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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想나부랭이

아침 출근

Dog君 2014. 11. 3. 09:29



  5개월 정도 과천과 수원을 아침저녁으로 오간 결과 찾아낸 가장 효율적인 내 출근 시간표는 이렇다.


  7시 20~25분에 집에서 나와서, 10분 정도 걸어서 7시 35분에 7002번 버스 탑승. (35분마다 오는 버스라서 놓치면 큰일남.) 8시 15~20분 경에 하차. 다시 15~20분 정도 걸어서 일터 도착.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15분 남짓 되는 시간이다. 일터 도착 직전이라서 이 때 정신 셋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컨디션이 좌우되는 것 같다. 원체 중요한 시간이다보니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조차 상당히 중요해서, 이장혁의 '아우슈비츠 오케스트라'라든지 새드 레전드의 '슬픈 곡성이 들리는 밤' 같은 노래가 나오면 빨리 다음 곡으로 넘겨야 한다.


  하지만 음악이 나쁘다손 쳐도 길 자체가 무척 예뻐서 아침부터 기분을 망치거나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멀리 관악산을 바라보면서 걷고 있으면 맑은 하늘이 탁 트인데다가 요즘은 단풍까지 빨갛게 물들어서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마구마구 좋아진다. 게다가 걸어가는 길에 줄줄이 늘어선 은행나무의 낙엽들도,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진짜 예쁘다. 물론, 한 2주 전쯤에는 은행냄새가 지독했지만. (다른 식물들이 너나없이 향긋하고 달콤한 맛과 향이 나는 열매를 맺도록 진화한 반면, 유독 은행나무는 왜 똥냄새 나는 열매를 맺도록 진화한 건지, 자연과학자들은 적극적으로 해명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가을을 만끽하며 산책하는데, 발 밑에서 뭔가 와지직하면서 똥냄새 올라오면 아오 샹샹바.)


  지난 주말엔 내내 일만 했고, 급기야 간밤엔 그냥 거의 밤을 새운데다가, 오늘 아침은 졸라 춥기까지 하다. 가을도 다 갔나보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가을을 안 탔다. 난 이제 가을 감성조차 식어버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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