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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2013년 2월 21일의 근황

Dog君 2013. 2. 21. 22:16

0. 오늘부터 다시 근황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매일매일의, 아니 적어도 며칠 만에라도 그때 그때의 기분과 감정을 기록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1. 상현씨와 함께 시작한 팟캐스트는 일단은 순항하고 있다. 오늘 현재 4회까지 업로드되었고 5회 녹음까지 마친 상황. 방문자수와 다운로드 횟수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이 크다. 우리보다 훨씬 탄탄한 컨텐츠와 충실도를 갖춘 방송이 많은데도 이리 엄청난 반응이 오니까 솔직히 좀 많이 부담스럽다.

1-2. 관심만큼 기대도 덩달아 많아서일까. 아직까지는 호평보다는 악평의 비중이 높다. 대개는 핵심을 제대로 찌르고 들어가지 못하고 어설프게 겉도는 내용이 많다는 지적인데 내심 걱정하던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변명할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닌데, 애초에 방송의 주 대상을 역사에 대해 막연한 관심 정도만 가지고 있는 젊은 층 정도로 설정했기 때문에 일부러 책을 깊이 파고들거나 책의 범위를 벗어나는 내용은 피하려고 한 것이 일단 큰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의도적으로 논쟁적인 부분이나 다른 책과의 비교지점, 논리적 약점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편이기는 하다. 게다가 어디까지나 방송의 컨셉을 책의 '소개'에 두었지 '분석'에 두지 않은 것도 한 몫 한다. 물리적으로도 깊이 들어가기 어려운 것이 30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책 내용 소개하기만 해도 시간이 좀 빠듯하다. 더욱이 지금껏 다뤄온 책들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다루는 범위가 원체 넓으니 요약하는 것도 쉽지가 않을 판이다.

1-3. 정작 문제는 그런 지적이 수천 건의 다운로드 일반을 반영하는 훌륭한 표본인지, 아니면 그 많은 청취 중에서 특출나게 역사에 관심이 깊은 일부의 비판만을 반영하고 있는 건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최대한 말랑말랑한 컨텐츠를 지향했던 내 입장에서는 '핵심'이라거나 '역사적 통찰력' 등등을 운운하다가 또다시 현학적이고 아무도 읽지 않는 재미없는 텍스트가 되는 일만은 피하고 싶다. 어쨌거나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하니까 좀 더 좌충우돌하다보면 적당한 위치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마 그리 생각한다.

1-4. L선배와 내 주위의 또다른 한 선배의 조언대로 한두사람 정도 더 손이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 그걸 기대하긴 어려운 일이고… 지금까지 너무 부담없이 방송을 했던 것도 사실이니 좀 더 체제를 정비해서 와꾸를 갖출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음 녹음부터 또 분발이다.

2. 밤에는 은희경의 '마이너리그'를 마저 읽어야겠다. 이 몹쓸 집착 비슷한 것 때문에 한 권의 책을 다 읽지 않으면 찝찝한 마음에 다음 책에 손을 댈 수가 없다. '북핵퍼즐'을 읽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이 책을 다 읽어야 쓰겠다.

3-1. 그나저나 '마이너리그'는 겉이나 속이나 확실히 성장소설이 맞는데, 은희경은 주인공들의 삶을 교묘하게 현대사의 사건들 속으로 밀어넣는다. 심드렁하게 시위군중들 속에 섞여서 맥주집을 찾는 주인공들을 보면 얼핏 작년에 읽었던 위화의 에세이집이 생각난다. 문화혁명 속을 살아갔던 개개의 삶을 드러냈던 위화처럼 '마이너리그' 속의 삶들도 마찬가지로 세상의 변화와는 또 다른 어떤 것이다.

3-2. 나는 그런 점에서 소설가들의 작업이 못내 부럽다. 그들의 작업 속에서 누군가의 삶이란 생생하게 살아서 펄떡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년씩 수천킬로미터씩 종횡무진 오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결국 학문이라는 것이 개개의 삶들을 보다 풍요롭게 해주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이들의 작업과 통찰력은 못내 대단하다 싶다.

4. 맥주를 한 잔 하고 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웨팅어 수퍼포르테를 미리 사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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