 않아서,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제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 조금씩 도톰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커피를 다룬 거개의 책은 커피 그 자체를 낭만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커피의 맛과 향이 사람들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를 유쾌하게 설명하는 것이..
저는 미술에 대해 참말로 까막눈입니다. 서경식도 잘 알지 못합니다. 꽤 인기있는 저자인 것은 알지만 특별히 그의 글을 열심히 읽은 적은 없습니다. 『고뇌의 원근법』(돌베개, 2009.)을 읽었지만 하얀 건 종이요 까만건 글자요, 하며 힘들어했던 것만 기억납니다;;; 아, 하나 더 있네요. 대학교 3학년 때였나 (그게 언제적이여...) 그의 형이 쓴 『서준식 옥중서한』을 읽다가 포기한 기억도 있습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서간문에 녹아있는 소소한 통찰과 깨달음들을 이해하기에 그때의 저의 세계관은 너무 단순했죠.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도 완전한 자의는 아니었습니다. 어쩌다가 이 책의 공저자 중 한 분의 사인을 받게 됐고, 기왕 책장에서 꺼낸 김에 한 번 읽어나 보자...는 마음 정도였거든요. 물론 막연한 궁금..
요즘 핫한 책이죠. 저자인 천현우는 페이스북에서 널리 공유된 글을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현장 노동자의 현장감 넘치는 글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꽤 좋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도 꽤 존중할만한 글을 몇 번 더 읽었고요.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정리한, 일종의 자서전입니다. (페이스북에서 봤던 글들은 아니더군요;;) 워낙에 문장도 좋고 구성도 깔끔해서 그런가, 읽는 재미로만 따지면 여느 소설 못지 않습니다. 현장노동자가 글을 통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좋은 일입니다. 흔히들 '글을 쓰는 것이 곧 권력'이라고 합니다. 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고 후대에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특권인 것은 사실이죠. 그런 점에서 언제나 객체로 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