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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想나부랭이

어린이 단상

Dog君 2008. 5. 5. 11:21

[Dog君, 2008.]


1. 촌수를 따져봐도 가장 가까운 '어린이'는 창원 사는 사촌동생 뿐이고, 향후 5년 정도는 '어린이'를 낳을 일도 없어뵈는 내가, 밀려있는 숙제들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날이랍시고 글을 끄적이고 있으니 좀 우습다. (아, 이 빌어먹을 대학원 생활이란...) 차라리 1주일 뒤에 있는 석가탄신일에 뭐라뭐라 쓰는게 더 낫지 않나.

2-1. 무뚝뚝한 경상도 가정에서 자라온 관계로 어린이날이라고 해서 가족 내에서 특별한 행사 따위가 있지는 않았다. 어린이날임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은 학교였다. 어린이날 직전의 평일은 학교에서 단체로 군것질을 할 수 있는 날이었다. 반장 엄마 혹은 동네에서 제법 힘(물리적인거 말고...) 좀 쓴다는 집 엄마들이 공책이며 과자며 잔뜩 학교로 사들고 왔었다. 한 해도 빠짐없이.

2-2. 바로 그 시간이 '어른'들에게는, 자기 자식의 위력을 만방에 과시하는 한편, 촌지가 오가는 공개적인 경쟁의 장이었음을 안 것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한참이 지난 뒤의 어머니의 지나가는 한 마디 속이었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상황과 상관없이 그 레이스에 말려들어야만 했다는 사실도.

3. 요즘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TV프로그램에 어린아이들이 자신들의 '재주를 뽐내는' 장면을 쉬이 볼 수 있다. TV를 거의 보지 않는 내 눈에도 걸핏하면 그런 장면이 보이니 실제 빈도는 얼마나 잦겠나. 다섯살 먹은 애가 밸리댄스를 춰대고, 반짝이 옷을 입고 트로트를 부른다. 도무지 아이스럽지 않은 행동들을 보여줄 때 어른들을 그것을 '재롱'이라고 부른다. 그러고보면 요즘은 재롱 피우는 것도 더럽게 어렵다. 우리 때는 기껏해야 개다리춤이면 충분했는데.

4. 어디 그 뿐인가. 제 나이 또래 이상의 '학업성취도'를 보여주는 아이들이 '영재'로 주목받고, 아무 생각없이 어른들의 문화를 흉내('체화'말고)내는 아이들을 '신동'이라 부르는 모양새들을 보노라면, 바야흐로 아이답지 않은 아이여야만 세간의 이목을 끄는 시대가 된 듯도 하다.

5-1. 맞다. '애늙은이'는 범람하는데, '어린이'는 없다. 어린이를 어린이답지 않게 만드는 것. 아마도 '늙어 버린이'들의 욕망일거다. ('어린이'라는 말이 실제로 굉장한 경칭이다.)

5-2. 아침 라디오를 들으며 든 생각들이었다.

5-3. 아, 하나만 더 추가. 대운하, 광우병 소 수입, 인터넷 종량제, 또 뭐 기타 등등 이명박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 씨바. '어린이'들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 가끔 자식을 안 낳는게 그 아이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하는 다소 극단적인 생각도 해본다. "나 이명박 안 찍었어"도 변명이 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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