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03. 오꼬노미야끼 본문

잡事나부랭이

03. 오꼬노미야끼

Dog君 2016. 2. 6. 14:10

  그래, 요즘같은 겨울,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이 아니고...


  오늘은 오꼬노미야끼 되겠다.




  뜻하지 않았던 굴국 1승, 더더욱 뜻하지 않았던 김치지즈계란말이의 1패로 현재 스코어 1승 1패인 가운데, 세번째 도전은 오꼬노미야끼. 흔히 '오코노미야키'라고 표기를 많이 하지만, 뭐 나는 내 맘대로 소리나는 그대로 쓰겠다. 어쩐지 그래야 더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딘지 모르게 약간 욕 같기도 해서 발음도 잘 되는 것 같다.


  그래, 오꼬노미야끼가 될지 야이개노미새끼가 될지 그래 한 번 해보자.




재료 (가격은 우리 동네 마트 기준...인데 영수증 잃어버려서 가격은 거의 생략)


오징어(2마리) : 4500원

 - 오꼬노미야끼 한 판에 한 1/3마리 정도 들어간다.


계란 : 집에 있는 거


부침가루


양파


쪽파


양배추


돈가스소스, 마요네즈

 - 그냥 소스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제일 중요한 재료였다...


가쓰오부시 : 집에 있는 거

 - 아니 어떻게 혼자 사는 자취생이 가쓰오부시를 집에 뒀어... 싶겠지만 이게 또 나름 반전이라...


식용유




만들기


1. 나는 이 재료를 마주했을 때, 드디어 세번째 도전에서 거대한 시련을 맞이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학교 다닐 적에 개구리 해부 실험도 안 해봤고, 생선 내장 꺼내는 것도 제대로 못 보는 사람인데 이걸 어떻게 손질하란 말이냐. 오꼬노미야끼고 나발이고 제대로 될지도 말지도 모르는 요리를 위해서 내가 왜 오징어 수술을 해야 되냐고. 하아... 하아... 그게 뭐라고. 아 망했어 씨발.


  그래도 우짜겠노. 몸통 자르고 내장 발라내고 연골 뽑아내고...




사진도 생략한다.




  그래서 오징어 손질의 결과물은...





  아하하... 사진은 없지만 다리 부분도 손질을 마쳤다.




2. 그 다음은 뭐게? 뭐긴 뭐야. 써는 거지. 요리의 팔할은 써는 거야. 찹찹찹찹 썰어. 네 안의 토막살인 본능을 끄집어 내라고.




  양배추와 쪽파 말고 양파도 송송송송 썰어줍니다. 모양이나 그런거 모르겠고 일단 송송송송 썰어줍니다. 하나 주의할 것은 좀 작다 싶을 정도로 썰 것. 후라이팬에서 잠시동안만 익혀야 하니까 재료가 너무 크면 다 안 익어요.




3. 자, 다음은 계란을 풀고 거기에 다시 부침가루를 풀어줍니다...라고 하려고 보니 아 씨발 집에 반죽할만한 크기의 큰 보울이 없네. 혼자 사는 남자니까 뭐 제대로 있는 게 없어.


  그래서 대용품으로 그냥 반찬 넣는 큰 통에다 넣고 쉐킷쉐킷.



  여기서 주의할 점. 하나, 반죽은 적당히 묽은 정도로 할 것. 적당히 묽지 않으면 젓기 힘들 뿐 아니라 잘 부쳐지지도 않아요.


  둘, 저을 때는 젓가락으로. 숟가락으로 하면 부침가루가 멍울지고, 멍울진 반죽을 부치면 부침가루를 그대로 섭취하게 되고...




4. 자 썰어놓은 재료들과 부침가루반죽을 섞습니다.



  사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레시피를 보면 분량이 얼마 수량이 얼마 뭐 이리저리 말들이 많은데, 제가 요리해보니 적절한 재료의 양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마 때려넣기만 하면 다 됩니다. 많으면 많이 먹으면 되고 적으면 적게 먹으면 되고 그래도 남으면 옆집 아가씨 나눠주고 하지 뭘.




5. 다 섞었나? 그러면 뭐가 남았겠니. 부쳐. 부쳐 핸접. 부쳐 반죽. 반죽을 붓고 가급적 얇게 부쳐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급적'. 안 되면 그냥 두껍게 해도 돼. 혼자 먹을 건데 뭐 어때.




6. 한 번 뒤집고, 반대편도 좀 익었다 싶으면... 돈까스소스와 마요네즈를 격자로 뿌려주고 숟가락으로 잘 비벼서 발라줍니다. 여기까지가 전체 과정의 99%이고, 동시에 이 과정이 오꼬노미야끼 맛의 99%입니다. 자세한 것은 아래에 쓰기로 하고...




7. 자, 남은게 뭡니까. 그쵸. 오꼬노미야끼의 꽃, 가쓰오부시죠. 자 가쓰오부시를 최대한 넉넉하게 뿌려줍니다...


...


...


...라고 생각하고 나니 아, 가쓰오부시를 안 샀네;;;


...


...


...우짜노... 생각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미친 곳은...



















뭐 임마 왜 임마








  고양이 사료에 뿌리는 가쓰오부시를 뿌리기로 했다.






  


맛만 있으면 됐지 뭘. 모양도 그럴싸 하네.


















맛보기


1. 사실 비주얼이 살짝 불안하다. 반죽이 너무 두껍게 부쳐졌고 가쓰오부시도(;;;) 좀 덜 팔랑팔랑거리는 것 같고... 아 좀 불안하지만, 일단 맛을 보면.














  달콤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의외로 맛있다.


  아니 뭐지 별 생각 없이 막 만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그럴듯한 맛이 나는걸까.




2. 맛의 비결은 돈가스소스와 마요네즈.


   그렇다. 밑에 반죽이 어떻고 재료가 어떻고 다 필요없다. 돈가스소스랑 마요네즈만 뿌려놔도 오꼬노미야끼 맛이 납니다. 밑에 파전이 깔려있어도, 식빵을 깔아놔도, 돈가스소스랑 마요네즈만 있으면 됩니다. 네, 여러분 그동안 일식집에서 속으셨어요들.



'잡事나부랭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 결혼식  (0) 2016.02.14
싸이월드 블로그  (0) 2016.02.11
02. 김치치즈계란말이  (0) 2016.01.27
01. 굴국  (2) 2016.01.26
00. 잡食나부랭이  (0) 2016.01.2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