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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02. 김치치즈계란말이

Dog君 2016. 1. 27. 14:41

  1박 2일짜리 엠티를 가면 이튿날 아침 풍경이란 어디건 대개 일정하다.


  하는 것도 그렇지만 먹는 것도 대개 일정하다. 대충 삼겹살에 소주 좀 빨다가 고기 다 먹고 나면 과자 좀 먹다가 새벽 정도 되면 소주 안주로 맥주 마시는 개꽐라의 경지에 도달하다가... 아침 해장은 당연히 라면이고. 하지만 솜씨 좀 있다 하는 고학번이 따라와주면 그나마 좀 메뉴가 다양해졌는데 그 때 꼭 나오는 메뉴가 계란말이. 후라이팬에 기름이야 엠티 기본 장착이고 계란에 소금이나 케찹만 있어도 꽤 고급 안주가 되는 계란말이.


  내가 참 계란을 잘 말았다. 계란물 간은 못 맞춰도 계란말이는 잘 말았다. 계란물이 너무 흥건해서 이건 아무도 못 말아! 할 때도 난 말아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숟가락 2개만 주면 무조건 말았다. 식용유가 없을 때도 참치캔 기름을 짜내서 기어코 말았다. 엠티만 갔다 하면 나는 계란을 말았고,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짱구도 말 수 있겠다 싶던 즈음에 학부를 졸업했다. 그리고 내 평생 다시는 계란을 말 일 없을 줄 알았다.


  그때의 스킬을 되살리며 2016년 두번째 도전은 계란말이. 그것도 그냥 계란말이 아니고 김치치즈계란말이.






재료 (가격은 우리동네 마트 기준)


계란(10개 들이) : 2500원

 - 계란말이 1개 마는데 대충 계란 1~1.5개 정도 든다.


식용유 : 기억 안 남

 - 마침 식용유가 똑 떨어져서 한 통 샀는데 가격이 기억 안 남;;;


김치 : 집에 있는 거


모짜렐라치즈(1봉) : 3000원


고추 : 집에 있는 거

 - 청양고추가 가장 좋은데, 새로 사기 좀 뭐해서 지난번 굴국에 넣고 남은 홍고추를 썼다. 그게 비주얼도 더 좋고. 하지만 이 선택은 요리 실패의 복선이었는데...


소금, 케찹 : 기호에 따라 조절하되 둘 중 하나만 있어도 무방






만들기


1. 요리준비의 기본은 뭐라고? 그래 일단 썰어. 썰어 썰어 아주 그냥 썰어. 김치는 흐르는 물에 양념을 씻어내고 꼭 짜서 물기까지 뺀 다음에 썰고, 고추는 꼭지 따고 씨 털어내고 잘게 썰고.



  그런데... 사실 여기서부터 약간 망smell이 나기 시작하는데... 일단 고추 크기가 너무 크다. 나는 세로로 4등분한 다음에 썰었는데, 계란말이에 넣을 때는 저것보다 훨씬 더 작게 썰어야 한다. 이미 충분히 작게 썰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부족하단 말이냐. 아니 그러면 지금까지 계란말이를 만들었던 누나들 형들 그리고 울엄마는 무슨 현미경 같은 분자칼날을 휘두르고 계셨단 말인가;;;




2. 잘게 썬 김치와 고추는 조물조물 잘 섞어주고, 계란도 적당한 그릇에 풀어서 쉐킷쉐킷-. 적당히 소금간을 해도 되지만 케찹이 있으면 소금간 안 해도 된다.



  여기서 또 망smell이 난다. 야 임마 김치랑 고추를 섞으면 어떡하냐. 고추는 김치가 아니라 계란물에 들어가야 돼! 하지만 이미 우리의 계란말이는 루비콘강을 건너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레시피가 간단하다고 해도 자기의 기억력을 너무 과신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3.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나는 한가로이 후라이팬을 달구고 계란물을 투척. 약간 적다 싶을 정도로만 계란물을 풀고 순식간에 후라이팬을 한바퀴 쫙 돌려서 한 판 가득 펼쳐줍니다. 아, 요 때 손목스냅 중요합니다.





4. 계란물이 살짝 익었을 때 재료를 살짝 얹고 모짜렐라치즈도 얹습니다.


 

  보소. 여기서 또 세번째 망smell. 재료는 좀 더 넓고 얇게! 모짜렐라치즈는 좀 더 넉넉히 넣어야지!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걸 아끼고 자빠졌냐! 이제는 정말 끝입니다. 우리의 계란말이는 루비콘강을 건너 이제는 아주 인터스텔라의 세계로 가고 있어요.




5. 하지만 그래도 마는 실력은 안 죽었더라. 다시 해봐도 잘 말대.





6. 잘 말아서 잘 썰어서 잘 담으면 요리는 끝.








맛보기


1. 일단 비주얼부터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2. 하지만 비주얼과 달리 맛은 좋을지도 모르잖아? 짭쪼름한 계란말이에 김치와 고추의 아삭한 식감, 그리고 모짜렐라치즈까지 들어갔으니 설마 완전히 실패할리는 없어...하는 마음으로 한 입을 베어 문 순간.











나는 지금 무척 화가 나 있어...

3. 일단 소금간부터 실패. 지들끼리 떡이져서 어떤건 소금떡이고 어떤건 맹탕이다. 모짜렐라치즈 아꼈더니 치즈의 질감은 개뿔, 그런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색깔 예쁠 줄 알았던 빨간색 고추는 뭐 젠장 매운 맛이 없으니 거기 들어간 이유가 없어. 없어. 김치의 질감? 계란하고 별로 안 어울린다.


4. 결론적으로다가 오늘의 요리는 대실패. 이제 겨우 두번째 도전이고 별로 어렵지도 않은 요리였는데 벌써부터 이런 실패라니... 앞으로 갈 길이 험난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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