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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950 전쟁과 평화 (박명림, 나남, 200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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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950 전쟁과 평화 (박명림, 나남, 2002.)

Dog君 2009. 1. 20. 17:22
1.
  맥아더(Douglas MacArthur)와 워싱턴이 북한에게 사실상 '무조건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을 재차 요구하고, 무엇보다 중국의 참전에도 불구하고 적의 절멸을 추구할 때 그것은 이미 제한전쟁일 수 없었다. 미국에게는 기본적으로 제한전쟁의 개념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제한전쟁은 능동적으로 선택된 전쟁전략으로서가 아니라, 중국의 압박에 의해 불가피하게 강요된 피동적 전쟁전략이었다. (p. 25.)

2.
  최근 우리는 한국전쟁의 시작을 포함해 미국의 북진 및 한만국경 진격이 전부 오인(misperception)의 산물이었다는 전통적인 국제정치적 해석의 뚜렷한 재등장을 목도한다. 이에 따를 때 한국전쟁은 끝없는 오판의 연속이었다. (중략) 그것은 자료들이 보여주듯 오인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일부 그것을 포함해, 기실은 일관된 어떤 전략과 정책, 그리고 그것들이 체제이념 및 세계관의 산물이었다. (p. 27.)

3.
  6.25는 통일시도의 계기인 동시에 사회의 모든 수준에 폭력의 만연을 가져온 계기였다. 개인 수준의 자기생존의 추구와 타인살해의 시도는 사회수준에서는 절멸주의로 연결된다. 폭력의 증가는 가공할 학살로 나타났고, 사태가 역전되었을 때는 다시 끔찍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에서 피의 보복이 진행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폭력의 악순환"이었다. (p. 262.)

4.
겹겹이 떠오르는 장면들로 인해 쏟아지는 눈물을 참고 어떻게든 이성적으로 정신을 추스르고 차분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연구자의 위치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것이다. 이 비극의 현장으로부터 차라리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다. (중략) 슬픔은 자주 이성의, 그리고 지혜의 단초가 된다. 《성서 시편》의 구절처럼 전쟁과 전쟁 연구의 양자 모두에 있어, 긴 역사발전의 지평에서 우리는 미래를 위해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시편 126:5~126:6) 심정으로 광풍의 시대의 아픔과 죄악을 들추어내고, 비판하고, 규명해야 한다. (p. 385.)

5.
전쟁 이전에 남과 북의 3년간의 초기 국가형성과 국민형성의 과정은 각각 좌파와 우파, 민족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배제의 과정과 중첩되었다는 점에서 북한에서의 통합 역시, 우리가 이미 살펴본 남한에서처럼, 부정적 통합(negative integration)의 개념에 정확하게 접근한다. 그것은 각각의 체제와 이념이 지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장점에 대한 호소와 확산을 통한 국민형성, 국민통합(national integration)의 과정이기도 하였지만 다른 한편 상대체제와 이념에 대한 부정적이고 배척적인 선전과 각인을 통한 국민형성, 국민통합의 과정이기도 하였다. (pp. 612~613.)

6.
역사적으로 파시즘 이데올로기도 그 대중적 기반을 갖는다. 즉 역사적 경험에서 추출된 이념은 정치권력의 구축에 선행하며 정치적 행동의 초석을 놓아준다. 그렇다면 남한의 반공주의는 반드시 위로부터 주어진 측면만 존재했었던 것인가 우리는 묻게 된다. (p. 775.)

7. 반도 채 못 읽었던 것을 오늘 오전부터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이 시간까지 계속 읽었다. 뭔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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