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2015년 5월 14~17일의 근황 본문
1. 출장을 다녀왔다. 과천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태우고 (그것도 상급자들로만!) 두 시간 가까이 운전을 하니 절로 긴장도 되고 그래서 또 피곤하고 그랬다. 하지만 출장 자체는 일정이 별로 빡빡하지 않았기 때문에 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금요일 퇴근 시간 훨씬 전에 과천에 돌아올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몇 가지 일을 더 처리했다.
2. 그리고 학교 앞으로 갔다. 스승의 날 모임을 15일로 기억하고 있어서였는데, 막상 가보니 13일이었단다. 에이. 내가 왜 그걸 몰랐지. 두 시간이나 걸려서 간 길을 그냥 돌아오려니 그것도 좀 아닌 것 같아서 연남동 이심에 가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왔다. 아무 거나 사장님 마음대로 내려주세요 했더니 홍해에서 온 커피가 있다 하시고는 그걸 내려주셨다.
3-1. 토요일 아침에 집을 치우고 있는데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울먹울먹하신다. "느 할매가... 다 댔는갑다... 시간 대모... 좀 내리온나..." 곧바로 버스 표를 끊고 진주에 내려갔더니 삼촌도 형도 다들 황망한 표정이다. 코에 관을 꽂은 할머니의 숨소리는 불규칙적이다. 눈은 초점을 잃었고, 가끔 몸을 뒤척이시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기력이 달린다. 어쩌다 목소리를 내시기는 하지만, 그것이 자식들을 부르시는 소리인지 아파서 내시는 신음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대로 가시는 것이 원통해서 내시는 울음인지 알 도리는 없다.
3-2. 몇 년 전에 학교 과제를 겸해서 할머니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할머니는, 누린 것보다 박탈당한 것이 더 많았고, 노력에 대해 정당한 보상도 얻지 못했다는 한恨 같은 것이 많은 분이었다.
3-3. 다섯살 때였나. 할머니는 네모잡이 공책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는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를, 위에서 아래로는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를 써서는 안방 벽에 붙여두셨다. 조기교육이고 나발이고 하는 것들이 없었던 시대에 나는 할머니의 글씨로 한글을 처음 배웠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제일 처음에는 할머니의 손끝에서 시작된 것이다.
4. 일요일 새벽에 집에 올라왔다. 책을 좀 읽었고, 사람을 만났고, 이심에 갔다.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나도 내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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