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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想나부랭이

책을 읽는다는 것

Dog君 2014. 9. 12. 09:31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다. 뭐 그냥 읽기만 하는 일이라면 별로 안 어렵겠지만, '독서'라는 말의 의미를 어떤 책의 시종始終을 일관하는 하나의 고갱이를 끄집어내는 동시에 그 곁가지까지 완전히 장악하고 그걸 다시 자기의 세계관으로 녹여내는 과정을 전부 지칭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면, 그건 꽤 어려운 일이다. 특히 전문분야를 다룬 책이면 더 그렇다.


  어떤 사람이 '독서근육'이라는 말을 썼던 것처럼, 여기에는 재능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살다보면 (또래에 비해) 독서를 참 잘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물론 타고난 재능의 영향이 완전 0은 아니겠지만서도, 그런 사람을 보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책도 열심히 읽고 생각도 많이 하고 메모도 많이 끄적이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독서라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라기보다는 많은 독서와 사색의 결과로 단련된 능력인 것 같다.


  나도 책을 적게 읽었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나도 책을 읽으면서 크게 헛발질을 할 때가 간혹 있다. 내가 책을 오독하는 것은 대개 두 가지 중 하나인 것 같다. 하나는 책의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내 지적 능력으로는 책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추상수준이 높은 철학 쪽 책이 여기에 속하는데, 주로 서양사 수업을 들으면 이런 책을 접할 수 있다. 그러니까, 도덕책에 나오던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데카르트를 필두로 하야 푸코, 들뢰즈 뭐 그런 양반들이 쓴 책.


  위의 문제가 지적 능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라면, 다음 문제는 지적 능력이 좀 애매하게 있을 때 생기는 문제.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이 책은 이러이러한 내용이로군 하고 머리 속에 정리를 하게 된다. 이게 정리를 잘 했으면 문제가 아닌데, 사람 정신이라는게 좀 묘한 구석이 있어서 일단 방향이 잘못 잡히면, 실제 책의 내용도 그런 방향으로만 읽히게 된다. 자기 정리에 안 맞는 내용이 나오더라도, 그냥 슉슉 넘어가게 되고 막 그런다는 거지. 정리를 할거면 제대로 하든가, 읽을거면 선입관 없이 글 자체에 충실해서 읽든가.


  어제 후자의 헛발질을 좀 했다. 아, 아직도 내가 '독서근육'이 좀 부족한가 싶어서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살짝 부끄럽고 그랬다...가 설핏 잠이 들었고, 집에 와서는 피곤해서 씻지도 않고 땀에 절은 몸으로 그냥 잤다는 것이 오늘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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