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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꿈꾸는 다락방, 문 닫다

Dog君 2013. 3. 26. 22:40

 3월 25일 새벽 2시, 나는 인천 송도의 한 모텔방에... 혼자 있었다. 이 날의 전격적인 송도행은 내가 지상현씨의 강력한 꼬드김을 못 이기는 척 넘어가는 것으로 성사된 것이었다. 송도신도시는 '유령도시'라는 약간 비아냥 섞인 별명답게, 일요일 밤길을 걷는 행인을 발견하는 것이 무슨 봄소풍 보물찾기 같은 곳이었다.  어쨌거나 그간 송도 출장이 비교적 잦았던 지상현씨 덕분에 숙소로 잡은 곳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임에도 무척이나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했다. 조용한 분위기에 과히 비싸지 않은 숙박료 등등이 무척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다음에는 어떻게든 남자랑 둘이 오는 사태만은 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니, 그러고보니 원래 하고 싶었던 얘기가 송도 이야기는 아니었다, 참. 어쨌거나 이 날 새벽 방송을 끝으로 '이동진의 꿈꾸는 다락방'이 끝났다. 내가 막방을 챙겨들은 것은 사실 '성시경의 푸른밤'도 그러하긴 했지만, (블로그 글을 지금 찾아보니 2008년의 일이다. 5년 전이라니...) 푸른밤은 그저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잠깐잠깐 들은 정도였던 것에 비해 꿈다방은 한 회 한 회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듣는 (변태적) 성실성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사실 기분이 좀 남다르다.


요거는 첫방 때 사진.


 사실 나한테는 꿈다방이 하나 더 있었다. 왕십리역 6번 출구 앞에 있던 십자수 가게 이름도 공교롭게 '꿈꾸는 다락방'이었는데, 오늘 가보니 여기도 점포 정리를 끝냈더라. 십자수 가게만큼은 오프라인을 고집하는 나로서는, 본의 아니게 단골 삼아 가는 가게가 하나씩 하나씩 문을 닫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요즘 같이 스마트한 세상에 십자수 같은 취미는 벌써 한참이나 유행이 지난 것이고, 거기에 오프라인 가게라니, 사람에 따라선 시대착오적으로까지 보일 법 하다.


 꿈다방은 내가 복학한 이후 내가 드나들던 가게로서 4번째로 문을 닫은 가게이다. 복학 이전까지 포함하면 5번째, 잘 안 가던 학교 정문 앞의 가게를 포함하면 6번째가 된다. 모르긴 몰라도, 이제 성동구에 십자수 가게는 다섯 개가 채 안 될 것이다. 교통편을 생각하면,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십자수 가게도 버스 타고 20분 정도는 가야 한다.


 굳이 말을 만들어내자면, 라디오와 십자수는 공통점이 참 많다. 이제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듯 보이며, 다른 것보다 소요되는 시간이 많지만, 대신 필요한 자원은 적고, 다른 일과 병행하기에 좋다는 점 등등.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십자수와 라디오는 궁합이 참 좋다. 작년에, 평생 처음 유럽여행을 잠시 다녀온 뒤 시차적응 때문에 고생하고 있을 때, 라디오 들으며 십자수 놓던 때가 기억난다.


 어쨌거나. 2013년 3월에, 2개의 '꿈꾸는 다락방'이 동시에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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