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2014년 10월 1일의 근황 본문
1.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근처에서 순대국을 먹었는데 너무 맛이 없었다. 순대에선 이상한 냄새가 났고, 새우젓도 맛이 없었다. 길바닥에 흔한 게 순대국집인데 정작 순대국 잘 하는 집 찾기가 참 어렵다. 국 자체도 그렇지만, 딸려나오는 새우젓도 맛있는 것 찾기가 어렵다. 새우젓이 그냥 소금에 절인 새우라고만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 광역시다. 기분 나쁘지 않게 짭짤하면서도 비린내도 없어야 된다. 후각은 미각에 앞선다. 새우의 비린내가 국밥의 훈기에 실려 올라오면, 첫 숟갈부터 밥맛이 뚝 떨어진다.
2-1. 그리고 광화문까지 꾸역꾸역 올라가서 영화를 봤다.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 홍상수를 좋아한다거나 딱히 그런 건 아니었고, 그냥 보고 싶었을 뿐.
2-2. 아주 작은 극장에는 나를 포함해 여남은 명 정도의 사람만 있었고,(혼자 온 건 나뿐이던데) 영화는 한 시간 남짓 정도였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좋았다. 무슨 동화를 한 편 본 것처럼 좋았다. 실제와 상상의 경계가 모호하고, 시간 순서도 뒤죽박죽이어서 그런지, 영화가 뭔가... 뚜렷하지 않고 몽글몽글 봉실봉실한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배우들 연기도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카메라 앵글도 이상하고, 캠코더로 찍은 것 같은 줌인 줌아웃도 이상했는데, 보다 보니까 그것도 익숙해졌다. 암튼 좋다.
2-3. 카세 료는 여기서 처음 봤는데, 뭐랄까 인상이 참 좋다. 역시 사람은 일단 마르고 볼 일이다. 문소리가 이렇게 예뻤나 싶기도 했다. 혹자는 그게 다 '침대 효과'라고 일소했지만, 침대 효과든 뭐든 이만한게 어딘가. (침대 효과 맞는 것 같다.)
3.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시간이 꽤 많이 남아서, 교보문고에 들렀다. 들고 다니면서 읽고 있는 '배 만들기 나라 만들기'를 때마침 사무실에 둔 채로 퇴근했기 때문에 뭐라도 손에 책이 하나쯤 들려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교보문고에 들어갔다. 뭘 살까 고민하다가, 처음에는 김수행은 '자본론 공부'를 사려고 했고, 곧 마음을 고쳐 먹고 김중혁의 '메이드 인 공장'을 사려고 했지만, 결국 마지막엔 창비에서 처음으로 완역본으로 낸 '돈 키호테'를 사버렸다. 돈 키호테는 중학생 때 처음 금성사세계문학전집에서 읽었는데, 그 때 나는 내가 아는 돈 키호테가 전체의 극히 일부 에피소드에 불과하고, 돈 키호테의 후속작도 있으며, 전체가 국역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았다. 그러다가 20년 가까이 잊고 있다가 얼마 전에야 민용태가 이걸 완역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리고 이 책 구매... 전체 2권이고 정가는 34,000원... 적립금을 모두 쏟아부어도 여전히 26,000원... 모라토리엄 직전의 내 경제상황과는 실로 어울리지 않는 책 구매 성향이다.
4. 12시 좀 못 돼서 집에 들어왔다. 들어오는 길에 두부 한 모와 샴푸, 웰치스 한 캔을 샀다. 이번 주말에는 덕희형네 펜션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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