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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의 도시들 (코맥 매카시, 민음사, 200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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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의 도시들 (코맥 매카시, 민음사, 2009.)

Dog君 2018. 11. 22. 16:41

 

 그렇겠지. 말이 사람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나? 

  단어 같은 것 말예요? 

  글쎄. 그러니까 사람이 하는 말을 말이 알아들을 수 있느냐 하는 거지. 

  존 그래디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물방울이 유리창에 맺혀 있었다. 박쥐 두 마리가 마구간 빛 속에서 사냥을 했다. 

  아뇨. 하지만 사람이 한 말의 의미는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는 박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렌을 바라보았다. 

  제 느낌으로는요, 말이 걱정하는 건 주로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이지 싶어요. 그래서 말은 내가 보이는 걸 좋아하죠. 그게 안 되면 내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하죠. 내가 말을 걸어 주면 자기가 모르는 다른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말이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보나? 

  그럼요. 아저씨는요? 

  나도 그래. 하지만 흔히 그렇지 않다고들 하지. 

  글쎄요. 사람들 말이 다 옳은 건 아니니까요. 

  말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는 알아? 

  말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는 알아요. 

  대체적으로 그렇겠지. 

  존 그래디는 씩 웃었다. 네. 대체적으로요. 

  사장님은 늘 말이 옳고 그름을 안다고 말씀하시지. 

  옳으신 말씀이에요. 

  오렌은 담배를 피웠다. 글쎄. 나로서는 전적으로 동의하기가 쉽지 않군. 

  말이 옳고 그름을 모른다면 조련을 시킬 수도 없다고 봐요. 

  조련이야 그저 조련사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말을 길들이는 거잖나? 

  수탉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길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진정으로 함께할 수는 없죠. 반면 말은 훈련을 시키면 진정으로 함께할 수 있어요. 말의 영역 안에서는요. 좋은 말은 자기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헤아리죠. 말의 마음은 훤히 보여죠. 내가 지켜보고 있을 때는 말을 잘 듣다가 내가 안 본다고 해서 딴짓을 하거나 하지는 않거든요. 말은 일편단심이에요. 그런 수준까지 훈련시키고 나면 아무리 애써도 말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여기는 것은 시킬 수가 없어요. 실랑이가 한참 계속되죠. 말을 학대하면 그것만으로도 말을 죽이는 짓이에요. 좋은 말은 마음속에 정의감을 갖고 있죠. 내가 직접 봤어요. 

  자네는 나보다 말을 훨씬 더 높이 평가하는군. 

  말에 관해 특별한 의견이라 할 만한 것은 없어요. 어렸을 때는 말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알 수 없는 것만 같아요. 

  오렌이 씩 웃었다. 

  사람이 말을 정말로 이해한다면 말예요, 사람이 말을 정말로 이해한다면 그저 말을 보는 것만으로도 훈련시킬 수 있을 거예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요. 제 조련법은 전통적 방식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역시나 완전한 이해하고도 거리가 멀죠. 그렇다고 완전한 이해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닐 거예요. 

  존 그래디는 다리를 길게 폈다. 그리고 삔 발을 다른 발 위에 꼬았다. 

  한 가지에 대해서는 아저씨 말씀이 옳아요. 말은 여기 오기 전에 대부분 망가져 버려요. 처음 얹은 안장에 ㅁ아가지죠. 아니, 그 전에 망가지기도 해요. 최고의 말은 아이 주위에서 지낸 말이에요. 아니면 산 한가운데 살아서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야생마든지. 그러면 머리에서 아무것도 지우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 점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을걸. 

  알고 있어요. 

  야생마를 길들인 적이 있나? 

  네. 하지만 훈련시키기가 쉽지 않죠. 

  왜? 

  사람들은 야생마를 훈련시키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저 길들이기만을 바라죠. 우리는 말 주인부터 훈련시켜야 해요. (75~77쪽) 


  그는 권총이 꽂힌 권총집 벨트를 어깨에 걸친 채 전당포로 들어갔다. 전당포 주인인 백발 노인은 가게 뒤편 유리 진열장 위에 신문을 펼쳐 놓고 읽고 있었다. 한쪽 벽을 덮은 선반에는 총이, 천장에는 기타가, 그리고 칼과 권총과 보석과 장비가 상자에 진열되고 있었다. 존 그래디가 권총집 벨트를 카운터에 올려놓자 노인이 권총을 보고 존 그래디를 보았다. 그리고 권총집에서 권총을 뽑아 공이치기를 반안전장치 눈금까지 젖히고 탄창을 돌렸다. 그러다가 잠금쇠를 젖혀 탄창을 빼내 살펴보고 도로 넣은 뒤 공이치기를 완전히 젖혔다가 되돌렸다. 노인은 권총을 뒤집어 총신과 방아쇠울과 손잡이에 새겨진 제품 번호를 살피고 총을 도로 총집에 꽂고 고개를 들었다. 

  얼마 받고 싶나? 

  40달러가 필요합니다. 

  노인이 이를 핥더니 근엄하게 고개를 저었다. 

  50달러에 사겠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냥 저당만 잡히려는 거예요. 

  최대 25달러네. 

  존 그래디는 권총을 바라보았다. 

  30달러로 하죠. 

  전당포 주인은 회의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팔고 싶지 않아요. 그저 잠시 담보로 맡기려는 것뿐이에요 

  벨트랑 권총집도? 

  예. 전부 다요. 

  좋아. 

  노인이 서류철을 꺼내 제품 번호를 천천히 베껴 적고 존 그래디의 이름과 주소를 쓴 뒤 서류를 뒤집어서는 읽고 사인하라고 했다. 그리고 서류를 뜯어 사본을 존 그래디에게 주고 권총을 가게 뒤쪽 창고로 가져갔다. 돌아온 노인은 쥐고 있던 돈을 카운터에 놓았다. 

  꼭 찾으러 올 거예요. 존 그래디가 말했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가 물려 주신 거예요. 

  노인이 두 손을 펼쳤다 다시 닫았다. 화해의 몸짓. 하지만 축복은 아닌. 노인은 낡은 콜트 권총 여섯 개가 진열되어 있는 유리장을 턱으로 가리켰다. 어떤 권총은 니켈 판이 덮여 있었고, 어떤 권총은 수사슴 뿔로 만든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낡은 구타페르카 손잡이도 하나 있었고, 가늠쇠가 잘리고 없는 것도 있었다. 

  저것들도 모두 누군가의 할아버지 것이었지. (133~134쪽) 


교정. 

273쪽 21줄 : 탄자에 -> 탁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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