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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144호 (역사비평사, 2023.) 본문

잡冊나부랭이

역사비평 144호 (역사비평사, 2023.)

Dog君 2024. 8. 6. 21:39

 

  완성된 초고를 학과에서 개최하는 소규모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아 보완해서 학회에 발표하거나 투고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학과에서는 자기 논문의 약점이 무엇이고 어디를 보완해야 하는지, 투고할 만한 수준이 되는지를 이미 설정된 단계적 절차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러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학과의 경우 평가, 보완, 투고할 학술지의 결정 등 모든 것이 개인에게 떠맡겨진다. 그러나 논문을 쓰고 투고해본 적이 없는 과정생들에게 이런 부담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리하면, 박사과정생들은 석사과정과 동일한 수업을 들으면서 방법론, 이론, 데이터, 프로그램, 글쓰기 방법 등등 연구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 중 많은 부분을 개인이 알아서 학습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한 요소들을 여기저기서 채우러 다니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때문에 정작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연구를 실제로 진행해보거나 자기 관심사를 깊게 파고들면서 박사논문 주제를 결정하고 발전시킬 기회를 갖지 못했다. (...) (박민철, 「한국에서 박사과정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257~258쪽.)

 

  농업상의 해충을 박멸하는 농약이라는 개념에 있어 ,파라치온은 기존에 한국 농촌 사회에서 활용되었던 DDT와 동일했지만, 그 세부적인 적용 방식과 독성에 있어서 DDT와 파라치온은 전혀 다른 속성의 물질이었다. 특히 보건위생의 목적으로 인체나 가정 내에 다량의 살충제를 뿌리는 광범위한 사업이 1950년대 전반기까지 집중적으로 시행된 역사적 배경에서, 파라치온이라는 새로운 물질에 대해 사람들은 독성의 위협을 우려하기보다는 즉효적 성질을 가진 효과성이 높은 살충제로만 인식했다. 이러한 새로운 물질의 빠른 도입과 보급은 그에 따른 건강 영향을 고려하지 못하게 했고, DDT처럼 상대적으로 인체 독성이 낮은 물질에 사용되었던 기존의 살포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사람들에게 집단중독을 일으켰다.
  그 결과물로서 1956년 경북 경산을 중심으로 일어난 파라치온 집단중독 사건은, 이미 해당 부작용을 경험한 일본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일선 임상의사를 통해 확인된 파라치온 중독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한 일본의 지식은 초기 의학적 대응의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은 일본에서 형성된 고독성 농약 관리의 경험을 반영하는 것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파라치온 집단중독 사건은 '농약관리법' 제정이라는 제도적 변화로 이어졌지만, 새롭게 제정된 법령에서조차 농약 사용 증가에 따른 건강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동시에 이러한 관리 법안제정을 권고한 보고서 역시, 이를 농약 사용 확대에 따른 건강 문제로 다루기보다는 각 부처의 책임 소재를 논하는 데 그쳤다. 농약은 해방 후 한국에서 농업 생산량을 증대시킨 주요한 기술적 도구였지만, 동시에 새로운 보건학적 문제를 발생시킨 물질이었다. (...) (정준호, 「1956년 파라치온 집단중독 사건과 '농약관리법'의 제정」, 371~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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