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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미국 대통령 중에서 에이브러햄 링컨보다 유명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매일같이 뉴스에 현직 미국 대통령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의 생애 전체를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링컨에 대해서는 누구나 어릴 적 위인전을 통해 그의 생애는 한번쯤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순전히 독학으로 변호사가 되고 마침내 미국 대통령이 되어 흑인노예를 해방시키고 남북전쟁으로 갈라진 미국을 통합시켰다는 이야기 말이죠. 당연하게도, 당시의 미국 정치를 링컨만으로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 역시도 당대에는 결국 한 사람의 정치인에 불과했을테니 내각을 구성하고 상대편을 설득하는 등등의 복잡한 정치활동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한 내용들을 비교적 상세하게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 '권력의 ..
이 책의 주장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불평등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자본주의 질서에서 모든 이가 같은 소득을 누릴 수는 없으니 소득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격차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그것은 사회적인 문제가 됩니다.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일단 노동의 재생산부터 불가능해집니다. 또한 소득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진 사회는 역동성을 잃고 정체(停滯)합니다.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불평등이 증가/감소한다는 것은 소득의 편차가 증가/감소한다는 뜻일 뿐 그 자체로 가치판단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불평등이 증가/감소한다고 해서 사회정의가 바로세워지거나..
이번 서리북은 판형이 작아진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손에 들고 보기에 딱 좋을 정도로 작아져서 여기저기 들고다니며 읽기가 많이 편해졌습니다. 물론 그전의 판형에 대해서도 딱히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편하긴 편하네요 ㅎㅎㅎ. 서평을 읽는 것은 보통의 독서와는 다른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서평의 목적이 저자의 적극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겠죠. 아직 읽지 않은 책을 구입하거나 구입하지 않게 한다거나, 이미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서평자와 견줘보게끔 하는 것 말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서리북도 즐거운 독서경험이었습니다. 한 때는 서리북에 대해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졌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느낌도 많이 줄었습니다. 모든 서평을 다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읽은 서평에서는 꽤..
『사상계』, 『여학생』, 『여원』 등의 잡지를 통해 1960-70년대의 과학기술담론이 젠더를 어떻게 위계화시켰는지를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은 박정희 정권기 저항이데올로기의 아이콘과도 같은 잡지인 『사상계』를 통해 저항적 민족주의마저도 젠더의 위계화라는 측면에서는 지배이데올로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한 당대 '여성지'의 대표격인 『여학생』과 『여원』을 통해서는 동물성으로 특징지워진 여성의 신체(그 반대 위치에는 기계신체에 대한 선망이 자리합니다.)를 말할 때는 월경이나 처녀막 등이 불완전함의 상징으로 내세워지는 점과 여성성 내에서도 서구적 여성성과 한국적 여성성이 대비되며 여성성이 다시금 식민화되고 위계화되는 점을 지적합니다. 일견 가치중립적으로 보이는 과학기술 역시 그것을 둘러싼 사회..
우리가 경매에 참여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세계적인 경매사인 소더비(그리고 크리스티)의 이름은 꽤 친숙합니다. 가끔 외신에서 무슨무슨 문화재가 얼마얼마의 가격에 낙찰됐다는 식의 뉴스로 여러번 접했기 때문이죠. 작고 낡은 물건 하나에 (우리 같은 보통 직장인은 평생 만져볼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간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이번 달 내 월급은 왜 이런가 하는 생각, 어디 저만 했겠습니까 ㅎㅎㅎ. 하지만 제 월급 액수와 상관없이, 저는 서구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경매에 냉소적입니다. 거기서 거래되는 물건 중 상당수가 제국주의 침략 과정에서 약탈한 것들일텐데, 그런 것들을 두고 호사스러이 미美와 역사를 논하는 것이 너무 보기 싫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소더비에서 거래된 경매품을 다룬 이 책도 이..
대체 얼마만에 읽은 소설인가 싶습니다. 소설에 대해서는 뭐라든 말을 보탤 깜냥이 못됩니다. 그 때문에 제가 선택한 방법은 마음 끌리는 소설가의 신작을 꾸준히 따라읽는 건데요, 그런 식으로 비교를 하면서 봐야 그나마 소설의 맥락이 이해가 됩니다. 그렇게 제가 따라 읽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이 김중혁이고요. 김중혁의 단편은 언제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그의 단편소설 속 세상은 현실과 공상의 절묘한 경계에 있는 듯해서 설정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지요. 다만 초기에 쓴 장편소설에서는 힘이 부친달까, 밀도가 옅달까, 암튼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느껴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런 느낌이 점점 옅어지더니 이 책은, 음, 김중혁 특유의 공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도 마지막..
저에게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입니다. 제 경험과 감각의 범위가 좁으니 책으로 그 범위를 넓혀보려고 한다...고 설명하면 될까요. 제가 알지 못하는 경험과 감각을 저는 책을 통해 약간이나마 살펴보곤 합니다. 애초에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저와 다른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알아보려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런 애초의 목표는 대체로 온전히 달성되지 못합니다. 누군가가 일생에 걸쳐 쌓아온 정체성과 경험을 단 몇 시간의 독서경험으로 이해하는 것이 말처럼 쉬울리가 없으니까요. 이런 사실과 이런 생각과 이런 경험이 있구나...하는 정도만 혀끝에서나마 느껴진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의외로 이 책은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성소수자의 '소수성' 혹은 '규범으로부터의 일탈' 같은 것들을 곰곰 생각..
조선의 대외정책은 흔히 사대주의로 설명됩니다. 태조 이성계가 권력을 장악한 계기인 위화도 회군 당시에 내세운 명분 중 첫 번째가 '이소역대(以小逆大,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거역함)'가 불가하다는 것이었으니 조선이라는 나라는 사대주의가 애초에 DNA에 새겨진 나라였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그런 우리의 상식은 수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15세기에 활발했던 대외정벌, 특히 여진족에 대한 정벌은 사대주의로는 좀체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여진이 오랑캐라고는 하지만 이들에 대한 조선의 독자적인 군사행동은 이미 그 자체로 사대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인데다가, 여진족에 대한 군사행동은 명의 강역을 침범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책은 여진족에 대한 장악력을 두고 조선과 명나라가 서로 ..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가미카제神風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역사적 중요성과 별개로 워낙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이기도 해서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우리에게 꽤 친숙하지요. 폭탄을 잔뜩 실은 비행기로 적군 전함에 뛰어드는 자살폭탄공격이라니,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가미카제를 말하는 매체는 대부분 전쟁 말기의 광기狂氣나 불가해함을 말하며 놀라고 경악하는 표정을 보이기 바쁘죠.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불과 80여년 전의 일이니 대단히 멀지도 않은 일입니다. 아무리 전쟁 중이었다고 하지만 하나 밖에 없는 자기 목숨을 버려가며 적함에 자살공격을 감행했던 그 많은 파일럿들은 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