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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 제자로서 지도교수님의 책에 대해 이러저러 말하는건 좀 주제넘은 일인 것 같지만 책의 주제가 지금도 가장 관심이 많이 가는 주제인지라 그냥 넘어갈래야 넘어갈 수가 엄따. 뭐... 어마어마한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세상이니 눈에도 잘 안 띄는 이런 서평 하나 쓴다고 선생님께 덜커덕 걸릴 것 같지도 않고... ㅋ 2. 보통사람들이 어쩌고 학살이 어쩌고 일상이 어쩌고 하는 글을 읽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관점은 둘이다. 전지적 연구자 시점과 일인칭 동네사람 시점이라고 말하면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읽어서 무슨 뜻인지는 아니까 이 정도 표현으로 타협짓고 넘어가자면. 3-1. 역사학을 연구하는 학자라면 응당 전지적 연구자 시점을 택해야 하는데 그 내용과 결론은 사람마다 좀 다르기는 하지..
1-1. 지난 해에는 초여름부터 초겨울까지가 요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상태가 메롱메롱한 상태였는데 특히 늦여름 이후부터는 가히 멘붕 직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되었고... 1-2. 상황이 그러하다보니 대학원에 두고 온 공부 생각도 좀 나고 막 그랬는데 마침 도올 김용옥이 EBS에서 중용 강의를 했는데 짤리고 뭐 어쩌고저쩌고 하는 일들이 생겨서 그럼 그거나 찾아볼까 했는데 2011년판 중용 강의는 없고 2004년판 한국사상사 강의가 있네. 꿩 대신 닭이고 이 아니면 잇몸이니 그거나 다운받아보자 싶어서 챙겨봤는데... 2. 도올 김용옥이야 이름만 많이 들어봤지 글을 읽어본 적도 강의를 들은 적도 없...는건 아니고 예전에 도덕경 강의만 띄엄띄엄 본 기억이 나는 정도에 불과해서 그이의 사상에 대해서 아는..
1-1. 얼마 전에 세미나 때문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한 진보 성향을 문학비평계간지를 읽고 발제할 일이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거기에 쓰인 단어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와닿지를 않더라는 것. ‘87년 체제’, ‘연대’, ‘근대성’, ‘2013년 체제’... 아니, 아저씨들 많이 배우시고 똑똑하신건 알겠는데 그래서 이 말들이 지금 우리 사는거랑 상관이 있기나 한건가요? 1-2. 진보를 망하게 하는건 분열만이 아니다. 내 보기에 진보는 어려워서도 망한다. 아니 뭐 말은 많은데 이게 내 얘기를 하는건지 어디 올림푸스 산에 있는 얘긴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런 점에서 진보의 이야기를 (육두문자를 포함한)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김어준의 존재는 소중하..
1-1. 가히 '맛'의 시대다. 인터넷에는 맛집 블로그가 차고 넘치고 길바닥에는 TV에 안 나온 집이 없다. 너무 많아서 이제 신뢰감이 떨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뭐 암튼 많긴 많다. 물론 많다는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나부터 해서 소개팅 자리 물색할 때 그들의 덕을 많이 보니까. ㅋㅋㅋ 1-2. 당연히 문제도 있다. 그 많은 이야기들 그 많은 글들이 (의도했건 안했건) 그 많은 음식들에 너무 많은 수식을 갖다 붙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근거없는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따져봐야 된다. 2-1. 기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음식문화가 유구한 전통을 가진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맛을 두고 흔히들 매운 맛을 내세우곤 하지만 지금처럼 고추가 대중적으로 쓰인 것은 채..
