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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과거 (테사 모리스-스즈키, 휴머니스트, 200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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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과거 (테사 모리스-스즈키, 휴머니스트, 2006.)

Dog君 2008. 12. 2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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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꽤나 오래전부터 읽고 싶다고 마음을 먹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읽지 못하던 것을 (지인들에게 생일선물로 사달라고 졸랐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생회실에 굴러다니던 것을 거의 훔쳐오다시피 해서 들고와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그럴 일은 없겠으나, 혹시 이 책의 주인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과학생회실에 되갖다놓을테니 가져가시길... (6장에만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놓은 것으로 보아 6장만 읽으신 듯...)

2. 확실히 대중을 위해 쓰인 책이기 때문에, 나같은 역사전공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당연하게 통용되는 사실들(사진, 영화, 만화 등이 묘사하는 역사적 사실들이 결코 객관적인 진실이 아니며 그 속에는 이미 작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고, 따라서 그에 대한 내 글도 굳이 그러한 내용을 요약할 필요는 없겠지.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학 전공자들이 이 책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퇴색되는 것은 아닌데, 그 이유는 바로 이 책이 '미디어'에 주목하고 있다는 단 한 가지 사실. 사실 남한 역사학계에서 미디어에 대한 관심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데 실제로 압도다수의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역사적 지식을 습득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가히 '역사에 대한 학자들의 책임방기'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삽네다. 물론 남한 학계의 규모가 여전히 영세한 수준을 못 벗어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부터라도 젊은 연구자님하들이 미디어 쪽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지금까지 역사가는 (중략) 사진 영상을 단지 텍스트에 첨가된 부속물이나 서술의 진실을 방증하고 정서에 호소하는 힘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 사진과 마주치는 일은 그 이상으로 강력한 힘을 지닌다. 문자로부터 뒷걸음질치고 있는 이 시대에 사진 영상을 과거와 관련을 맺는 계기로서 점점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pp. 162~163.)

4. 아침에 일어나면 아침뉴스, 출근하면서 버스 라디오, 길바닥에 포스터, 퇴근하고 나서 집에서 배깔고 엎드려 보는 만화책, 휴일이면 보러 가는 영화까지... 너는 이미 미디어의 포로.

  히틀러가 『나의 투쟁』에서 말했듯이 "대중의 기억 속에 생각이 스며들게 하려면 결국 끊임없는 반복만이 최종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 흑과 백으로 확실한 대비를 묘사하는 것이다." (p. 269.)

  비록 노골적인 조작이 이루어지는 상황이 아닐 때조차 미디어가 사람들의 과거 이해에 미치는 영향을 좋은 나쁘든 티가 안 나도 섬세하고 뿌리가 깊은 법이다. (p. 321.)

5-1. 뭐 어쨌든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하야 바야흐로 너도나도 개나소나 컨텐츠 제작과 기록에 참여하는 시대가 열렸다. 싸이에 블로그에 또 뭐시기들에...

  신문이나 잡지, 전시회, 서적 등에서 사진이 대량 소비되는 현상은 어떤 의미에서 가족 앨범의 발달을 반영한다. 처음으로 발간된 사진집의 내용이 초기의 가족 앨범과 마찬가지로 공시적이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떤 나라, 어떤 제국, 또는 특정한 극적 사건에 대한 전체상을 꾸며내려고 다양한 사람과 각지각처의 동시대적인 영상을 모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전체상이야말로 한없이 복잡하고 공간적으로 분산된 리얼리티를 다루기 쉽고 눈에 보이는 형식으로 응축해내는 특별한 힘을 지니는 것이었는데, 그것은 바로 사진집이 담보하는 분명한 신빙성 덕택이었다. 사진집을 들추면서 독자들은 자기가 속한 사회를 '보고 있다'는 감각을―비록 그것이 현실을 살아가는 실제적인 경험의 틀을 훌쩍 뛰어넘는 것임에도―느낄 수 있었다. (중략) 또한 대량소비와 매스미디어의 발달이 전체전('total war'의 번역인 듯 한데, '총력전'이 좀 더 익숙한 번역인 듯―Dog君)의 체험과 어우러져 공통의 기억을 산출했고, 그것이 연대기적으로 편집된 국민의 '집단 가족 앨범'을 출간하는 기반이 되었다. (pp. 140~143.)
  대개 사람들은 유저들이 만드는 컨텐츠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도 같은데, 가만 생각들 해보시라. 결국 모두 '익숙한 풍경'들 아닌가염.

5-2. 그러고보니 지금 내가 글을 쓰는 이것도... 아 제길... 결론이 뭐 이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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