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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2009년 회고전 6. 올해의 인물

Dog君 2010. 1. 7. 12:14
1-1. 09년 초의 일이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이 뭐 어쩌구저쩌구하는 사업이 있는데 그 중 한 팀이 내가 몸담고 있는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뭐 쉽게 말하면 외국의 석학 한 분을 초빙해서 워크샵도 하고 학술교류도 하고 학생들 교육도 시키고 뭐 그런 (적어도 그 의도 하나만큼은 확실히) 좋은 프로그램.

1-2. 그래서 한양대에 초빙된 석학은 독일 에어푸르트대의 '알프 뤼트케'. 일상사(history of everyday life)의 권위자로 잘 알려진 양반이지.


2-1. '일상사'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2002년쯤으로 기억된다. 그 즈음에 데틀레프 포이케르트의 '나치시대의 일상사'란 책을 읽고 저으기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보면 또 다른 것들이 드러나는구나... 싶기도 했었는데 아쉽게도 그 때의 나는 철저하게 진영논리에 빠져있던 시절이라 사실 뭐 그렇게 큰 감흥은 없더라... 뭐 이런 얘기.

2-2. 역사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답답한 부분 중 하나는 당파성이나 진영논리의 문제. 당파성이나 진영논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억지에 가깝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가끔 그러한 것들이 역사적 사실에 눈을 감는 결과를 낳고마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게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뭐 그런거.

2-3. 특히 군사독재시기나 일제 강점기를 바라보는 역사학의 시선은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독재와 식민지의 경험은 기본적인 인권의 유린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기준이 동시에 역사적 시야를 제한하는 가리개가 되고 있음 역시 부정할 순 없겠다.

3. 일상사가 한국사학계에 던질 수 있는 유의미한 문제제기 역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겠다.

4-1. 알프 뤼트케가 한국에 있었던 시간을 전부 털어봐야 넉 달 남짓하지만 가까이에서 그를 보고 그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반응들을 볼 때 또한 답답했던 것은 인식수준의 차이였다. 각종 보수쓰레기언론들은 그의 문제의식을 자신의 치부를 덮는 용도로 활용하고자 애썼고 학자들 역시 다양한 지점들에서 그가 제기한 문제와는 전혀 어긋나는 발언들로 토론장을 채워주었다.

4-2. 아직 우리는 그의 문제의식을 '철저하게 전유'하기에는 고민의 깊이가 얕은가보다.

5. 지난 2009년이 어느 해보다 역사학도로서 유의미했다면 이 분 덕이 꽤 컸다고 주저없이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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