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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연초 내 타임라인의 화제는 단연 '김장하'였다. 김장하 선생의 활동범위는 진주를 벗어나지 않지만 다양한 지역과 성향을 가진, 그래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여러 분들이 제 타임라인에서 김장하 선생을 이야기하며 존중과 존경을 표했다. 선생에 대한 사람들의 존경은 꼰대질과 라떼만이 넘쳐날 뿐 정작 '어른'은 찾기 힘든 요즘 세태 때문일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갈등인 세대 갈등은 어쩌면 존경할만한 윗세대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에도 '어른'이라고 할만한 분이 있었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며 일갈했던 채현국 선생이다. 어딜 가서든 직설적인 말투를 굽히지 않았던 채현국 선생은 뭐랄까, 괄괄한 죽비 같았다고나 할까. 김장하 선생은 그와는 정반대 의미에서 '어른'이라고 할만..
고향에 내려가는 길에는 가끔 고향과 관련된 책을 읽곤 한다. 몇 년 전에는 오쿠다 히데오의 『무코다 이발소』를 읽었는데, 읽을 때는 낄낄대며 읽다가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에는 지방의 작은 중소도시 출신의 비장함 같은게 새삼스럽게 밀려왔던 기억이 난다. 형평사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23년에는 그보다 더 비장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서 이 책을 집어들고 설날 귀향버스에 탑승.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3.1운동을 전후로 한 진주의 사회운동을 충실하게 정리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연구논문 모음집치고는 각 글이 꽤 긴데, 그 많은 분량에 진주 지역의 사회운동 전반이 충실히 정리되어 있다. 3.1운동의 전개양상을 다룬 논문만 해도 시위상황을 정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만약 그..
고백하자면, (지인인 공저자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책에 대해 큰 기대가 없었다. 대학원생의 열악한 처우 이야기는 (적어도 나에게는) 별달리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일이기도 하고(석사과정 때 한달 수입이 572,000원이었다.), 대학원생들이 모여 늘어놓는 '내가 더 좆됐어요' 류의 푸념은 이제는 진부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게다가 제목을 하필 '한국에서 박사하기'로 짓는 바람에 이 책은 누가 봐도 한국 대학원생의 열악한 처우를 논하는 걸로 보이게 됐다.) 연구자가 처한 곤경을 말하자면 며칠 밤을 새도 모자라다. 경제적인 면도 그렇지만 고용안정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탓에 그로부터 비롯하는 불안감과 우울을 신체의 일부분처럼 달고 사는 연구자들의 정신위생까지 생각하면, 하아..
탕수육은 그렇게 트렌드에 밝은 편이 못됩니다. 남들은 PPT와 프레지로 화려하게 발표를 하던 학부와 대학원 시절에도 꿋꿋이 워드로 만든 종이유인물로 발표자료를 돌렸으니 말 다했죠. (심지어 편집도 없이 바탕글 그대로...) SNS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이 글도 SNS에 쓰는 것이기는 하지만 결코 SNS를 잘 이용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죠. 그저 글을 쓰고 내보일 공간이 마땅찮아서 SNS에 이렇게 쓰고 있을 뿐, SNS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는 초보 수준입니다. 그렇게나 SNS에 어두운 탕수육도 어쭙잖게나마 역사학의 언저리에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역사학 역시 미디어에 대해서 보수적이기 때문일겁니다. ㅎㅎㅎ 그런데 그게 마냥 웃고 넘길 문제만은 아닙니다. 그런 보수성은 역사학이 독서시장에서 지금처럼 찬..
