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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서점 (편집부, 프로파간다, 2016.)

Dog君 2018. 4. 29. 13:35


1-1.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책 읽는 것으로 보낸다. 공부가 어쩌고 교양이 저쩌고 그런거 아니고 그냥 즐겁기 때문이다. 누구는 등산을 가고 누구는 축구를 하고 또 누구는 스키를 타러 가듯이, 딱 그것과 똑같은 이유로 책 읽는 것은 즐겁다. 급할 것 없는 휴일에 서늘한 그늘이나 채광 좋은 카페 창가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더 좋은 책, 더 재미있는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1-2. 또 그래서 자연스럽게 산업으로서의 '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고보면 '책'이라는 산업은 가만히 내버려두면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의 독과점 때문에 그 다양성(=건강함)을 잃을게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 같은 독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딱히 성실하지 않은 보통의 독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 정도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첫번째는 책을 꾸준히 사는 것일테고, 그 다음 두번째는 가급적 중소형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


2.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소비자보다는 독립서점 창업준비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도움될만한 것들이다. 업계의 현황이라든지, 창업을 준비하는 마음자세, 독립서점의 (구체적인) 수익구조 같은 내용들은 다른 책에서 찾기 어려운 것들이니까. 하지만 책을 사랑하고 그 지속성을 고민하는 보통의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소비자로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 첫 걸음으로, 어제 가까운 독립서점을 통해 책을 주문했다. ㅎㅎㅎ


  금정연: 저는 알라딘이라는 인터넷 서점에서 몇 년 동안 일한 경험이 있어서 책이 어떻게 유통되는지에 대해서 약간의 감이 있는데요. 작은 서점에 가서 계산기 두드리면 나오잖아요. 책이 얼마에 들어오고 얼마에 팔면 얼마가 남는데, 월세랑 생활비랑 기타 등등 빼면 장사가 되는지 늘 궁금한데, 어쨌든 ‘또이또이’ 굴러간다고 봐도 될런지. 


  이로: 또이또이... (웃음) 근데 왜 얘(고양이 표표)가 이렇게 절망적인 표정으로 누워 있을까요? (좌중 웃음) 다른 서점 운영자들도 거의 비슷하던데, 부가 활동이 없으면 또이또이가 어렵습니다. 원고를 쓴다든지, 기획 일을 한다든지, 다른 큰 파이의 일들을 동시에 하면서 손익을 맞추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그럼 이걸(서점) 왜 하냐고 질문할 수 있는데, 사실 그 일들은 이 서점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맞물려 있는 셈이에요. 가끔 몇몇 서점에 가서 얘기해 보면 서점만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게 짜 놓으신 분들이 있어요. 건강한 생태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최소한의 것들을 서점만으로 굴러가게 만든 곳이 한두 군데 있어요. 그런 분들 보면 부럽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유어마인드」, pp. 21~22.) 


  이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북페어 중에 바젤에서 열리는 ‘I Never Read’란 행사가 있어요. ‘나는 절대로 읽지 않는다’는 뜻이죠. 어쨌든 사람들이 독서하지 않는 쪽으로 가고 있는 걸 ‘아니다’라고 하고 싶진 않고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책 꽂아 두는 데 가 보면, 그때는 전집 시대여서 말도 안 되게 두꺼운 책들이 있는데, 아버지가 한 번도 익은 적이 없어요. 손님들 보기 제일 좋은 곳에 꽂아 놓은 금박 양장 전집 컬렉션이었습니다. 그 경험ㅇ르 돌이켜 봤을 때 늘 읽는 자는 소수였고, 저희 아버지 세대 때는 집에 방문해야만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지금은 누구나 구경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에 전시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지 언제나 ‘소비’와 ‘인증’은 결부되어 있었다고 보는 편입니다. 두 번째는 반 농담이긴 한데, 책을 과시하고 인증할 수 있는 사람이면 얼마나 낭만적인 코드를 가진 사람일까, 라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책을 인증한 걸 보고 ‘와’ 할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일단 읽을 가능성도 있고요. 그래서 이 희귀종들을 데려다 놓고 왜 안 읽느냐고 하는 게 과연 유효한 비판일까, 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트북이라는 게 늘 읽는 것을 거부하는 형태로 흘러가고 있기도 하죠. 제가 느끼는 바는 우리들이 스마트폰에 대한 죄의식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 저는 맨날 트위터 하면서 ‘저 트잉여예요, 트잉여로 일도 받았어요’ 이런 식으로 얘기해요. 거기서 일도 하고 소개도 하고 청탁도 받고 하는 걸 저는 자연스럽게 어필하는 편인데, 스마트폰을 쓰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보나마나 VR 시대가 오면 ‘VR의 시대에 여전히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럴 거거든요. (좌중 웃음) 늘 죄의식은 최첨단 기술 틈에서 생성되는 것일 텐데, 그 패턴에 자기 소비나 인증을 굳이 필터링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오히려 더 하면 어떨까요. 더 혼란시키면 더 재밌지 않을까요? (「유어마인드」, pp. 41~42.) 


