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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과 레닌의 사상 (최일붕, 책갈피, 200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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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과 레닌의 사상 (최일붕, 책갈피, 2007.)

Dog君 2009. 7. 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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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잘 따져보면 자연계와 인간계(물론 이 두 가지가 딱 잘라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는 참 닮은 구석이 많다. 특히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더 그렇다. 자연계의 변화를 연구하는 것이 아마도 진화론일텐데 이 진화론에서 진화를 설명할 때는 점진적 변화가 누적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돌연변이나 어떤 특정한 사건을 통해 급진적인 변화가 단번에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부디 맞길. 난 자연과학과 안 친하거든.)

1-2. 아마도 인간계에서는 '혁명'이 그러한 사건에 속할거다.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가장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일련의 사건의 덩어리들. 우리가 혁명이라고 부르는 역사적 사건이란 대개 이런 것들이다. '혁명'이라 하면 얼핏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몇 가지 사건들이 있지만 역시 '혁명'이라고 할 때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지고 동시에 가장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은 단연 러시아혁명이다.

2-1. 러시아 혁명의 비극의 씨앗은 그것의 무대가 러시아였다는 사실에 있었다. 애초의 고전적인 마르크스주의에 의한다면 사회주의 혁명은 러시아가 아니라 서유럽 국가에서 일어났어야 했다. 미성숙한 부르주아 계급과 노동자 계급, 여전히 사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농민 계급, 일천한 민주주의적 경험 등은 애초부터 러시아 혁명을 제약하는 조건들이었다. 사회주의의 터전이 마련되지 못한 곳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이 뭔가 와꾸가 영 안 맞는 상황.

2-2. 물론 이 점은 러시아의 사회주의자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러시아 혁명의 운명이 러시아에 있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서유럽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인 사회주의 혁명이 발생하지 않으면 낙후된 러시아의 사회주의도 얼마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어쩐담. 서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은 하나같이 캐발렸다는 거. 거기다 혁명 이후 발발한 백군白軍과의 내전, 세계대전의 여파 등을 거치면서 혁명의 중추를 담당했던 노동계급도 점차 힘을 잃어갔다. 그렇다. 가만 있어도 입에서 욕이 나오는 존니 난감한 상황.

2-3. 힘을 잃은 혁명의 속에서 반反혁명의 기운이 움트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일지도 모르겠다. 민주적 기반이 붕괴됨과 발맞춰 스탈린이 급부상했다. 뭐 여기부터는 모두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다. 그 이후 전세계의 사회주의 혁명은 스탈린의 지도 아래 두 가지 중 하나의 결과를 맞이했다. 캐발리거나 위성국가가 되거나.

3.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고 이제 얼추 10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볼셰비키의 원칙을 되살리는 일은 사실 아무리 봉실봉실한 언어를 사용한다해도 다소간의 불편함을 동반하는 일이다. 게다가 요즘과 같은 포스트 뭐시깽이의 시대에 계급이니 노동이니 투쟁이니 하는 소리는 아무래도 얼추 한 20년 쯤 전의 화석언어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강퍅한 원칙주의에 좀 더 공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거의 모든 권리는 그 강퍅한 원칙주의적 혁명이 달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4. 혁명은 많은 변화를 수반하는 동시에 가장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는 시기이기도 하다. 모종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혁명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가집에서 옛친구들 만난 자리에서 술 몇 잔 마시고 혁명이니 쟁가니 부르는 짓거리들은 이제 좀 그만두자. 쪽팔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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