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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2013년 2월 26일~3월 3일의 근황

Dog君 2013. 3. 4. 00:33

2월 26일. 낮 시간 내내 사업제안서 마무리 작업에 매달렸다. 저녁에는 경제사반 세미나. 생각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이 날로 예정된 '역사책 읽는 집' 재녹음도 많이 늦어졌다. 10시에야 시작된 녹음은 결국 12시 넘어서야 끝났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와 거의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2월 27일. 작년 하반기 내내 매달렸던 전직 서울시장 구술채록 사업 최종보고서를 오전에 납본했다. 하나의 일이 마무리되어 기분이 좋았다. 오후에는 계속 도로연수를 받았다. 4시간 연속으로 차를 탔더니 기분이 얼떨떨하다. 이제 도로연수도 끝났다. 차만 받아오면 나도 이제 오너드라이버구나. 도로연수 마친 뒤에는 집에 돌아와 쉬었다.


2월 28일.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학교에 올라갔다. 연구실을 청소하고 윤독회에서 발표하고, 뒷풀이까지 했다. 파한 시각이 얼추 9시 반 정도. 간만에 정연욱이 서울에 올라온다기에 살짝 아련한 취기를 품고 을지로로 고고싱. 문어가 곁들여진 홍어삼합을 먹었다. 홍어는 처음에는 영 못 먹겠다 싶었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입에 착착 붙는다.

 세상의 왼쪽과 오른쪽 모두에게 빠큐를 날리던 이 날 술자리를 깨부신 주범은 이번에도 내 졸음이었다. 시청 앞에서 택시를 타자며 다들 헤어졌는데 택시 정말 더럽게도 안 잡혔다. 때마침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내리는 비를 쫄딱 맞으며 한참이나 돌아다녀야 했다. 거의 한 시간 넘게 서성이던 끝에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겨우 택시를 잡아탔다.


3월 1일. 진주 본가에 내려갔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아버지 생신에 맞춰서 내려간 것이 되었다. 부모님 내외와 형님 내외, 조카 녀석에 나 까지 여섯 명이 둘러 앉아 저녁을 먹었다. 사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내 성격은 결코 외향적이지 않은데 특히 가족들에게 더 그렇다. 나는 아버지 생신날에도 과묵함을 지키고야 말았다. 고쳐야 할 성격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가족들에게 늘 미안하다.


3월 2일. 점심은 형네 사돈 내외분에 처남까지 초청해서, 통영의 횟집에서 먹었다. 나이대가 비슷해서 그런지 부모님과 형님 사돈 내외는 죽이 잘 맞는 편이다. 두 분 다 조그마한 공장을 운영하신다는 점도 꼭 닮았다. 형의 처남은 덩치도 우람한데다가 인상도 서글서글하고 붙임성까지 무척 좋은 사람이다. 성격이라는 측면에서 나와는 많이 다른 사람이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쪽은 역시 이런 성격이다.

  통영과 진주에 친구들이 있었지만 어차피 보기도 힘든지라 일부러 연락은 하지 않았다. 다른 일도 좀 있었고...

  저녁차로 서울에 올라왔다. 시간은 좀 늦었지만 조금 무리해서 이심에 갔다. 최근에 바빠서 이심에 좀체 가지 못했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주저주저했지만 커피 한 모금 하고 나서 역시 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 3일. 아침에는 빨래를 돌리고 침구청소기로 이불과 요를 청소했다. 침구청소기로 하는 청소는 사실상 처음인데, 먼지가 작살나게 많다. 자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너무 과열이 잘 돼서 큰일이다. (과열되면 꺼지는데...)

  오후에도 내내 빈둥댔다. 아침에 밥을 해놨는데 아침 점심 저녁 내내 스팸에 구운김만 놓고 먹었다. 김치가 있긴 했는데 그나마도 아침에 다 먹어버렸다. 이럴 땐 내가 밥 먹는 것을 '살기 위한 영양보충'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싶다.

  저녁엔 또 이심에 갔다. 진주 본가에 내려가는 길에서부터 지금까지 소설책을 두 권 반 읽어제꼈다. 은희경, 공지영, 정찬.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셋 모두 소설을 통해 많은 통찰력을 던져주는 이들이다. 공지영이 가장 명징하고 또렷하게 세상을 묘사한다면 은희경은 아주 약간 비켜나서 관조적인 자세를 유지하려고 애쓴다고나 할까. 그보다 연배가 더 있는 정찬은 직접적으로 현실을 드러내기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깊이가 느껴진다. (그나저나 친구의 부친께 이렇게 거만한 평을 해도 되는 걸까.)

  이심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철역 앞 편의점에서 내일 아침에 먹을 레토르트 짜장과 맥주 한 캔을 샀다. 이 글을 쓰면서 맥주캔을 다 비웠다. 알딸딸하니 기분 좋을 때 어서 잠을 청해야겠다. 내일은 2013학년도 개강이다. 나와 띠동갑들이 정식으로 대학생이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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