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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0-1. 글을 읽으며 내내 추측하던 것인데 한켠의 무대가 되는 C시는 역시 내 고향이 맞았다. 내내 익숙하던 지명에 익숙한 풍경들을 이입하며 글을 읽는 재미도 나름 쏠쏠했다. 0-2. 제목에는 출판한 햇수만 쓰고 출판사를 쓰지 않았는데 내가 읽은 것은 2006년에 나온 이병주 전집의 것이었기 때문. 1. 이런저런 이야기들과 감상들이 있지만 거개가 지난 메모에 써둔 것과 별 다르지 않거니와 쓸데없이 소설의 내용을 털어놓는 것도 장래의 독자들에게 그닥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 진부한 감성을 늘어놓는 짓은 생략하고 싶다만은. 2. 결국 '관부연락선'의 주제의식 양 극단의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먹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정도로 수렴된다. 어쩌면 이병주는 이 소설을 통해 이념이 과잉하던 시대에..
0-1. 살아가면서 필요한 여러가지 능력 중에 '통찰력'이라는게 있는데 이게 유독 내게 부족해서 난감한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서 어떤 사물 혹은 사건을 관찰하는데 있어서 단숨에 전체 그림을 그려내지를 못한다... 뭐 대충 이런건데 그런 탓에 내 기억 속에 무의미하게 흩어져있는 수많은 편린들이 어떤 계기로 인해서 하나로 조합되기 전까지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공부의 길을 걷는데 있어서 애로사항이 꽃핀다. 아오.) 0-2. 하지만 그 반대급부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산포된 작은 조각들이 하나의 논리회로 속에 재배치되는 순간은 매우 즐거운 순간이라는 것. 최규석을 알게 된 것도 얼추 그런 과정이라고 하겠다. 1-1. 몇 년 전에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를 처음 보고 꽤나 충격을..
1-1. 솔직히 말하자면 좀 불편하다. 앞에 쓴 '러시아 혁명과 레닌의 사상'도 그렇고 이것도 마찬가진데, 이처럼 근본적이고 강퍅한 이야기를 던지는 책이 나는 솔직히 좀 불편하다. 당장 내가 원칙주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한 때 상당한 수준의 원칙주의자였음을 상기한다면 이런 마음의 무거움은 더해진다. 거기다 며칠 전 어떤 술자리에서 한 선배에게 "그건 너무 근본주의적이에요."라고 대들었던 것까지 생각하면야. 1-2. 최근에 잠시 김규항을 멀리 했었다. 몇 가지 일들이 누적되어서인데 김규항이 일반적인 안건들에서 보여주는 올바른 자세들이 어떤 특정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전혀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발견해서였다. 하지만 최근에 그러한 이유만으로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생각 외로 편협..
1-1. 잘 따져보면 자연계와 인간계(물론 이 두 가지가 딱 잘라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는 참 닮은 구석이 많다. 특히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더 그렇다. 자연계의 변화를 연구하는 것이 아마도 진화론일텐데 이 진화론에서 진화를 설명할 때는 점진적 변화가 누적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돌연변이나 어떤 특정한 사건을 통해 급진적인 변화가 단번에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부디 맞길. 난 자연과학과 안 친하거든.) 1-2. 아마도 인간계에서는 '혁명'이 그러한 사건에 속할거다.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가장 많은 것들이 변화하는 일련의 사건의 덩어리들. 우리가 혁명이라고 부르는 역사적 사건이란 대개 이런 것들이다. '혁명'이라 하면 얼핏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몇 가지 사건들이 있지만 역시 '혁명'이라고 할 때 우리에게 가..
1. 하도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책이라 여기서 내가 뭐라뭐라 말 붙이는 것도 낯간지럽긴 하지만 그래도 꼭 한 마디 정도는 해야겠다 싶어서 짤막하게 정리해본다. 2-1. 이 책에 대한 가장 무식한 오독 중의 하나가 "아 ㅅㅂ 그러면 '민족'이란게 있지도 않은걸 뻥치고 있는 소리란거냐"라는 건데, 꼭 제대로 안 읽어본 애들이 제목만 보고 그런 말씀들을 하신다니깐요. 2-2. 물론 그러면서 이런 소리는 한국의 역사에는 적용이 안 돼...란 소리가 따라오는데 저도 결코 이걸 '적용'할 생각은 없습니다...라는거. '적용'하려고 읽었다면 그것도 그렇게 무식한 소리가 없는거거든요. 3. 겔너(Gellner) "민족주의는 민족들이 자의식에 눈뜬 것이 아니다. 민족주의는 민족이 없는 곳에 민족을 발명해 ..