  김중혁: 원론적인 질문일 수 있는데, 대형 서점들에 가면 대부분의 책들이 다 있잖아요. 그런데 왜 동네 서점, 작은 서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차경희: 저도 대형 서점에 가면 대부분의 책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점 초기에 ‘어제 교보문고 가서 찾았는데 없던 게 여기 있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어요. 왜 그럴까? 대형 서점이라도 서가에 한계가 있으니까 손을 타지 않은 책들은 재고가 없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그 책을 좋아해서 혹은 누군가에게 권해 주고 싶어서 들인 경우가 있는 거예요. 작은 서점은 구색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약하지만 각각의 책을 잘 보여 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용 빈도가 높은 분들의 얘기는, 일단 가깝다는 것. 10% 할인은 포기하지만, 그때그때 주문해서 지나가는 길에 찾아갈 수 있는 것. 누구나 신간을 주목하고 있지는 않잖아요. 신간 중 하나를 골라드리면 아무래도 발견의 매력을 제일 많이 얘기하시고요. 마지막으로 살마과 사람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 그런 매력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고요서사」, p. 54.) 


  이승주: (중략) 저는 운영자의 운영자의 취향이 십분 반영된 책을 여기 가져다 놓는 것을 경계하고 아주 멀리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개인의 취향이 한 책방, 서가에 전시된다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요. 물론 이건 생각을 이렇게 하는 것이고 실제 책방에서는 당연히 한계가 있어요.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를테면 아주 싫어하는 책이 들어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둔다면 일단 시장에서 연약한 책이라고 할 만한 책을 조금 더 발견되게끔 하는 게 이 책방의 출발이었으니까 그런 책을 눈여겨봅니다. 예를 들어 작은 출판사의 책, 여기서 ‘작은’이라는 게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문학이라고 치면 번역이 더 되었으면 하는 작가, 해외에서는 아주 많이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덜 소개된 작가, 이런 식의 기준을 가지고 잇어요. 연약한 책이 다 좋은 책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는 조금 더 눈에 띄도록 하는 것이죠. 


(중략) 


  이승주: 사실 개인의 취향을 가게에 전시하는 것처럼 되어 버리는 것의 위험성을 경계하기 때문에 아닌 척하려고 한 말이었고요. (웃음) 당연히 운영자의 취향이 반영이 되는데, 운영자는 곧 책방, 책방은 곧 운영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밖에서 보시는 분들이 어느 정도로 인식을 하고 계신지 잘 모르겠는데, 만일은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책을 다루고, 그 이슈를 회자시키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어떤 플랫폼이 되고자 하고, 그 작업을 어떤 장치를 통해서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이것을 개인적인 성향 혹은 사소한 취향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선에 놓기 어렵기도 하고요. (「책방 만일」, pp. 102~107.) 


  김명수: 아이패드가 공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책으로의 전환을 모색했어요. 어떻게 됐나요? 콘텐츠에 따라 이동하거나 남았죠. 그리고 남은 책들은 디지털과는 달리 더 아날로그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습니다. 좋이책은 소량 생산 방식으로 되돌아가면서 과거의 인쇄 방법이나 제본 방법이 다시 주목받기도 하죠. (후략) (「B-PLATFORM」, p. 127.) 


