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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전기는 가능하다 (하승수, 한티재, 201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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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전기는 가능하다 (하승수, 한티재, 2015.)

Dog君 2021. 6. 13. 23:14

 

1. (책이라기보다는 팜플렛에 가까운) 이 책의 주장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현재 한국의 전력체계는 특정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건설된 대규모 발전시설들이 초고압 송전선을 통해 전력을 송전하는 형식인데, 이 때문에 송전선 건설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전력집중에 따른 취약성의 증가와 지역 갈등의 조장 등)이 생기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발전시설을 통한 지역분산형 발전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 정도가 될 것 같다.

 

2. 중학교였나 고등학교였나, 기술 시간에 배웠던 옴의 법칙 이후로 전기공학에 대해서는 단 1도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나로서는 (사실 그마저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이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 검증할 능력이 없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속으로 뜨끔했던 것은, 한국 전력산업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는 지금 나의 작업이란 결국 작금의 발전체계의 형성과정을 역사적으로 설명하는 작업이기에, 결과적으로는 그것의 역사적 타당성(혹은 당위성)을 정당화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나는 분명 역사학이란 지나간 과거에서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굴하는 작업이라고 믿어왔는데, 정작 내가 하는 공부는 그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말이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를 한 곳에 몰아 짓고 초고압 송전선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많다. 이 발전소들과 연결된 76만5천 볼트 송전선에서 사고나 나면, 그 충격으로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기들이 한꺼번에 탈락할 수가 있고, 그것이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대규모 발전소가 한 곳에 몰려 있지 않다면, 송전선에 고장이 나더라도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는데, 대한민국은 그 반대의 상황인 것이다.
  결국 발전소를 한 곳에 몰아 짓고, 초고압 송전선으로 전기를 송전하는 방식이 국가 전체의 전력계통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문제부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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