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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가 이혼할 뻔 (엔조 도·다나베 세이아, 정은문고, 201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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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가 이혼할 뻔 (엔조 도·다나베 세이아, 정은문고, 2018.)

Dog君 2018. 6. 24. 13:58


1. 저자인 엔조 도와 다나베 세이아는 소설가 부부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책을 권해주며 쓴 '교환 서평'... 같은 글인데, 무시무시한 책 제목과는 달리 글을 쓰다가 대판 싸워서 불화가 생긴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냥 자극적으로 뽑은 제목일 뿐)


2-1. 독서는 저자와 독자의 대화...라고 누가 그랬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윤미화의 『독과 도였던 것 같다.) 저자가 하는 말이 책이라면, 독자가 하는 말은 서평이겠지. 그렇다면 서평을 교환하는 일 역시도 대화일 것이고, 그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2-2. 그래서 이 책도, 형식적으로는 서평집이지만, 실제 내용은 사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쓴 에세이에 가깝다. (그래서 그런가, 김중혁과 김연수가 쓴 『뭐라도 되겠지』 느낌이 난다.) 이런 작업, 나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6년 넘게 진행 중인 독서모임이 있고, 두 사람 다 부지런히 읽고 쓴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아니야, 안 될 거야, 우리 둘은 그냥 별 볼 일 없는 직장인이잖아.


  먹지 않으면 살이 빠진다. 절대적인 진실이지만 계속 먹지 않으면 죽어버린다는 것이 딜레마다. 여러 가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 다이어트는 굶어 죽는 것보다 귀찮다. 죽는 것보다 사는 것이 귀찮다는 말과 비슷하게 말이다. 다만 굶는 다이어트를 하면 대개는 요요현상이 온다. 식사량을 파악한다. 술을 삼간다. 운동한다. 체중 변화를 기록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이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을 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속하는 일이다. 이것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지속적으로 의식하는 것은 어쩐 일인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복근 운동 등을 꾸준히 하지 못한다. 어쩌면 인간은 잘못 설계된 것이 아닐까. 무엇이든 좋으니 꾸준히 지속하는 것. 이것이 가장 전하기 어려운 점이자 모두가 잊기 쉬운 점이다. 그러니 의외로 ‘달마다 방법을 바꾸는 다이어트’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생각날 테니까. 그조차도 다시 잊어버릴지 모르지만. (pp. 60~61.)


  자, 그럼 이번 달의 체중을 공개해볼까. 이번 달에는 자신 있다. 여름 더위도 끝났고 알게 모르게 먹고 마시는 양도 줄었다. 몸이 가볍다. 여기저기에서 “살 빠졌어?”라는 말을 듣는다. 허리띠 구멍도 한 칸 앞으로 되돌아갔다. 체중계에 올라서 보니...... 75.2킬로그램. 어라, 딱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달에는 정말 2킬로그램 정도는 빠지지 않았을까 싶어 “다이어트 따위 마음만 먹으면 간단합니다, 비결은 먹지 않는 것”이라고 쓰려 했는데, 다이어트 책에 자주 나오는 “아, 자신 있었는데, 자신 있었는데!” 하는 상황이 이런걸까. 그냥 재미있으라고 쓴 내용인 줄 알았다. 흠, 조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p. 122.)


  외국의 글쓰기 강좌나 일본 소설가의 소설 쓰는 법 강좌 같은 이벤트에 참가하면 반드시 “내 반생을 소설로 쓰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 이유를 물으면 “내 인생이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같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일이 많다. 실제로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 같은 인생이나 반생을 보내는 사람이 꽤 있다. 예전 어느 이벤트에서 만난 분은 사진으로만 본 미국인 남성과 결혼하기로 결정한 그야말로 사진 신부였는데 전쟁이 터져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냈단다. 또 어떤 재해에서 단 한 명의 생존자였더거나 고고한 등산가였다거나 곰 사냥꾼을 업으로 삼았다거나 소설로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책으로 읽거나 영화로 보고 싶어질 정도로 무척 재미있다. 다만 그런 사람의 소설이 들은 이야기 만큼 재미있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 괴담도 그렇지만 이야기와 글은 아무래도 다르다. 들을 때는 등골이 얼어붙을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라도 들은 그대로 글로 옮겨보면 전혀 무섭지 않은 경우가 있다. 체험을 제대로 이야기하는 것과 문장으로 쓰는 것. 둘 다 어렵고 각기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p. 126.)


  연재 횟수가 늘어갈수록 부부 사이의 거리가 조금씩 멀어져가는 느낌이 들기는 해도 역시 알게 되는 것도 있다. 나는 아내의 성격을 조금씩 파악하고 있다. 진짜다. 왠지 그렇지 않을까 하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아내는 정말로 수작업을 귀찮아하고 설계도를 좀처럼 보려 하지 않는다. 지난번의 『입체 종이접기 아트』 편에서 직접 만들기를 깔끔하게 무시하는 모습을 보고 감회가 새로웠다. 뭐, 그런 성격임은 일상에서 보고 알고는 있지만 그건 그저 어깨의 힘을 뺀 모습일 뿐 실은 ○○의 달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내색하지는 않더라도 에릭 드메인과 조셉 오루크의 『종이접기의 수리』, 토마스 헐의 『닥터 헐의 종이접기 수학교실』 등은 이미 숙지했고 더 나아가 공예에 가까운 폴 잭슨의 일련의 작품을 살펴보거나 묘하게 종이접기의 역사를 상세히 알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그런 일은 없었다. (pp. 153~154.)


(전략) 학자란 교과서의 내용을 전부 외우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착안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석의 길을 걷기만 해서는 새로운 것을 떠올릴 수가 없다. 어딘가에서 엉뚱한 도약을 할 필요가 있다. 묘한 아집이나 신앙이 그 계기가 될 때도 있으며, 무척이나 합리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그 발단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일 수도 있다. 케쿨레는 벤젠의 탄소 고리 구조를 꿈에서 보았고, 조지프슨은 초전도체에서의 터널 효과의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지만, 초심리학의 존재를 믿는다. 이렇듯 과학은 그 결과를 누구나 재현 가능하면 그것이 발견되기까지의 과정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오컬트’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뭐랄까. ‘세계의 다른 이치’ 같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편이 더욱 정확할지도 모른다. (후략) (p. 170.)


교정.

84쪽 2줄 : 40만에 -> 40년 만에

240쪽 각주 4줄 : 에일리 언 -> 에일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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