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2014년 9월 27~28일의 근황 본문
1. 금요일 밤에 긴급하게 술자리가 잡혔다. 그간 억울한 송사에 휘말렸던 효성씨가 무죄로 확정판결 받은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21세기가 되고도 한참 지난 아직까지 이런 일로 시달려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 라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공덕동 족발 골목에서 시작한 술자리는 부어라 마셔라 하던 끝에 1시가 넘어서야 파했다. 그러고 나는 택시 잡고 어쩌고 하느라 2시 40분 즈음에야 집에 올 수 있었고, 3시쯤에 잠자리에 들었다.
2. 그러고 눈을 뜨니 12시. 중간에 두세번 정도 고양이 때문에 깬 것 같기는 한데, 그걸 감안해도 토요일 오전을 이렇게 시원하게 날려먹을 줄은 몰랐다. 일어나니 고양이 두 마리가 벌써 내 옆에 웅크리고 자고 있다. 요놈들 보게요. 이제는 집사 잠자리까지 넘보는 겁니까.
3. 밥 먹고, 청소하고, 쓰레기통 비우고, 빨래하고, 전구 갈고, 택배 찾아오고, (고양이)화장실 치우고 (고양이) 밥 주고 하고 나니까 벌써 6시. 오전은 자느라 날려먹고, 오후는 집안일하다가 날려먹었네.
4. 일요일 오전에는 민종이와 관악산에 갔다. 무거운 몸을 끌고 연신 헉헉대는 나와는 달리 날씬한 민종이는 그 긴 팔다리를 휘저으며 동네 약수터 가듯이 잘도 올라간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올 걸 그랬나 싶다가도 그간 운동부족이 좀 심각했구만 하면서 부지런히 바지런히 따라 올라갔다. 사당역에서 올라가서 과천 구세군회관까지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지난 번에 처음 올라갔을 때는 4시간 30분 정도 걸렸으니, 시간도 많이 단축한 셈. 역시 등산은 같이 해야 제맛이지. 다음엔 관악산 한 번 더 가거나, 가까운 광교산이라도 가봐야겠다. 그나저나 혼자 사는 남자가 주말에 등산까지 하고 있자니, 이 분처럼 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생긴 것과 말투만 닮은 줄 알았더니.
5. 산을 내려오니 몸은 좀 피곤했지만 기분은 좋아서, 파전과 동태찌개 놓고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셨다. 둘이서 3병을 마셨다. 마시고 나니 술기운이 훅훅 올라와서 기분이 훨씬 더 좋아졌다. 전철 타고 돌아오는데 눈 앞이 핑핑 돌아서 참 좋았다. 그런데 집에 도착할 때쯤 되니까, 술이 깨는 모양인지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술도 잘 못 먹는 애가 에미에비도 몰라보게 만든다는 낮술을 벌컥벌컥 들이켰으니 멀쩡하게 버틸리가 있나.
6.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다시 집을 나섰다. 혼자 사는 남자가 집에 있어봐야 야동밖에 더 보겠나.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홍대 앞까지 또 꾸역꾸역 가서 커피를 좀 사왔다. 히메지에서 저녁으로 카레우동을 먹었다. 히메지는 요새 부쩍 유명세를 탔는지 어떤 때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장사가 잘 된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이젠 이 골목에도 사람이 너무 북적댄다는 느낌 때문에 좀 아쉬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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