1. 맥아더(Douglas MacArthur)와 워싱턴이 북한에게 사실상 '무조건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을 재차 요구하고, 무엇보다 중국의 참전에도 불구하고 적의 절멸을 추구할 때 그것은 이미 제한전쟁일 수 없었다. 미국에게는 기본적으로 제한전쟁의 개념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제한전쟁은 능동적으로 선택된 전쟁전략으로서가 아니라, 중국의 압박에 의해 불가피하게 강요된 피동적 전쟁전략이었다. (p. 25.) 2. 최근 우리는 한국전쟁의 시작을 포함해 미국의 북진 및 한만국경 진격이 전부 오인(misperception)의 산물이었다는 전통적인 국제정치적 해석의 뚜렷한 재등장을 목도한다. 이에 따를 때 한국전쟁은 끝없는 오판의 연속이었다. (중략) 그것은 자료들이 보여주듯 오..
1. 자주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의도한 것이든 우연이든 출판 혹은 발매와 발맞춰 컨텐츠를 구매하는 일이 매우 적은데, 지난 11월에 나온 책을 벌써 후루룩 다 읽어버린 내 모습을 보자니, 이건 역시 오덕 본능. 2-1. 좀 짜증나는건 이런 책에 늘상 붙게 마련인 자화자찬 및 이런저런 구구한 찬사들. 일단 저 부제부터가 마음에 안 드는데 '음악으로 굴곡진 삶을 관통'했다니... 아니 뭐 틀린 얘기는 아닌데, 이게 그렇다고 '이것이 인생이다'나 '인간극장' 뭐 이런거 아니잖아? 2-2. 본인도 출간에 맞춰,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썼다... 뭐 이렇게 인터뷰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에이... 횽아도 얼추 50 넘어서 술이랑 약물 끊으셨으면서... 게다가 마누라가 나랑 나이가 몇 살 차이 나더라..
1. 개뿔도 모르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지금보다 더 모르던 시절에 읽었던 책을 지금 시점에 다시 읽으면 그 때는 포착하지 못했던 걸 잡아내거나 잘못 독해했던 부분들을 교정하는 재미(랄까 씁쓸함이랄까)가 꽤나 쏠쏠한 편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난건 복학 후의 전공수업에서였는데, 아마 07년 1학기였던가 그랬을 것이다. 만만치 않은 두께에 난해한 직역투의 문장 등으로 인해 상당한 난이도로 다가왔던 책이었다. 어찌어찌 내가 필요한 극히 일부분만 발췌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2. 내용은 크게 세 부분 정도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다섯 장chapter은 내용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개념을 정리하고 있고, 그 이후 세계 각처에서 일어났던 포스트식민주의적 실천의 역사적 궤적 정리, 마지막으로 푸코와..
1.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꽤나 오래전부터 읽고 싶다고 마음을 먹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읽지 못하던 것을 (지인들에게 생일선물로 사달라고 졸랐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생회실에 굴러다니던 것을 거의 훔쳐오다시피 해서 들고와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그럴 일은 없겠으나, 혹시 이 책의 주인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과학생회실에 되갖다놓을테니 가져가시길... (6장에만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놓은 것으로 보아 6장만 읽으신 듯...) 2. 확실히 대중을 위해 쓰인 책이기 때문에, 나같은 역사전공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당연하게 통용되는 사실들(사진, 영화, 만화 등이 묘사하는 역사적 사실들이 결코 객관적인 진실이 아니며 그 속에는 이미 작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상당한 ..
0.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참으로 간만의 글이라는 점을 미리 알리면서... 그동안 내가 바쁘긴 바빴나보다. 근데 어째 해놓은건 하나도 없는걸까. 1-1.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이고 아마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이 길로 먹고 살 것 같은 내 상황상 새삼스럽게 이 자리에서 유럽중심주의가 왜 나쁜 것이고 그것이 왜 어처구니없는 것인지 주구장창 떠들 이유는 없어 보인다. 네이버 블로그에도 널리고 흘러넘치는 그런 지식을 재생산하는게 내 임무는 아니라고 믿거든. 1-2. 제목만 봐도 딱 느낌이 오는 것처럼, 이 책 역시 유럽중심주의에 관한 또 하나의 탁월한 비판서의 대열에 포함된다. 굳이 장점을 꼽자면 현재 서구학계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학자들의 글을 직접, 즉 대놓고 까는 글이라는 것. 비전공자들에게는 다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