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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A, ADM 116/6404. 본문

잡想나부랭이

TNA, ADM 116/6404.

Dog君 2021. 5. 22. 23:55

 

TNA, ADM 116/6404.

 

  문서를 뒤적이다보면 뜬금없이 사진 같은 것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아무 단서도 없이 그냥 사진 한 장만 툭-하고.

이 두 장의 사진은 육하원칙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한다. 찍은 날짜도 장소도 없이 'Korean E.N.S.A.(한국인 위문단)'라는 짤막한 설명이 전부다. 함께 첨부된 다른 자료를 통해 한국전쟁 당시 서해안에서 배치되었던 영국 해군 소속 어느 함상이라는 것 정도만을 추측할 수 있다.

 

  이국의 병사들이 둘러싼 가운데서 노래를 부르는 저 사람, 그리고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춤을 추는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내 나라를 도와주러 멀리서 온 병사들의 사기 진작에 이바지한다는 사명감에 여기까지 온 걸까, 혹은 이국의 남성들의 던지는 묘한 눈길에 부끄러움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을까. 사진기 셔터가 눌리는 찰나의 엷은 미소만이 남아있을 뿐, 이 사진이 말해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사진 속의 저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저 사진 이후에도 그의 일상은 계속되었을텐데, 저 사진 이후로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았을까. 70년쯤 전의 일이니 아직 어딘가에 살아있을지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사이 어디선가 삶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자기 모습이 찍힌 사진이 어디 문서고에 보관되어 있으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을 것이고... 분명 과거 어느 시점 어느 장소에서 실제로 있었던 어떤 순간을 담은 것일텐데, 과거의 저 순간은 또 어떤 인연으로 지금 나 손에 들어온 걸까.

 

  가끔 이런 사진을 만날 때마다 꼬리를 무는 복잡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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