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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적 (아쉬스 난디, 신구문화사, 199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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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적 (아쉬스 난디, 신구문화사, 1993.)

Dog君 2017. 11. 11. 13:31


0. 2015년에 나온 개정번역판이 아니라, 1993년에 나온 버전을 읽었다. 그래서 그런가 번역이 다소 딱딱하고, 고유명사 표기도 지금 보기에는 살짝 낯설다. 나온지 20년이 훌쩍 넘은 책인데, 1판 1쇄가 배송되어 온 것은 좀 충격적이다...


1. 대학원 과정생일 때 본의아니게 서양사 수업을 꽤 많이 들었다. 워낙에 코딱지만한 대학원이라서 한국사 수업만으로는 학점을 채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과에 있던 서양사 전공 교수님 두 분 모두 이론에 밝으시고 해외의 연구동향에 민감한 분이어서 꽤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이 서발턴 연구로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탈근대 연구였는데, 그거 아니었으면 내가 채터지나 차크라바르티 읽을 일은 영원히 없었겠지. 뭐 암튼 그 때부터, 한 번쯤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못 읽고 있던 게 바로 이 책이었는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었는지 그 생각이 나서 불현듯 책을 집어들었다.


2. 이 책이 던진 문제의식이야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그렇다보니 그냥 친숙한 이야기나 한 번 더 확인해보는 독서가 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포인트가 있다.


3. 첫 번째로, 식민주의를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 한국사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식민주의를 성인과 유아, 우등과 열등, 성숙과 미숙으로 설명하는 건 꽤 익숙한 틀인데, 아직 남성과 여성의 틀로 설명하는 건 못 본 것 같다. 꼭 식민지로만 국한시킬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뭐 암튼 누가 좀 이렇게 연구해서 논문이나 책 좀 써줘요, 응? 응?  (내가 쓸 논문 아니라고 너무 막 말하는구나)


4. 두 번째로는, 식민주의를 단지 식민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식민지에서 생산된 지식체계가 다시 식민본국으로 되돌아가는 문제로 본다는 것. 식민지에서 완성된 지식체계가 다시 식민본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예전에 Laura Ann Stoler의 책에서 살짝 맛 본 적이 있는데, 어 이것도 아직은 한국사 연구에서는 못 본 것 같다. 일국사적인 연구범위에서는 포착 안 되는 뭐 이런거, 응? 딱 들어도 힙해 보이잖아, 응?  (내가 쓸 논문 아니라고 너무 막 말하는구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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