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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1. 스무살 넘어서 나를 알게 된 사람들은 다소 의심하겠지만 스무살 이전의 나는 비교적 전자기기에 있어서는 얼리어답터에 속하는 편이었다. 그 깡촌에 매우 일찍부터 컴퓨터를 들여놓은 얼마 안 되는 집이었고 비디오 플레이어도 또래보다 일찍 접할 수 있었다. 비록 PC통신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지만 또래 중에서 인터넷과 핸드폰을 가장 먼저 즐긴 부류에 속하기도 했다. mp3를 가장 먼저 다루기 시작했으며 냅스터와 네띠앙도 매우 즐겼던 기억이 난다. 1-2. 스무살 넘어서 전자기기에 대한 열정이 급격히 식어버린 것은 그 반대급부였던 것 같다. 기껏해야 남들보다 몇 달 정도 먼저 접하는 것이 별달리 대단하다는 느낌도 없었고, 그런 것들이 있다고 해도 내 인생이 결정적으로 변한다는 느낌도 없었다. 1-3. 그렇..
무탈히 전파를 탔어야 할 멀쩡한 TV프로그램이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이유로(명시적이지는 않지만 아마 99.9% 그러할 것이다) 불방되었다. 참으로 개탄할 노릇이다.
1. 굳이 거창하게 세미나까지 하지 않더라도 텍스트를 소비하는 형태가 계속 변해가는 요즘 시대에 인문학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은 늘 하고 있던 것. 인문학(人文學)은 그 이름에서도 풀풀 냄새를 풍기는 것처럼 텍스트[文]로 먹고사는 학문이다. ㅇㅇ. 그러니까 텍스트가 읽히고 소비되는 형태가 나날이 변해가는 이 시대에 이런 고민하는 건 인문학도로서 당연이요 의무다. 2.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미 블로그의 시대도 종언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언'을 내어놓고 있다. 너무 길기 때문이다. 100자 남짓한 공간 내에 텍스트를 풀어놓아야 하는 트위터가 그러한 '예언'의 근거가 되고 있다. 내 주위의 선후배들과 교강사들이 이제서야 파워포인트 정도에 눈을 뜬 이 시점에, 우리는 아직 맛도 제대..
광주는 광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사링크) 여러 선배들의 도움을 얻어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다. 대단한 것도 아닌 것을 이렇게 쓰고보니 민망해서 낯들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1-1. 역사학에는 (그리고 우리의 언어생활에는) 전前근대premodern란 말이 있다. 전前중세도 없고 전前고대도 없는데 전근대는 있다. 전근대라는 말은 한편으로 근대modern라는 것의 등장을 기점으로 인간사가 많은 부분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1-2. 계몽주의와 합리성을 내세운 인간의 이성에 대한 존중은 암흑으로 대변되는 중세의 어둠을 깨부수는 인간의 지향점이었고, 이것이 역사의 전면으로 등장한 것이 곧 근대였다. 하지만 동시에 근대는 포화상태에 이른 과학기술과 자본주의가 무한한 증식력으로 전지구적인 탐욕을 드러낸 제국의 시대였다. 그 탐욕이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완벽하게 침해하는 것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1-3. 완벽하게 모순되는 양자가 완벽하게 공존하는 것이 곧 근대였다. 물론 이런 모..
1-1. 뛰어내려 가든 누워있다 가든 가는건 가는거. 그렇게 '그나마' 존중할만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한해가 되고 있다. 나야 그에 대한 기억이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이 훨씬 더 많지만 (노무현 때도 그랬던 것처럼) 그의 죽음이 나의 개인감정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서 나도 그의 죽음에 대해 마냥 시니컬할 수만은 없겠지만은 이하의 말투에서 묻어나오게 될 예의없음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면서... 1-2. (역시 노무현 때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국사회는 스스로가 망자亡者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 사회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죽음과 함께 민주화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괴한들에 납치되어 생사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으며 한때는 군부에 의해 사형수 신세가 된..
0. 나름 평균 이상의 독서량을 자부하는 편이지만 양에 비해 독서의 폭은 매우 협소한 편이다. 어지간해서는 안 읽는 책이라면 대개는 자연과학 관련서적이나 소설류인데, 자연과학은 일단 읽어도 모르니까 안 읽는다지만(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얼추 2년 반쯤 전에 읽었던 상대성이론 관련 책자) 소설을 안 읽는다는건 내가 생각해도 퍽이나 우스운 일이다. 게다가 문학이라 하면 모름지기 역사학도라면 철학과 함께 반드시 일정 수준의 교양을 쌓아둘 필요가 있는 영역이 아닌가! 어쨌든... 동학들과의 세미나 모임이 아니고서야 이 책을 읽을 일도 아마 없지 않았을까. 1-1. 관부연락선關釜連絡船은 부산釜山과 시모노세키下關를 잇는 배편이다. 관부연락선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이유와 욕망, 갈등이 교차되는 공간이다. 푼돈이라도 벌..
1-1. 2002년이었다. 한창 열혈에 불타던 나는 그 해 하반기 내내 한가지 주제에 매달려 사람들(주로 선배들)과 입씨름을 벌였다. 그 주제의 제목은 '노무현을 찍어야 하는가 권영길을 찍어야 하는가'였다. 그 때 주로 나와 입씨름을 했던 선배는 노무현을 '지금 상황에서 이 정도라도 되는 사람'으로 간주했고 나는 노무현을 '기껏해야 아직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으로 간주했다. 어차피 끝이 날 수 없는 토론이었기에 둘이 만난 날은 언제나 서로의 생각 차이만을 확인한 채 에라 모르겠다 소주나 진탕 마시고 끝나는 날이었다. 1-2. 잘 알다시피 노무현은 그 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2. 사실 그런 식의 토론은 이후에도 줄곧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내용과 상관없이 토론당사자 모두 이제 적어도 한국사회가 극우..
1. 방황이 은근히 길어지고 있다. 물론 오늘 아침도 이른 시각에 학교 나오고 자리 지키고 앉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의 독서를 해대기에 방황은 무슨 거창한 개풀 뜯는 소린가 싶기도 하다만은... 그럭저럭 책도 읽고 있고 하루 일과가 흐트러지고 있는건 아니지만은 아마도 그건 그동안 그렇게 살아온 관성 덕택에 그렇게 계속 나가고 있는 것일 뿐 뭐랄까 내 의지로 전진한다는 느낌은 없다는게 작금의 상태. 그야말로 '그럭저럭' 살고 있는 상태. 2-1.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 모르는건 정작 나 자신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요새 부쩍 많이 든다. 본격적으로 졸업논문주제를 고민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하나의 테마로 좁힌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인데, 그 일로 고민하는 나를 보노라면 아마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