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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2015년 12월 2일의 근황

Dog君 2015. 12. 2. 13:35

1. 한 달 넘게 앓았다. 아니, 앓고 있다가 이제 거의 다 나은 것 같다. 병가를 내고 직장도 쉬었고, 병원에도 3주 가까이 입원해 있었다. 병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멈춰있었던 것이 얼마만이더라. 아, 처음이구나.


2. 10월 말 정도부터 얼굴빛이 좀 어두워 보인다는 이야기들이 있기는 했다. 그 때는 그냥 얼굴이 좀 탔나 보다 했다. 그러다 어느 주말에 친구 결혼식 때문에 잠시 고향에 다녀왔고 그 날 먹은 점심은 하나도 소화가 안 돼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다 토해버렸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냥 몸살이 좀 심한가보다 했다.


3. 월요일에는 주변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로 얼굴빛이 안 좋아졌고 나도 몸상태가 영 안 좋아서 가까운 병원에 갔다.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니 간염이 의심된다고 했다. 초음파 검사, 피 검사 같은 것들을 하고 집에 와서 쉬었다. 결과는 목요일 정도에 나올 거라고 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어 병원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당장 오란다. 급하단다. 가보니 수치가 보통이 아니란다. 당장 입원을 해야 될 정도란다. 하지만 공복 상태에 한 번만 더 검사를 해봐야 하니 내일 아침 일찍 공복으로 다시 와보란다.


4. 화요일 아침.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입원하시오! 이대로 두면 당신 죽습니다!


5. 그러고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나는 집 근처 대학병원에서 외래진료 신청을 했다. 그런데 외래진료 신청을 받는 간호사가 내 진단서를 보더니 표정이 이상해진다. 이 정도 수치면 당장 응급실로 가셔야 되는데요. 응급실에서 실속 없이 4-5시간 정도를 보내고 난 다음은 입원.


6. 최종 진단은 독성 간염. 원인은 정확히 특정되지는 않지만 소거법으로 하나씩 원인을 제거하고 남는 것은 지난 한 달 동안 먹었던 '카테킨'이 유력.


7. 정상범위가 40 정도라는 간수치는 2,000을 찍었고(200 아니고 2,000), 1.1까지가 정상범위라는 황달수치는 14. 입원 직후에 간수치는 완만하게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황달수치는 계속 올라서 입원 2주째에 황달수치는 23까지 올라갔다. 황달 이게 참 웃기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더라. 눈도 노래 몸도 노래 오줌도 노래 똥도 노래 암튼 뭐든 다 노래진다. 오줌은 노래지다 못해 거의 아메리카노 색깔이 날 정도. 그렇게 심슨 가족 or 미니언즈가 되어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8. 간수치의 하락속도가 생각보다 느리고 황달수치는 20을 돌파하고 나자 드디어 의사들이 '간부전'이니 '간 이식'이니 하는 어마무시한 이야기들을 꺼내기 시작했고, 실제로 간 이식 파트에서 나를 찾아오기도 했다. 환자분 장기 이식 순서가 어쩌고, 지금 확인된 뇌사자가 있는지 확인을 해보고 저쩌고...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구들에게도 거의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입원 내내 혼자 있었는데, 혼자 침대에 앉아서 얼마나 심란하던지... 내가 뭘 얼마나 잘못했길래 이제 겨우 34살에 간 이식을 받아야 된다는 거냐. 신앙심이라고는 없는 나도 단박에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을 찾게 되더라.


9. 다행히도 그 직후부터 수치는 하강하기 시작했고 약 1주일 뒤에 퇴원했다. 퇴원 후에도 당분간은 일에 복귀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에 따라 계속 집에서 쉬었다. 어제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황달수치도 아직 높고(11) 간수치도 여전히 정상이 아니란다(100-400).


10. 이것으로 지난 한 달 간의 근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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