1. 절친께서 덜커덕 선물로 사준 것이다. (앞뒤 정황을 생각하면 정말 '덜커덕'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한참 읽다가 지난 설에 고향집에 두고 와버린 것을 이번에 집에 내려가서 후딱 읽어버렸다. 대단한 통찰력이 보이는 것도 수려한 문장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아마도 번역된 것이라서 그럴 것이다) 끝난 후의 먹먹함이 좋다. 2. 우리는 살아가면서 '못 살겠다'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들 하는가. 그러고 보면 대개의 삶이란 항상 우리의 조소와 비아냥, 개탄의 대상이 되곤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삶에 좀 더 많은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 3. 삶에 대해 냉소하는 것이야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그렇게 냉소하면서도 동시에 애정을 가지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1. 역사가들은 흔히 소설을 단순히 '꾸며낸 허구'로 치부해버리곤 하지만 종종 소설은 역사서술이 가지지 못한 통찰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시도된 이후 수없이 명멸해간 그 많은 소설가들의 이름을 곱씹다보면 이들이 우리에게 던진 생각의 거리가 역사가가 던진 그것보다 훨씬 많음을 쉬이 알 수 있다. 2. 헌책방에서 사다놓은 것을 어젯밤에 다 읽었다. 초판이 나온 것은 76년이지만 내가 읽은 것은 2판하고도 몇십쇄를 더하고 93년에 나온 것이다. 93년 다이어리에서 찢어낸 속지가 책갈피 삼아 끼워져있었다. 3. 또한 사다만 놓고 읽지 않고 있었던 빌헬름 라이히의 '파시즘의 대중심리'를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0. 나는 여지껏 '들이키다'가 맞는줄 알았는데 '들이켜다'가 맞다. 액체나 기체를 단숨에 들이마시는 건 '들이켜다'가 맞고, '들이키다'는 '안쪽으로 가까이 옮기다'라는 듯이란다. 나름 글 잘 쓰는걸 업으로 삼았는데 이 정도도 몰랐다니 부끄럽다. 우리말도 제대로 쓰려면 이리 어렵다. 1. 누구였더라, '맥주는 술이 아니야'란 노래도 있었잖아, 왜. 도수도 낮고 시원해야 맛있고 적당한 탄산까지 있으니 '보리탄산음료' 맞지. (맥콜 떠올리는 사람 있으려나.) 2. ... 맥주는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기 4,000년 전에 이미 즐겨 마시던 음료였다. (중략)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서는 맥주 만드는 법을 기록한 라는 이름의 석판을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수메르가 이룩한 두 가지 중요한 문화적 업적을 아우르는 ..
1. 미시사를 둘러싼 이런저런 앞뒤 맥락들이야 이제는 상식 수준이니 일단 여기서는 잘라버리자. 2. 근대 역사학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들어오던 '양적 대표성'에 도전하는 '이례적 정상'이라는거, 난 참 마음에 든다. 전에 구술사와 일상사를 배울 때도 늘 느꼈던거지만 문서고에만 처박혀 더 많은 자료를 볼수록 좋은거라는 원칙이야 물론 성실한 역사가의 기본덕목이겠지만... 난 좀 그렇다구요. 3. 이야기체 역사학의 부활을 말했던게 로렌스 스톤이었던가. 딱딱한 문장에 선명한 논리적 구성, 비전공자는 절대로 알아먹을 수 없는 난해한 단어의 배치, 많이 달아놓는게 자랑이 되어버린 각주의 대향연들. 역사학자들이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들수록 점점 역사학은 은둔형 외톨이만의 전유물처럼 되어간다. 4. 그래서 결론은 아이폰?
1. 노회한 역사가답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그렇게 바라본 세상을 글로 풀어내는 솜씨도 무엇 하나 쉬이 보아 넘길만한 것이 없다. 이 세상에서 역사학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할 것인가 거듭 고민한 결과가 아마 이 책일 것이다. 2-1. 그가 책 내내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 젊은 연구자들과의 생각의 차이. 책을 읽고 있는 나조차도 '에이 이건 아닌거 같은데용 ㅋㅋㅋ' 하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던걸 생각하면 꼭 맞는 말이다. 2-2. 선생으로서는 그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지만 앞세대가 만들어둔 것에만 안주하여 그 이상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는 것도 젊은 세대로서는 게으른 것이다. 부지런히 까고 부지런히 물어뜯는 것이 우리 세대의 임무겠지. 3. 간만에 긴장 풀고 편하게 독서했다. 즐거웠다.
1-1.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지독한 오해 중 하나는 '마르크스주의자는 무신론자이다'라는 것이고 마르크스주의의 지독한 오해 중 하나는 '종교는 세상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방해한다'라는 것이다. 나도 한때는 정말로 그런 줄 알았다. 1-2. 그런데 10년도 더 전에 한 인터뷰에서 서준식은 대략 이런 취지로 말을 했었다. "유물론의 반대는 유신론이 아니라 관념론이다." 이 말을 듣고 깨우친 바 있었다. 얼추 대학 3학년 땐가 4학년 때부터 이런저런 관심을 가지고 틈틈이 기독교史를 공부했다. 공부하고 보니 이거 웬걸 싶었다. 1-3. 그러고 김규항도 대략 이런 취지로 말을 했었다. "나는 진정으로 사회주의를 소망하고 내 나머지 삶을 연관시키려 하지만 사회주의가 인간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