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친밀한 적 (아쉬스 난디, 신구문화사, 1993.) 본문
0. 2015년에 나온 개정번역판이 아니라, 1993년에 나온 버전을 읽었다. 그래서 그런가 번역이 다소 딱딱하고, 고유명사 표기도 지금 보기에는 살짝 낯설다. 나온지 20년이 훌쩍 넘은 책인데, 1판 1쇄가 배송되어 온 것은 좀 충격적이다...
1. 대학원 과정생일 때 본의아니게 서양사 수업을 꽤 많이 들었다. 워낙에 코딱지만한 대학원이라서 한국사 수업만으로는 학점을 채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과에 있던 서양사 전공 교수님 두 분 모두 이론에 밝으시고 해외의 연구동향에 민감한 분이어서 꽤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이 서발턴 연구로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탈근대 연구였는데, 그거 아니었으면 내가 채터지나 차크라바르티 읽을 일은 영원히 없었겠지. 뭐 암튼 그 때부터, 한 번쯤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못 읽고 있던 게 바로 이 책이었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었는지 그 생각이 나서 불현듯 책을 집어들었다.
2. 이 책이 던진 문제의식이야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그렇다보니 그냥 친숙한 이야기나 한 번 더 확인해보는 독서가 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다.
3. 첫 번째로, 식민주의를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 한국사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식민주의를 성인과 유아, 우등과 열등, 성숙과 미숙으로 설명하는 건 꽤 익숙한 틀인데, 아직 남성과 여성의 틀로 설명하는 건 못 본 것 같다. 꼭 식민지로만 국한시킬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뭐 암튼 누가 좀 이렇게 연구해서 논문이나 책 좀 써줘요, 응? 응? (내가 쓸 논문 아니라고 너무 막 말하는구나)
4. 두 번째로는, 식민주의를 단지 식민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식민지에서 생산된 지식체계가 다시 식민본국으로 되돌아가는 문제로 본다는 것. 식민지에서 완성된 지식체계가 다시 식민본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예전에 Laura Ann Stoler의 책에서 살짝 맛 본 적이 있는데, 어 이것도 아직은 한국사 연구에서는 못 본 것 같다. 일국사적인 연구범위에서는 포착 안 되는 뭐 이런거, 응? 딱 들어도 힙해 보이잖아, 응? (내가 쓸 논문 아니라고 너무 막 말하는구나 2)
'잡冊나부랭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깥은 여름 (김애란, 문학동네, 2017.) (0) | 2017.11.21 |
---|---|
냉정한 이타주의자 (윌리엄 맥어스킬, 부키, 2017.) (0) | 2017.11.21 |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예담, 2017.) (0) | 2017.09.06 |
이혼 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 여성들 (소현숙, 역사비평사, 2017.) (0) | 2017.08.25 |
청춘을 달리다 (배순탁, 북라이프, 2014.) (0) | 2017.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