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04. 순대볶음 본문
혼자 사는 남자의 요리 분투기.
거의 두 달 가까이 업로드가 없어서 기다리는 분, 한 두 분 정도 계셨으리라 생각한다.
하다가 관뒀구나 생각했을 분도 0.5분 정도 계시지겠지.
아니다. 난 그냥 좀 바빴을 뿐.
나는 뭐 딱히 열심히 사는 타입도 아니고,
그냥 적게 벌어서 적게 쓰면서 살자...는 주의인데
뭘 그리 일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야근은 기본, 주말근무는 옵션으로 두어 달 빡세게 살다보니
요리 연습도 못하고 잘 해먹지도 못했다.
심지어...
2월달에 한 요리를 여태 정리해서 올리지도 못했다;;
그래서.
두 달만에 업로드하는 음식 분투기는 사실 두 달 전에 만들었던
순대볶음. 순대먹을 땐 내 몸에 순대지마
재료
두 달 전에 만든거라 기억이 안 난다. 패스하자.
어차피 내 블로그에 내 맘대로 쓰는 글인데 뭐 어때
만들기
1. 이제는 더 강조하기도 귀찮다. 내가 요리의 처음은 뭐랬지? 그래 맞아. 썰어. 무조건 썰라고. 죽어라고 썰라고. 썰어 무조건 썰어. 응?
인터넷에 보면 뭐 이렇게 썰라는 둥 저렇게 썰라는 둥 말이 많지만 그거 다 필요없고, 그냥 작게 썰면 다 됩니다. 예쁘게 만들어서 뭐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 올릴 거니? 아니잖아.
양파, 양배추, 당근, 파 등등 냉장고에 있는 어지간한 야채는 다 된다고 보면 되는데, 단 주의할 것은 감자는 피할 것. 순대볶음에 안 어울려요.
2. 두 번째는 양념장. 이게 제일 중요하다. 밑줄 한 34번 정도 그어도 부족함이 없다. 인터넷 레시피마다 조금씩 방법이 다른데 나 같이 요리에 분투 중인 자취생남자를 위해서 필수 재료와 옵션 재료를 정리해주면 아래와 같다.
고추장(필수), 고춧가루(옵션) - 합쳐서 3숟갈 정도. 둘을 섞으면, 고추장은 최소 1숟갈 이상. 설마 고춧가루만으로 볶음을 만들 셈은 아니겠지...
설탕(필수), 매실엑기스(옵션) - 매실 넣으면 고급스러워지기는 하지만, 뭐 그렇게까지 고급스러울 필요는 없고... 합쳐서 2숟갈 정도로 하되 단 것 좋아하면 더 넣어도 됨. 집밥 백선생... 근데 여기서 넣는 설탕의 양이 순대볶음 맛의 핵심이었다!
간장(필수) - 1숟갈.
술(옵션) - 맛술을 넣으라는 둥 요리용 술을 넣으라는 둥 말이 많지만, 다 됐고 걍 소주 넣어도 됩니다. 순대의 잡내를 잡아줍니다만, 넣으나 안 넣으나 별 차이 잘 모르겠더이다. 기왕 뚜껑 딴 거 순대볶음을 안주 삼아 혼술...
참기름(옵션) - 적당히.
2-2. 여기서 의외의 게스트/복병.
술 끊고 밥 잘 챙겨먹겠다고 요리 시작했는데,
지은이 네가 여기서 이러면 내가 술이 땡기니 안 땡기니.
3. 자, 1.에서 잘 썰어놓은 야채들을 달달 볶아주자. 잘 안 익는 당근 같은 것을 먼저 넣어주는 센스는 볶음요리에서 기본이지!
...라고 써놓고 나는 왜 이걸 다 한꺼번에 넣었을까...
4. 야채가 어느 정도 볶아졌으면 양념장과 순대를 넣고 살짝 더 볶아줍니당당당 숭구리당당 숭당당..
요기서 Tip 하나.
꼭 순대 아니고, 곱창이 들어가도 됩니다. 그러면 곱창볶음 되는 거.
하지만 누린내는 더 많이 난다는 거.
5. 적당히 다 익었다 싶으면 접시에 남고 깨를 솔솔 뿌리면 요리는 끝.
맛보기
1. 비주얼 그럴싸하다. 딱히 실수한 것도 없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2. 처음 입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순대의 누린내... 아, 실패구나. 술을 좀 더 넣을 걸 그랬나. 순대에 문제가 좀 있었나보네.
그래, 요리를 잘 하면 뭐 하노. 원재료 자체가 문제가 있으니까 아무 의미 없다. ㅠ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양념장 맛이 점점 치고올라오면서
달큰한 설탕맛이 입안을 채운다...
그래 이거야
3. 순대의 질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거고,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양념장 만들기에서 만회하는 것.
4. 위에서 양념장, 그 중에서도 설탕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설탕의 단 맛이 다른 모든 맛과 향을 눌러버린다. 좀 안 좋은 순대라 해도 설탕느님의 힘이라면 다 눌러버릴 수 있다. 이거시 백선생의 정체...
5. 오늘의 교훈. 설탕은 밥상 위의 깡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