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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想나부랭이

동지(冬至)

Dog君 2014. 12. 22. 13:15

  고등학교에 들어가니, 반 배정이 좀 특이했다. 행정상으로는 국민학교나 중학교 때처럼 그냥그냥 배정을 했는데, 정작 수업을 할 때는 성적순으로 반을 나눴다. 그래서 등교는 '수업반'으로 했다가, 수업 마치고 야자시간에는 '행정반'으로 이동하고 그랬다. 전부 11개 반이었는데 수업반은 11반, 행정반은 1반이어서 수업 끝날 때마다 복도 끝에서 끝으로 책가방에 실내화가방에 바리바리 싸들고 가느라 보부상 차림을 해서 매일 같이 진땀을 뺐다.


  11반 담임 선생님은 28살의 초임 지구과학 선생님이었는데 (지금 나보다 젊다;;;) 열정과 체력이 넘쳐서 그랬는지 수업도 활기가 넘쳤고, 유머도 잘 쳐서 인기가 높았다. 때리기도 엄청 잘 때렸는데, 딱히 감정적으로 때린다는 느낌도 없었거니와 인기도 좋아서, 아이들도 모두 때리면 그냥 때리는갑다...하고 때리는대로 맞는 분위기였다.


  나는 공간감각과 수리능력, 독표령이 특히 떨어지는 학생이어서 지구과학이 수학만큼이나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칠판 가득 지구, 달, 태양 등등등을 그려놓고는 땀 뻘뻘 흘리며 설명하는 선생님 말씀을, 나는 자막 없는 프랑스 영화를 보는 자동차공학과 학생처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이 동지라서 갑자기 이 생각이 난다.


  동지는 24절기의 하나로, 대설과 소한 사이에 있다. 예전에는 '작은 설'이라고도 했는데, 동지에 팥죽을 먹어놔야 설날에 나이를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일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란다.


  요새 신문이고 인터넷 보니,


  밤이 참 길다.


  밤이 가장 깊을 때 비로소 해가 뜬다고 했지만은, 글쎄... 아마도 한동안은 해 뜰 일도 없을 것 같다.


  정말 긴 밤이다.


  밤이라서 밤인 것도 있지만은, 밤인데도 밤이라고 말을 못 하고, 어버버하고 있는 나도 참.


  "비겁해가, 내는 비겁해가, 숨어서 입 닥치고 있어가, 내 그래서 안 짤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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