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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코피

Dog君 2015. 1. 15. 17:50

  어릴 때부터 코피가 이상할 정도로 많이 났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코피가 잦아진다는데 나는 그런 것도 없이 사시사철 코피가 주르륵주르륵 났다. 그렇다고 코파기에 몰두했던 것도 아닌데 그랬다. 야한 생각...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코찔찔이 어릴 때부터 그랬으니 그것도 설득력은 살짝 떨어진다(라고 강변해본다). 언제는 코피가 한 시간인가 두 시간인가 멈추지를 않아서 응급실에 간 적도 있다. (응급실이라고 해서 아주 응급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 20분 정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나가서 병원에 갔다;;; 별달리 아프거나 어지럽거나 한 것도 없었지만, 아버지 등에 업혀 가는 것이 엄청 기분 좋은 일이어서 어른들이 호들갑을 떨어도 그냥 잠자코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도때도 없는 코피가 절정에 달했던 것은 중고등학교 때였다. 일주일에 한 6일 정도는 아침마다 세숫물이 벌건 핏물이 되곤 했다. 이정도쯤 되면 갑자기 코피가 난다 해도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콧구멍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면서 뭔가 물 같은 것이 흘러내린다 싶으면 바로 훌쩍훌쩍 하면서 주변의 휴지로 코를 막았다. 이렇게 하면 휴지 두 칸만 쓰고도 코피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다. 500원짜리는 물론이고 100원짜리 동전 두세개도 너끈히 들어갈 정도로 콧구멍이 확장된 것도 어렸을 때부터 하도 콧구멍에 불란서 포도주 코르크 마개 모냥으로 돌돌 만 휴지를 쑤셔박아대서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아, 하나 더. 코피가 가장 무서운 게 자다가 코피가 날 때. 모로 누워 자다가 코피가 나서 베개를 흥건히 적시는 건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고, 재수 없어서 이게 기도로 흘러 들어가면 그대로 황천길이다. 그런데 나는 잠을 자는 중에도 콧구멍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기만 해도 곧장 렘수면으로 전환, 자세를 바로 하고 턱을 치켜들어서 코피가 흘러나오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고 다시 논렘수면으로 전환;;; (그런데 이 자세는, 코피가 기도로 흘러들어가기 가장 좋은 자세라고;;;)


  그랬던 코피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은 대충 대학 2학년 때 정도였던 것 같다. 중고등학생 때만큼 피곤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런데 갑자기 최근 며칠 사이에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그냥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주르륵 한다. 여전히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 설마 뭔가 몹쓸 병에라도 걸린 건가. 안 돼. 난 아직 젊고, 못 해본 것도 많단 말야.


응? 에이, 설마...


  그간 약간의 인사이동이 있었고, 새로운 팀장님이 오셨으며, 오늘 이사를 마쳤다. 나는 아직도 초짜라서 일도 서투르고 모르는 것도 많다. 일은 좀 힘들어지겠지만, 자극도 많이 받고, 일도 많이 배우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코피 얘기하다가 뜬금없는 자기 다짐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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