  송은정: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힘들어하면서도 꾸준히 행사를 진행하고 워크숍을 여는 게, 어쨌든 이 작은 책방이 책만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독립출판물 구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이미 서울에 많은 책방이 생겼고,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단행본은 말할 것도 없고요. 특별한 애정이 있지 않는 이상 여기 와서 책을 살 이유가 없는 거죠. 대신 저희는 여행이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그와 관련된 것들을 계속 제공하려고 하죠. 그게 인스타그램의 사진이 될 수도 있고, 블로그 포스팅이 될 수도 있고, 책방에서 하는 작가와의 만남이 될 수도 있고, 그런 식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게 결국 작은 책방의 과제인 것 같아요. (「일단멈춤」, p. 161.) 


  최낙범: 인터넷 서점은 그 자체로 보면 상당히 고마운 거죠. 출판 전체 파이도 키웠고 우리가 할 수 없는 구색으로 손쉽게 책을 접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그렇지만 어쨌든 인터넷 서점이 우리 사회에서 우리 같은 서점이 하는 역할을 다 가져갔죠. 독자한테는 좋은 거고, 우리 입장에서 보면 역할이 없어진 거죠. 반면에 우리 서점들이 자기 역할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 발견을 못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테마 진열도 하고 문화의 의외성을 살리기 위해서 이것저것 하고 있지만, 그런 게 아직은 중형 서점의 자기 역할로 자리잡지는 못하고 있어요. 독자들도 사실 그런 걸 요구하는 층이 얇습니다. 처음 인터넷 서점이 이삽백 개 있을 때는 좀 달랐는데, 지금은 서너 개가 다 독점하고 있잖아요. 독점의 폐해가 나오기 시작한 거죠. 2011년부터는 이미 온라인 서점이 시장을 31-32% 장악하고 있어요. 대형 오프라인 서점이 한 30%, 합해서 60%가 그쪽으로 간 거예요, 70개도 안 되는 서점으로. 나머지 1,700개 서점이 40%를 점하고 있는데, 차지하고 있는 퍼센티지가 굉장히 작은 거예요. 이제 시장 뺏어 가기는 끝났고, 독점의 폐해만 나오기 시작하는 거죠. 고아고 받아서 생활하고, 사재기 동참해서 먹고살고.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 서점이 출판업계에서 여러 가지 순기능을 했는데, 지금은 그 순기능으로 모은 시장의 점유율을 자기네 과당경쟁으로 몰아가서, 폐해로 넘어간 거죠. (「한강문고」, pp. 184~185.) 


  최낙범: 출판사도 지금 굉장히 어려워요. 지금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출판사가 빙향을 못 집고 있어요. 꼭 전자책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디지털 콘텐츠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종이책이냐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사람이 가장 힘들 때가요, 돈이 없어서 힘들 때가 아니에요. 불안할 때예요. 지금 출판사들이 굉장히 불안해해요. 우리 같은 경우도 굉장히 불안하죠. 내가 바란다기보다 출판사들이 빨리 어떤 컨셉을 정해서 오락가락하지 않고 그쪽으로 집중화하고 전문화했으면 좋겠어요. 거기 맞춰서 우리가 보조를 맞출 수 있게. 전국에 만 몇천 개의 출판사가 있는데, 책 내고 있는 데가 3천 개 정도거든요, 많은 거예요. 책이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공급 과잉의 상품이에요. 게다가 출판사가 워낙 많다보니까 일상적인 공급 과잉 상태인 거죠. 이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요, 시장 자체가 그렇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과당경쟁의 밑바닥까지 와 있어요. 도덕도 없고 질서도 없게 된 거죠. 

  저 사람이 정말 출판사 사장인가 할 정도로, 직업 윤리까진 안 가더라도 개인의 윤리를 봐도 없어진 지가 오래됐어요. 시장이 지금 신자유주의 막판까지 온 거예요. 우리만 윤리가 없어진 게 아니고 세상 전체가 윤리가 없어진 거잖아요. (중략) 반등의 시기가 오거든요. 그 시기가 어떻게 올 거냐가 숙제인데, 서점에서는 땡스북스 같은 분들이 나오기 시작한 거예요. 이런 분들이 이제 ㅅ나소호흡기를 달고 나와서 산소를 뿜어내는 거지. 근데 이 사람들이 전체를 맑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런 기운과 정신을 받아서 우리 같은 사람들이 뿜어내야지. 그때까지 우리가 살아남을까, 출판사가 살아남을까? 많이 문을 닫을 거라고 봐요. 그때까지 누가 견딜 거야, 즐겁게 하는 사람, 질긴 사람, 이런 사람들이 살아남겠죠. (후략) (「한강문고」, pp. 189~190.) 


