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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좋아서 이것을 직업으로 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 직업(공부)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공부를 하며 앎을 키워간다는 것이 좀 고상하고 대단한 어떤 것(의 일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더군요. 남들 앞에서는 대단한 것 배웠다고 으스대며 세상의 가치를 논하는 사람들이, 남들 안 보이는데서는 "홍진에 썩은 명리" 탐하는 것은 똑같습디다. 그 격차에 힘들어한 끝에 결국에는 내가 이걸 애초에 왜 시작했더라 하는 자괴감까지 들었구요. 물론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은, 어딜 가든 사람 사는 세상은 결국 다 비슷하더라는 깨달음으로 귀결되었습니다만 ㅋ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읽고 쓰는 것과 제가 하는 것의 간극을 최대한..
종종 강의를 나갑니다. 대학뿐 아니라 고등학교나 기업체 등 불러주기만 하면 거의 거절하지 않고 다 갑니다. (심지어는 아침 라디오에서 고정 코너를 몇 달 정도 맡았던 적도 있죠. 8분 생방송 하려고 해도 안 뜬 새벽에 왕복 3시간 거리를 매주...) 이 때 청중은 역사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없거나 역사와는 무관한 삶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탕수육은 그런 청중 앞에 설 때마다 고민합니다. 역사를 몰라도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청중에게 두어 시간을 꽉꽉 채워서 갑오농민전쟁 주도세력의 사회경제적 지향이나 평안도 우물 갯수를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 말이죠. 간단한 사실관계는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수월히 검색하게 된 것은 벌써 한참 전의 일이고, 이제는 DBPia에서 논문 내용도 ..
빅터 샤우의 『탄소 기술관료주의』와 티머시 미첼의 『탄소 민주주의』를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탄소에너지 이후를 상상하게 됐고, 그렇게 해서 또 자연스럽게 석탄산업은 어떤 식으로 퇴조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하면서 이 책을 골라들었습니다. 1960년대 일본의 석탄산업은 유례없는 사양의 길을 걸었습니다. 1960년도에 682개였던 탄광 수는 1973년도에는 57개, 같은 기간 탄광 기업은 205개에서 23개로, 석탄 생산량은 1961년 5,541만 톤에서 1973년도에는 2,093만 톤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것 말고도 석탄산업에 관련된 거의 모든 수치들이 극적으로 감소했습니다. 탄광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경제도 크게 위축돼서 이이즈카시(飯塚市)나 유바리시(夕張市)는 비슷한 기간동안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하지..
마르크스주의는 한 사회를 분석하기 위한 기본 틀거리로 생산양식modes of production에 주목했습니다. 생산수단의 소유 및 통제 여부를 중심으로 생산관계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사회의 하부구조가 조직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토대 위에서 문화 같은 상부구조도 결정되는 거구요. 그런데 티머시 미첼의 『탄소 민주주의』를 읽으면서, 어쩌면 탄소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에게도 생산양식과 비슷한 지위를 부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대의 전환점 중 하나가 탄소에너지의 사용(즉 산업혁명)이니까 말이죠. 티머시 미첼의 『탄소 민주주의』는 탄소에너지의 사용을 중심으로 서구의 근대사를 되짚습니다. 이에 따르면 근대의 서구에서 노동계급이 조직화되고 정치적 권리를 신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석탄 ..
전작인 『종이동물원』을 너무 인상적으로 읽어서 이번 책도 주저없이 골라들었습니다. 『종이동물원』에 실린 단편소설들은 SF의 외양을 띄고 있지만 '역사'라는 양념을 절묘하게 잘 버무려서, 역사학을 공부하는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또 영감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그 때문에 어떤 순간에는 '역사'라는 양념의 맛이 너무 강하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책에서는 양념 맛이 많이 줄어들었는데요, 사람 마음이란게 참 간사한 것이 이제는 또 그 양념 맛이 그립네요 ㅎㅎㅎ (그런데 의외로 「회색 토끼, 진홍 암말, 칠흑 표범」에 눈길이 갑니다. 아마 '민들레 왕조 연대기'의 일부를 떼어온 것 같은데 『삼국지』나 『은하영웅전설』, 『라마』 같은 소설을 좋아했던 20년쯤 전의 저였다면 틀림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