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서울리뷰오브북스 3 (서울리뷰, 2021.) 본문
제가 잠시 서리북을 읽을 수 없었던 때에 나왔던 것을 이제야 하나씩 따라잡으며 읽는 중입니다. 박훈 선생님 글은 그때도 좋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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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작가에게 조선 민족의 "민족적 생명력"과 "무서운 깊이"는 어디까지나 미실현의 포텐셜일 뿐이다. 가야-신라-백제의 옛터를 여행하는 그의 뇌리에 박혀 있는 것은 이 민족의 장구한 정체성(停滯性)이다. 이와 관련된 구절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히 출현한다. (...)
더 고약한 것은 이 정체(停滯)에 대한 향수를 잔뜩 표현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시바는 전통주의자이며 아시아 중심주의자인가? 천만의 말씀, 정반대다. 그에게 일본의 역사는 중국이나 조선 같은 아시아적 정체를 돌파한 역사다. 그 계기는 사무라이 사회의 성립이다. 일본도 율령 체제였던 나라와 헤이안 시대에는 부패하고 정체했지만, "무사의 발흥이라는 일본 사상 최대의 토착 집단의 출현이 이 바보스러운 율령 체제를 질겅질겅 난도질하여 가마쿠라 막부라고 하는 토착 세력의 이익을 대표하는 체제가 성립함으로써 일본사는 아시아적인 것에서 해방"(166쪽)되었다. 이어 "일본인의 원형 체질인 무사라는 경쟁 원리의 화선이 만든 일본 역사와 국가는 사회의 고정을 바라는 아시아의 여러 민족에게는 실로 거추장스럽고 기묘한 것"(127쪽)이었다고 덧붙인다. '거추장스럽고 기묘한 것'을 부정적인 의미로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일본인은 아시아와 다르다는 '탈아적(脫亞的)' 의미로 쓰고 있다.
(...) 일본의 후진성, 이질성을 아시아로부터 자립한 일본의 독자성으로 재빨리 치환하여 거기서 '통렬함'을 느끼는 것이 그가 내장하고 있는 일본민족주의의 근간이다. (박훈, 「너를 보니, 내 옛 생각이 나서 좋다 - 『한나라 기행』」, 5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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