  김중혁: 땡스북스라는 이름은 누가 지은 것이고, 어떤 의미로 지었나요? 


  이기섭: 땡스북스 초창기에 이름 정하는 게 제일 어려웠는데요. 내가 왜 서점을 하고 싶은가 생각했는데, 결국은 ‘책이 고맙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겁니다. 


(중략) 


  이기섭: 오늘 많이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결국 서점은 일상에서 문화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죠. 살아가면서 느끼는 즐거운 것은 당연히 그냥 주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죠. 뉴욕의 서점에서 보냈던 그 시간이 주던 풍요로움이 서점을 하게 만든 거죠. (중략) 제가 좋았으니까 권하게 됩니다. 내가 뭘 할 때 신나고 즐거운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 스스로를 다운되지 않게끔 하는 노하우를 많이 알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잘 안 지치죠. 각자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시려는 분들에게 막연한 두려움과의 싸움에서 기꺼이 한발 내딛으시라고 권하고 싶고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잘 안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배우게 되잖아요. (「땡스북스」, p. 227.) 


  금정연: LGBT 서점 1호가 생김으로써 LGBT 쪽 작품을 제작하는 분들이 서로 선순환을 주고받을 것 같은데, 어떤 게 더 늘어났다는 것을 체감하는 부분이 있나요? 


  박철희: 거듭 말씀드리는 것 같은데, 그런 점을 거의 느끼지 못해요. 서점을 운영하면서 느껴야 하는 ‘의무감’이란 것이 제가 제일 두려워하는 단어입니다. 혹은 ‘소명 의식’도 사고를 엄숙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냥 해맑게 하고 싶은 생각이 커요. 진지하고 엄숙하게 돼 버리면 저는 못 즐길 것 같아요. 중간에도 얘기가 나왔지만 행사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ㄷ르어요. 정말 즐겁더라고요, 낮에 할 수 있는 행사들이. (후략) (「햇빛서점」, pp. 249~250.) 


  김중혁: 저는 경북 김천 출신이어서 서울의 큰 서점은 한 번도 구경하지 못했고, 대구에 있는 큰 서점에도 잘 못 갔습니다. 동네 서점이 탈출구였어요. 정말 문화적인 게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는데, 그나마 서점에 가면 한겨레 신문을 팔았거든요. 귀퉁이에 문지 시인선도 있고.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데가 서점이랑 레코드 가게밖에 없는 거죠. 그렇게 서점에서 책 봤던 추억 때문에 로망이 있는 거 같아요. 서점이 어떤 거대한 문화 같은 것에 지친 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유어마인드 이로 씨가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런 게 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금정연: 저는 여전히 의구심 같은 게 듭니다. 책을 정말 좋아해서 자기가 읽고 싶은 책 목록이 쌓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겠죠. 왜냐하면 책이 빠르게 바로바로 들어오니까. 그런 사람들은 독립서점에 잘 안 갈 것 같고 욕구를 못 느낄 것 같아요. 반대로 책을 잘 안 읽는 사람들은 가끔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참조하겠죠. 그러면 그 중간쯤에 있는 독자들이 작은 서점에 간다는 건데, 문화적인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간이 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대담」, p. 259.) 


  금정연: 사실 제가 작은 서점에 잘 가지 않는 이유는 민망해서예요. 좁은 공간에 주인이랑 둘이 있는데 큰 서점처럼 둘러보기도, 그렇다고 조금 있다가 그냥 나기기도 좀 그렇잖아요. 어떻게 보면 재래시장에 사람들아 안 가는 이유랑 비슷한 거죠. 대형 마트는 카트에 싣고 가서 계산만 하면 되는데. 저 같은 독자들도 아마 많을 듯합니다. 책을 좋아하지만 작은 서점은 낯설기도 하고 부담도 느껴져셔 못 들어가는 것이죠. 이번에 서점 주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으레 걱정하는 것처럼 말을 건다거나, 이런저런 책을 추천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는 걸 알았어요. 안 사고 그냥 나가도 상관없다는 분들도 많았거요. 저라면 상처 받을 것 같은데... 


