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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를 여행하다 5 - The #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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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를 여행하다 5 - The #

Dog君 2015. 2. 8. 22:20

  2013년 1월의 일이었다. 친한 선배를 통해 고양이를 입양하지 않겠냐는 문자를 받았다. 그 때의 나는 오랜 자취생활에 슬슬 지루함을 느끼는 차였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나는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물론 뭐... 그렇게까지 씨니컬하지는 않았고, 지금 빨리 안 데려가면 안락사 당한다는 이야기가 꽤 크게 작용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때 문자와 함께 왔던 사진. 이런 사진을 보고 어찌 마음이 혹하지 않을 수 있겠냐.


  마 암튼 그러저러한 과정을 거쳐서 나는 유기묘(인지 그냥 도둑고양이인지) 2마리를 키우게 되었다. 학대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고양이들이었기 때문에 친해지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2년 넘게 지난 지금도 다른 집 고양이들처럼 살가운 사이는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서로에게 별다른 기대 안 하면서) 한 집에서 같이 사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고양이를 키워서 좋은 점은... 사실 별로 없는 것 같다(;;;). 털 날리니까 집 더러워지지, 끼니마다 밥 챙겨줘야 되지, 똥오줌도 치워줘야 되지 마음 써야 되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근데 또 그렇다고 마냥 귀찮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이, 집 밖에 나와 있으면 괜히 걱정도 되고 인터넷 서핑하다가도 고양이들에 대한 글은 한 번 더 보게 되고 막 그런 변화가 있다.


  이번에도 서론이 졸라게 길었는데, 암튼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곳이 Being with Cats 프로젝트.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그냥 길고양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프로젝트라고 보면 되는데, 자세한 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시고. (블로그 활동은 좀 뜸하고, 대신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은 활발하게 업데이트 된다.)


Being with Cats 블로그

Being with Cats 트위터

Being with Cats 인스타그램


  진주 얘기할거면서 이렇게 구구절절 고양이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바로 요 Being with Cats의 여러 물건들을 살 수 있는 응원가게 2호점이 진주에 있기 때문. (2호점이라고 해서 3호점, 4호점 막 계속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전국에 딱 두군데 있다;;;) 교육청 앞에 있는,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더샵(The #)이라는 곳이다.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것이 원래 종목이지만, Being with Cats 프로젝트의 취지를 들은 주인분이 선뜻 한쪽 공간을 내주셨다고.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언젠가 거길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드디어 이번에 방문.




  전에도 썼던 것처럼 진주에는 요즘 부쩍 새로운 뭔가가 많아지는 것 같다. 지역축제가 흥행대박을 치더니 뒤이어 큰 규모의 공기업이 이전을 하게 됐고, 그리고 몇 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사람과 문화가 모여들고 있다. 전후관계야 어쨌건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 아니겠나 싶다.


  더샵(The #)이 위치한 교육청 앞은, 어떤 면에서는 상전벽해 수준이라고도 할만하다. 나도 거의 10년 만에 가본 것 같은 그 거리에, 이제는 분위기 좋은 카페들과 식당들과 가게들이 가득했다. 그것도 스타벅스니 카페베네니 하는 것들도 아니고 (정말 하나도 없다) 하나 같이 각자의 상호와 인테리어들이다. 와, 진주에도 이런 골목이 있었나 싶은 정도.


  그런 점들을 다 감안하더라도 더샵은 좀 특이한 것 같다. 여전히 정체되어 있고, 좀 낡은 느낌 풀풀 나는 진주에서 이런 소품을 파는 곳이라니. 이런 가게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진주는 확실히 뭔가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랄까. (아, 이런 걸로 업그레이드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걸까.)


  암튼... 나는 이런 쪽으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각각의 소품에 대해서 품평을 할 처지는 못 되지만, 그런 내가 봐도 꽤 탐나는 물건들이 많다. 저런 소품들만 잘 모아서 배치만 잘 해줘도 좋겠다 싶은데. 책상 위 작은 서랍장이나 전기 스위치 커버부터 시작해서, 꽤 큰 가구까지 품목도 꽤 다양하다.








  역시 문제는 가격이겠다만은,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감수할만한 수준인 것도 같다. 아니 뭐 꼭 내 집 내 방 꾸미는 용도가 아니어도, 친구네 집 집들이 갈 때 간단한 소품 몇 가지 사서 가도 될 것 가면 센스 있다는 소리 들을 정도는 안 될라나. 거기에 길고양이들 도와주는, 취지 좋은 운동에도 참여하는 가게니까 그것도 얼마나 좋노 이말이다.



  '도농복합도시'라는 표현이라든지, '선비의 고장 예향의 도시'처럼 푹 고은 사골 모냥으로 한 60년 가까이 써먹어온 캐치프레이즈는 듣는 것만으로도 곰삭은 내가 나는 것 같은 공감각적 힘이 있어서, 더는 그런 단어로 진주가 표현되지 않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런 젊은 가게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고향 내려가는 재미가 있지. (부모님이 결혼하란 말씀만 안 하시면 더 좋겠다만은.)



진주를 여행하다 1 - 형평운동가 강상호 묘소

진주를 여행하다 2 - 강주연못

진주를 여행하다 3 - 소소책방

진주를 여행하다 4 - 진주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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