(책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책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다른 역사책에 비해서는 스토리가 중요한 책이므로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은 책을 읽으신 후에 이 글을 읽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요직을 지내신 한 역사학자가 있습니다. 80년대부터 진보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학생운동에도 시나브로 영향을 주었고, 학문적 성취도 대단한 분입니다.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강성보수로 돌아선 것은 그의 조부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그 분의 개인사를 알지는 못합니다만, 아마도 자기와 친밀한 관계였던 할아버지에게 '친일파'라는 이름이 씌워지는 것을 참기 어려웠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노라 크루크는 독일 출신의 미국인으로, 아..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인종주의의 근대성과 체계성입니다. 인종주의가 단지 비합리적이고 일탈적인 증오심에만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18세기 이래로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온 서구적 근대의 기반 위에 있다는 말입니다. 즉, 서구가 달성한 근대성과 인종주의는 사실상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라는 지적이죠. 물론 우리와 다른 인종, 예컨대 유대인이나 동아시아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편견이야 한참 오래 전부터 있던 것입니다. 하지만 18세기 이후에는 거기에 온갖 '과학적', '합리적' 근거가 덧붙으면서 타 인종에 대한 차별과 증오를 이성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기 시작합니다. 2022년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이성과 합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인종주의의 위험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
현재환·홍성욱이 엮은 '마스크 파노라마'를 읽었습니다. 코로나와 함께 시작된 마스크 쓰기는 이제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갑갑한 것이 싫어서 마스크는커녕 장갑도 잘 안 끼는 저도 이제는 마스크 쓰는 것이 특별히 어색하지 않은걸 보면 말이죠. 그런데 종종 언론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조치의 해제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슬슬 마스크와의 작별을 준비할 때가 왔나 싶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지난 1년을 결산하고, 졸업식을 앞두고는 지난 학창시절을 돌아보듯이, 마스크와의 작별을 준비하는 지금 이 시점에 마스크를 둘러싼 일련의 사회적 변화와 실천(이 책에서는 이것을 '사회물질성socio-materiality'이라고 명명합니다)을 살펴보는 '마스크 파노라마'의 기획은 꽤 유의미해 보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제목 그대로, 그리고 방송에서 들으신 것처럼, 문제적 인물 서태후를 중심으로 중국근현대사를 살펴본 책입니다. 태평천국운동부터 신해혁명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들을 정석으로 읽고 배우려면 꽤 지루합니다. (역사는 암기과목이니까... ㅠㅠ) 하지만 이 책은 문제적 인물 서태후를 중심으로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 마냥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러니 '태양의변신' 같은 편법(?)도 딱히 필요가 없죠. 서점에 놓인 많은 역사책이 특정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유튜브에서도 '우리 역사상 최악의 정치인 Top 3' 하는 식의 콘텐츠가 높은 인기를 누립니다. 그런데 정작 역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런 식의 인물 중심의 접근을 꺼리거나, 혹은 매우 신..
이 책은 '한국 전근대사의 주요 쟁점'(2002)과 '논쟁으로 본 한국사회 100년'(2000)을 2009년에 전 2권의 개정판으로 낸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제목이 되기는 했지만 애초에는 별개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두 권은 구성은 약간 다릅니다. 방송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차이를 우열의 차이로 이해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보다는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겠다... 정도로 이해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특정한 학술적 쟁점에 대한 논쟁을 확인할 수 있는 1권은 역사학 학부 정도 혹은 역사학 연구 동향을 보다 깊이 살펴보시고 싶은 독자에게 어울릴 것 같고, 2권은 대학 교양이나 중고등학교 근현대사 수업 혹은 한국 근현대사를 간단하게 훑어보고 싶은 독자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1권처럼 학술적 논쟁의 역..
이 책은 식민지기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촉구합니다. 식민주의를 극복[脫]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억압과 착취에 대한 비판은 물론이고 식민주의가 우리 안에 남겨둔 '생각의 방식'과도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안의 친일'이라고 도발적으로 제목을 지은 것도, 친일을 비판하는 우리 자신 역시 식민주의가 남긴 '생각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임을 지적하기 위함이겠지요. 그런데 이러한 관점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꼭 식민지에 국한된 것도 아니구요. 지금 이 시점에서 박정희시대를 조망한다는 것은, 승하한 군주의 공과를 따지는 이조시대 사관의 임무가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를 만든 그 생체권력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깊이 각인해놓은 '바이오코드'를 찾아내어 청산하는 치유적(therapeu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