  김중혁: 사실 저도 동네 카페보다 스타벅스가 더 편해요. 동네 카페는 주인이 자꾸 알아보고 단골이라고 서비스도 주려 해요. 스타벅스는 일단 내가 누군지 모르고, 아무리 자주 가도 단골이 아니죠. 이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복해 내는지가 동네 서점의 관건일 것 같은데,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요. 지나가다가 들어가서 책을 구경하기도 하고, 노트가 필요하면 살 수도 있고요. 물론 공간 제약이 있겠지만, 동네의 중요한 스폿이 되면 좋겠어요. 


  금정연: 예전에는 동네 서점, 비디오 가게, 문방구, 구멍가게, 이렇게 작은 상점들이 많이 있었는데 요새는 문구점도 없어요. 대신 음식점, 술집, 이런 데만 생기니까 작은 서점들이 말씀해 주신 역할을 해 주면 좋겠습니다. 


  김중혁: 동네 슈퍼가 다 사라졌어요. 자본의 논리 때문에 슈퍼가 다시 생길 순 없어요. 비디오 가게도 부활할 수 없고요. 절대 불가능한데, 서점은 가능해요. 이런 식으로 꾸려 나갈 수만 있다면요. (「대담」, pp. 262~263.) 


  금정연: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치지 않고 즐겁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책방 만일 대표님이 어느 매체와 인터뷰한 걸 봤는데, 서점에 있다 보면 책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고, 이 서점은 문화의 어떤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당신은 이런저런 활동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참견하는 ‘문화 꼰대’들이 많은 모양이더라고요. 물론 ‘문화 꼰대’라는 건 제 표현입니다만... 그러면서 만일 대표님이 서점도 하나의 자영업일 뿐이다, 장사일 뿐이다, 라고 말하는데 그 말씀에 공감합니다. 서점은 물건이 아니라 문화와 가치를 팔고 그렇기 때문에 이래야 한다는 식의 말을 듣는 것 자체가 굉장한 스트레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중혁: (중략) 서점 주인의 새로운 역할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주제의 책이 너무 궁금한데 책을 찾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사람에게 사건 해결해 주는 탐정들처럼 도와주는 거죠. 서점에 와서 이런 책들을 찾고 싶다고 하면, 이런저런 책을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 주고, 그 책을 거기서 사는 걸로 하고요. 그런 식으로 동네에서 책에 대한 정보를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 (「대담」, pp. 266~267.) 


(전략) 일본에서는 연간 8만 종의 책이 나옵니다. 하루에 200-300권 정도 나온다는 것이죠. 큰 서점의 점원은 이걸 전부 파악하기 힘들겠죠. 그렇기 때문에 서점이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새 책이 들어오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하면 어떤 서점에서도 똑같은 책을 팔 수밖에 없어요. (중략) 전자책은 금방 다운로드애헛 읽ㅇ르 수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클릭만 하면 책이 하루만에 도착합니다. 대형 서점에 가면 찾는 책의 실물을 반드시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손님이 신문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이미 어떤 책을 사고 싶다고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는 동네 서점은 승산이 없습니다. 저희는 작은 책방의 장점이 가게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정 책이 필요하다는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지만, 뭔가 재밌는 책을 원하는 사람의 욕망은 저희가 채워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곳에 가면 항상 재밌는 무언가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도록 상품을 구비하고자 했고요. (「특별 강연: 우치누마 신타로」, p. 284.) 


  호리베 아츠시: 저희 부모님이 소바집을 운영하셨어요. 화요일만 쉬시는데도 불구하고 다음 날 영업을 준비하느라 제대로 쉬질 못하셨어요. 하지만 부모님을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1층은 가게고 2층은 집이었는데 부모님이 일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가를 위해서 일을 할 건지, 아니면 내 일 안에 생활을 가져와서 충실하게 지낼 건지, 그 선택에 따라서 노동의 질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케이분샤에서 저는 점장이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강연에 초청을 받아 얘기하는 기회가 많았는데, 경영자는 이런 게 운영에 도움이 되냐고 묻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제 자신을 위해 일을 하고 제 판단으로 여기 온 것이고 피드백을 받고 있기 때문에 즐거워요. 일과 생활을 분리하지 않아서 힘든 일이 없고, 되려 자영업을 하면서 너무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초청 강연: 호리베 아츠시」, p.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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